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 앞에 멋지게 나타나고 싶었다

서랍 속의 글이 내 맘을 아프게 한다

by 장보라

A와의 만남을 취소했습니다.

기다리던 만남이었는데 지금 만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너무 부러운 사람

내가 그리는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떻게 그 나이에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인생을 리셋이 될까요?

지금까지 해온 삶...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시간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할걸

그때 그 친구들에게 조금 더 잘해줄걸

그 시간들을 잘 모아놓을걸

간직할 순간은 남겨놓을걸

커리어 관리도 잘할 걸

피아노도 좀 더 칠걸

운동도 배워놓을걸

춤도 어릴 때부터 배워둘걸

나는 아니다 하고 접어주었던 그림도 그려볼걸

어릴 적 내가 느끼고 알게 된 그 순간에 든 감정을 글로 남겨놓을걸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왜 이제야 그런 게 눈에 보이는 걸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일까? 아니면 모르고 그냥 지나가면 다행일까?


어릴 적부터 그때 그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하나씩 잘해 놓았어야 했다


공부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학교와 전공을 잘 선택했어야 하고

운동도 배워두고 악기도 배우고 근사하게


공부도 잘했고

피아노도 수준급이고

가끔 멋지게 캡모자를 쓰고 춤도 추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줄 알고

글을 쓰고 다시 공부도 하고 약간은 쿨하고 전문적이고 멋지다


나는 그동안 무얼 했나

모든 것에서 조금씩 모자라고 아깝고 불안하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은 이런 더러운 기분

나의 인생을 어디에서부터 잘 못 되었나


부모님을 잘 못 만났나

그때 그것을 잘해야 한다고 아무도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좀 알려주지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멋지게 나타나고 싶은데 나는 아무것도 없다


11월은 잔인하다

이런 무기력증은 참 어렵다






1년 전에 써놓은 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이 오고 있다

살짝 두렵다.

좀 더 담담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본다.

2025년 10월이 아직 남아있다.

10월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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