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의 시간을 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아프고 나서 알게 되는 것들

by 장보라

처음도 아닌데 병원은 어렵다. 힘들다. 며칠 전부터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체크업이 예정되어있는 날이 하루씩 다가올수록 마음이 널을 뛴다.

괜찮겠지?

아니면 어떻게 하지?

일주일 전에 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결과를 보기 위해 담당의사를 만난다. 이 시간이 정말 힘들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모두 괜찮다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다음 검사 일정을 잡을 때면 이런 마음이 든다. ‘다시 일상으로 살아도 됩니다. 당신의 인생이 6개월 늘어났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가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여러 개의 방들이 있다. 저 방안에 의사 선생님이 있다. 그 방앞에는 담당 간호사들이 있고, 그 앞에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모두들 다른 이유로 그곳에 있다.


몸에 이상을 느껴서 온 사람,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어 상급병원을 예약 한 사람, 치료 중에 있는 사람, 수술 후인 사람, 완치를 위해 팔로우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호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문득 나의 첫 진료일이 기억이 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이상소견으로 이곳을 처음 오게 되었다. 병원시스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만큼 여러 번 이곳에 이 의자에 앉아있었다는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의자에서 주변에 있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도한다. 얼마나 힘들까? 정신이 없을까? 그래도 조금은 힘들지 않게 어렵지 않게 이 시간을 견딜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꼭 나아서 소중한 사람들과 일상을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이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서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안다. 그리고 응원하게 된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는 간절하게 단 한 가지 소원을 빌게 된다. ‘일상을 이어가게 해 주세요. 다시 한번 저에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운동도 좀 더 하고, 먹을 것도 신경 쓰고, 주변에도 화내지 않고 잘 지내볼 테니까, 꼭 다시 웃게 해 주세요.’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최고의 순간이고,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다시 허락을 받았다. 아까운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