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 내 그림을 SNS에 올릴 수 있는 이유

어쩌다 전시회를 하게 된 이야기

by 장보라

오일 파스텔을 만난 시간이 있었다. 주 1회 1시간 30분이라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전까지 오일 파스텔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학창 시절 크레파스를 써 본 것이 전부다. 덜컥 신청을 했다.


항상 수업 첫날은 의심이 가득하게 시작한다. 왜냐하면 재료를 구입할 것인지, 이 강좌를 계속 참여할 것인지를 첫날 결정해야 한다. 또 하나의 결정 사항이 필요한데 그림 재료의 구입에 대한 것이다. 오일파스텔에서는 '72색, 128색 중에 어떤 것을 구입할 것인가' 이 부분이 중요했다. 128색을 사면 좋지만, 많고,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싸서, 128색을 구입한다는 건 계속 그림을 그린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어떡하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첫날. 선생님은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고 쉽다고 생각되는 어떤 그림을 그려보게 하셨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첫 그림이 많은 것을 결정하게 하는 것 같다. 언젠가 한번 본 듯한 그림인데, 오일파스텔의 물성도 알 수 있고 쉽고 무엇보다 결과물이 수업시간 안에 나와서 뿌듯함을 느꼈다.


'이게 내가 그린 거라고? 괜찮은데?'


따라서 그려보는 그 그림에서 재미를 느꼈고 재료를 구입(128색으로)하고 다음 시간도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KakaoTalk_20250425_080508181.jpg 오일파스텔 첫 그림 (정말 작아요)





몇 주가 흐르고 나는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삼각대를 가지고 수업에 갔다. 겁도 없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올라간 영상의 제목은 '똥손탈출 프로젝트'였다.



KakaoTalk_20250425_080508181_01.jpg




이 말도 안 되는 그림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솔직하게 '내가 이 정도의 그림을 그린다고? 진짜? 괜찮은데..' 이런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저의 그림에 대한 기대치가 전혀 없어요.


이 정도의 결과물로도 저는 너무 놀라고 기쁘고 만족합니다. 정말 전혀 기대감이 없거든요. 아주 똥손이라서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전혀 부끄럽지 않게 SNS에 그림을 업로드합니다. 자랑하고 싶었어요. 우하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똥손은 없다. 그때의 내가 정말 사랑스럽다.


이런 마음입니다. 전혀 그림 실력이 늘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불과 얼마동안 제가 실력이 엄청나게 늘지는 않았겠죠. 당연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바뀌었습니다. 조금 더 뻔뻔해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똥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그동안 만난 사람들 때문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날 좋은 봄날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2025년의 봄을 만끽하는 하루 되시기를. 내일 다른 글에서 만나요.





Encore:Spring

갤러리 H (인사동)

2025.05.14 ~ 05.19

저의 첫 번째 전시회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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