브런치에 매일글쓰기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95일을 매일 썼다. 그리고 포기했다. 그냥 쓰면 어떻게든 계속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사람들은 나의 일에 관심이 없다.
매일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어가던 공간이었다. 그런 곳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면서 나는 그 시간을 견디었다. 머리를 안 감은 것처럼 개운하지 않은 날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쓸 수 없었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씻고 머리를 하고 예쁜 옷을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다가 약속이 취소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곳에 그 시간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그를 만날 수 없다. 지금은 그의 앞에 나설 수 없다. 일부러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애써 외면하며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 상태로 만나면 밤새 후회로 울거나 잠 못 잘 것이 뻔한 결론이다. 어쩌다 글을 쓰는 일이 이런 일이 되었을까?
나는 챌린지를 즐겨한다. 그동안 많은 챌린지를 했다. 하늘사진 찍기 100일, 스페인어 매일 한 문장 외우기, 영어 필사하기, 캘리스 아침명언, 블로그 매일 글쓰기 등 여러 가지 도전을 혼자서도 하고, 모임에서 함께 하기도 했다. 번번이 보란 듯이 성공했다. 스스로 챌린지를 잘하는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일어난 일을 모아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번엔 스스로 포기했다. 왜일까?
챌린지를 위한 챌린지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글을 쓰려고 생각했을 때를 생각했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이 행복했다. 두 번째 직업으로 글 쓰는 작가를 선택할 때도 이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었다. 밥벌이를 위해서 일을 했던 나에게 선물같이 만난 나의 길인 듯싶었다. 쓰고 싶은 글이 넘쳐나고 있었고, 하루에도 생각나는 글감이 많아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의 탁탁탁 소리에 행복해하던 내가 언제부터 인가 억지로 글을 쓰고 있다. 힘겹게 챌린지 인증을 위한 글을 쓰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이런 글을 남길 수 없다.
그날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2023년 7월 27일 저녁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글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끙끙대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 일일까? 억지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하는가? 이렇게라도 쓰면 내 글이 좋아질까? 모든 작가들은 이런 과정을 경험할까? 이런 과정을 이겨내야 작가가 되는 걸까? 도망치기 싫지만 그만해야겠다. 억지로 쓰는 내 글이 부끄럽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보통 이런 종류의 스토리에는 극적인 결론이 나야 한다. 저 돌아왔어요. 이제 모두 회복되었어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괜찮아졌어요. 하지만 현실은 영화나 소설이 아니다. 현재 나의 상태는 글 쓰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다. 그래도 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를 때가 쉬웠다. 이제 조금 알고 나니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그것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만은 욕심을 내보고 싶다.
챌린지를 멈추면 큰일 날 것 같았다. 타인과 나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시작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지켜나가는 것보다 어려운 포기를 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기해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힘을 내서 또다시 시작 할 것이고 열심히 해볼 것이다. 하지만 다시 포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