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전부였고 지금은 잊혀진 지나가는 관계들

by 장보라


살면서 어느 시점에 가장 친한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할 때 직장동료들이 그랬고, 운동이나 어학을 배울 때는 배움의 친구들이 그런 존재가 된다. 그런데 그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멀어지게 된다. 왜일까? 당연한 걸까? 더 욕심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점심을 먹으러 동료들과 식당에 갔다. 회사 근처 작은 맛집에 있는 TV에서 가족의 의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있었다. ‘가족의 정의에 대해서 말해주세요.’라는 리포터의 질문에 ‘가족은 하루 두 끼 이상을 같이 먹는 사이죠.’라는 대답에 우리는 모두 서로를 보고 웃었다. 사실 어떤 날은 회사 동료들과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같이 먹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완료지점을 향해갈 때면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오기를 반복한다. 그때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먹고 일하기를 한다. 엄마보다 나의 하루 일상과 지금하고 있는 생각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었다.


연애 중이라는 나의 말에, 언제 데이트를 하냐고, 나의 남자친구가 가상 인물이라고 생각하던 이도 있었다. 계속 자기들과 같이 있는데 ‘언제, 누구와’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도 있다. 팀장님들이 거의 타깃이 되는데 맥주 한잔과 함께 그들을 안주거리로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가족보다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된다.


퇴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들과의 관계는 정리가 된다. 물론 가끔 만나서 송년회 같은 모임을 하기도 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달릴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아쉬운 부분도 사람들이다. 그들과 밤을 새우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회식을 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던 그 시간이 가장 그립다.


열심히 수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수영은 조금 특이한 운동이다. 같은 풀에서 조금씩 다른 실력으로 라인이 정해진다. 같이 운동을 하고 있지만, 수영은 개인전이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숨을 쉬기 위해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가는 사람과 뒤에서 오는 사람에 대한 숨겨진 규칙도 있다. 나처럼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고 오래 한 운동이 없는 이가 몇 년 동안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코 같이 수영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의 재미를 알고 난 후에는 조금 달라졌지만 처음 그 지루한 초보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수영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궁금해하기도 하고, 게으름에 혼을 내기도 한다. 서로의 폼을 지적하고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도 가끔 해주었다. 그리고 수영 후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있다. 함께 커피를 같이 마시며 수영이야기를 하던 그 친구들 덕에 나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수영을 함께 하는 친구들은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벗은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내 몸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다이어트를 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도 그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수영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것은 더욱 편하다. 다른 집단은 같이 먹고 자고 씻고 하는 것, 그러니까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하다. 하지만 이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씻고 헐벗은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많이 내추럴한 모습도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나서 인 것 같다.


이렇게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수영을 못하게 되자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물론 그중 두 친구가 이사를 갔고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등 변수는 많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일부러 만나야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모두 다 가능한 약속을 잡기는 쉽지 않다.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이제는 전화하기도 약간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나의 지난 그 시간에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떤 모습으로, 기억으로, 그들에게 내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로 남아있다.


한때는 가족이나 연인보다 더 나의 일정과 생각과 화남과 기쁨과 즐거움을 아는 그 사람들. 나의 지금 시간은 그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약간 슬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같이 든다.


정말 계속 옆에 있는 사람은 가족 밖에 없는 걸까?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20230904_185655.jpg 오일 파스텔 수업 첫날 첫작품 재미있네!

내 글에 내가 그린 그림을 넣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인생의 파란 의자는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