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기장을 쓰고 있습니다.

2022년 오늘은 어떤 날이었나

by 장보라

5년 일기장이 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5개의 가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페이지의 맨 위에는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각 칸에는 연도를 적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202_' 그러니까 같은 날의 다른 연도의 5년을 한 페이지에 적을 수 있습니다. 일 년 전의 오늘을 만나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요?


며칠 전 저는 그런 날을 맞이했습니다. 두 번째 칸에 접어드는 어느 날을 만났거든요. 그 페이지를 만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유는 작년 2022년 이맘때. 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을 만났거든요. 정성을 기울이던 커뮤니티에서 나오게 되는 결정을 하고 힘들어하는 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일이 그 뒤에 기다리고 있기에 그 글을 보는 저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사람은 어려운 일을 만나면 이것이 끝일 거라고 곧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저는 이제 압니다. 이만큼 살아보니 끝일 것 같은 일은 없다. 계속 오히려 힘든 일은 함께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다녀왔다. 이런 글과 괜찮을 거라고 다짐하는 글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이제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글을 만난 날 다시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 글을 마지막으로 얼마동안은 성경구절을 필사하는 것으로 그 칸칸이 채워져 있습니다. 도저히 그날의 일을 쓸 수 없는 감정상태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곧 지나간다. 참으면 지나간다.'하지만 저는 이 말에 긍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않거든요. 아프고 힘들게 그리고 다시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과거의 일이 그저 좋게만 보이지도 않습니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을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지나갔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겼지만 저는 지금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일기를 몇 자 적어봅니다.



오늘도 아침이 밝아오면 기분이 좋습니다. 어제와 다를 것이 없는 그저 평범한 하루가 내 앞에 있습니다. 몇 달 전 그렇게 기도하던 평범한 하루가 말입니다. 내 마음대로 지낼 수 있는 그런 날이 지금은 눈물이 날 만큼 고맙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려고 그런 시련을 주었나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큰일이어서 별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어떤 걸로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해 볼 생각입니다.


지난 일기장을 들추어 봅니다. 비워져 있는 날도 있고, 간단하게 할 줄씩 쓰여있는 그런 날들도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매일 5년 일기장을 쓰지는 않습니다. 어떤 날에는 어제, 그제 이렇게 역순으로 기억을 되살려 지난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몰아서 며칠분을 적어 봅니다. 어제의 일도 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이런 방법을 씁니다. 아이폰의 사진첩을 보거나, 매일 쓰는 스케쥴러,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살펴보면 며칠 전 그날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신기하게 편집이 되기도 하지만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역순하고 기억해서 하루하루를 채워가게 됩니다.


적어도 앞으로 5년은 같은 날짜를 가진 날을 매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의 5년 일기장은 아침예배를 보고 기도하는 성경책 옆에 잘 있습니다.

그 속에 담기게 될 나의 시간들에게 나를 잘 부탁해 봅니다.

평범하지만 반짝반짝한 날들로, 감사함이 가득한 날들로 그 시간을 채워갈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KakaoTalk_20231201_154632530.jpg 새로운 취미인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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