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어요. 오늘도 내일도 좋은날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3 D-97 비오는 날의 산책

by 장보라

비가 온다.

베란다에서 서성였다. 밖을 내다보았다. '산책 갈 수 있을까?' 이 생각을 하고 잠시 멈추었다. 이런 내가 낯설다. 평소 같으면 비가 오면 운동을 할 수 없음에 좋아했을 것이다. 아니, 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나 왜 이러지? 산책의 재미를 느낀 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오늘의 나는 이상하다.


비 오는 거 좋아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비 오는 날 실내에서 창밖으로 보는 비를 좋아한다. 몸에 빗물이 묻는 거 싫다. 축축한 옷과 특히 운동화는 참기 어렵다.


그런 내가 이미 밖에 나왔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서 말이다. 이유는 정확히 딱 한 가지. 자주 사진을 찍는 그곳이 궁금했다. 비 오는 날 찍힌 그곳 사진이 가지고 싶다. 물론 예전에도 찍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풍경이 궁금했다.


이 한 가지 이유를 가지고 그곳을 향해 걷는다. 역시 사람이 없다. '조금 무서운데. 어쩌지?' 무슨 소리 인가 하겠지만 나는 겁이 많다. 특히 아무도 없는 곳은 무섭다. 불특정 다수가 나를 지켜주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깝지도 않지만 적당한 거리에 있는 몇 명의 사람을 의지하고 걷는다.


찍었다. 사진에 파란색은 거의 없지만 차분한 초록은 더욱 돋보인다. 눈에 보이는 하늘이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다. 우산을 들고 아이폰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찍은 사진치곤 괜찮다.


이제 집으로 가자. 오늘은 집안의 따스한 공기가 그립다.


갈림길에 섰다. 어떤 길로 돌아갈 것인가. 오른쪽을 보니 아무도 없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운동복은 아닌데 바쁘게 걷고 있다. 나의 방향과 같다. 저 여인을 따라가야겠다. 일정거리를 두고서 뒤에서 걷기 시작했다. 그는 모르겠지? 내가 본인을 의지하고 걷고 있다는 것을. 이 느낌 또 느낀 적이 있는데...


야간에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나는 적당한 앞차를 정해서 따라간다. 일정 속도로 가는 고속버스 일 때도 있고, 이 길을 많이 다녀보았을 것 같은 어떤 회사의 차량일 때도 있다. 이런 차량을 따라가면 캄캄한 고속도로에서 긴장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커브가 나타나도 미리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알 수도 있다. 언젠가는 예상치 않은 휴게소로 들어가는 차를 따라 들어가면서 웃은 적도 있다. 그 차는 알았을까? 예민한 운전자는 왜 저차가 계속 따라올까?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가는 길과 달리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차에게 인사를 건넨 적도 있다. '감사했어요. 조심 운전하세요.'


갑자기 앞에서 걷고 있던 여자가 멈춘다. 스마트폰을 자세히 보고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오늘도, 내일도 무사히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