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살에 내 옆에 있는 남자와 결혼할 거다...

2023 D-98

by 장보라

어릴 적 언제 결혼할 거냐는 물음에 나는 늘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스물여덟살에 내 옆에 있는 남자와 결혼할 거예요.'

왜 이런 답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여자는 서른살 전에 결혼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렇게 했다. 이런 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후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그때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쭉 결혼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를 때 하는 것이 결혼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결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침 산책 중에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 내용이 책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오늘의 책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은 지음>이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대강 예상이 되었고, 걷는 동안 계속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책 속 내용은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팟캐스트에 나온 내용이다)

아빠는 유통기한 30년짜리 딸을 왜 낳았을까 /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나를 보내려고 그렇게 애써서 키웠을까 / 서른이 넘었다는 걸로 평생 함께 할 남자를 갑자기 데려오라는 게 말이나 되나 / 당신의 인생과업을 이루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아닐까 / 평소에는 두 분이 그렇게 다투시다가 딸 시집보내는 일은 손발이 척척 맞을까 /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말, 내가 속 터져서 살 수가 없다.


번뜩이지 않나. 애지중지 키운 딸을 어떻게든 어떤 남자와 짝을 맺어야 인생숙제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생각에 아무리 논리 정연하게 반기를 들어도 이길 수가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결혼, 특히 여자의 결혼은 참 말이 많았다. 늘 언제 결혼할 건지, 당연히 서른 전에는 해야 한다. 서른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빗대어하는 말도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즉, 스물네살이전은 인기가 좋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만 해도 가치가 떨어진다나 머라나. 지금은 이런 말을 하면 법적 소송에 걸릴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29살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거의 28살이 마지노선이었다.


나와 내 친구들도 거의 그때 결혼을 했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 있다. 결혼을 하면 바로 날아오는 질문이 있다. '아이는 언제 나을 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하나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나을 건지. 둘은 있어야지.'등의 정말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참견이 가족과 친척들에게서 날아든다. 많은 친구들이 결혼한 다음 해에 엄마가 되었다. 비슷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일생일대의 거사를 치르고 있었다. 미숙하고 어리고 아직 결혼이나 엄마가 되는 일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사회가 말하는 시계에 맞추어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몰라서 용감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좋아하는 오빠와 결혼을 했다. 이 남자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맞는지 아닌지도 따지지 않았다. 부족하고 가난하고 철없는 마마보이라도 '나의 오빠'는 괜찮은 남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다른 이들과 비슷한 일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안도감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정확한 현실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지금이 좋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지금. 그리고 개인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을 망설이는 지금이 좋다. 점점 우리나라가 건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산책 중에 만난 건 대단한 하늘이었다. 그래서 사진이 윗부분이 많다.


내일은 산책 중에 어떤 생각이 들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본문에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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