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전시회를 하게 된 이야기
전시회가 코앞이다.
이번 주에 작품 사진을 찍어야 해서 주말까지 완성을 해야 한다. 어쩌나...
'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윽~~~'
요즈음 이런 생각 들이다.
'소질도 없는 내가 머라고 그림을 그리나.'
'너무 엉망인 그림인데, 이걸 전시회를 한다고.'
'창피한데, 숨을까?'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만 모르고 다들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사진작가님이 사진 찍으면서 웃지 않을까.'
'아무도 초대하지 말까? 그래 이거다. 몰래 하자.'
'선생님의 말은 진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두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정말 이 그림을 전시해도 되는 걸까.'
'괜히 쓸데없는 일을 만들었네. 그냥 살걸.'
'잠시만 참자. 곧 지나간다.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이 수없이 매 순간 들고 있다. 그래도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하니, 딱 이 생각 하나만 하고 있다.
'그저 완성만 하자.'
'전시회만 끝내면, '이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청주, 전남에서 열리는 귀한 전시회도 다녀올 것이다. 이렇게 날 좋은 날 북촌의 환기 미술관에도 다녀올 것이다. 읽고 싶었던 책도 읽을 것이고, 글도 더 쓴다. 시험 전날 갑자기 읽고 싶었던 책이 생각이 나고 책상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그런 못난 버릇이 툭하고 올라오고 있다. 웃기게도.
그런데, 이상한 건 다시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라던지, 화실 근처에 오지도 않을 거라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음번 그림은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벌써 다음 그림을 끄적끄적 스케치해보고 있다. 미친 거 아니야 ㅋㅋㅋ
정말 그림 그리는 일이 좋은가 보다.
알고 있다. 전시회 기간 동안 행복할 거라는 것. 물론 부끄러워서 숨고 싶겠지만, 그 와중에도 벅찬 감동이 있을 거다. 아마 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무언가에 집중해서 보낸 시간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것도 살면서 이미 알고 있다.
또 한 가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지난 시간 여러 가지 일들이 수없이 많이 지나갔었고, 생각이 많던 그 밤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순간순간이 참 고마웠는데, 지나고 나면 그 감정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한 지금을 남겨 놓고 싶고,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과 순간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어서 횡설수설 글을 쓰고 있다.
백만 번 후회를 하고 있지만, 기대도 그만큼 된다. (진짜? 정말? 점점 작아지는 나를 억지로 끌어올려본다.)
몰래 전시회를 할 생각도 했지만, 정말 나에게 '괜찮다. 잘했다.'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알려야겠다. 타인의 어떤 일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좀 있다. 그 사람들에게만 내 그림을 보여줄 것이다. 굳이 나의 전시회에 와서 '네가 그림을 그렸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초대하고 싶지는 않다.
두근두근 + 부끄러움 + 설렘
아주 복잡한 감정이 오고 가는 요즈음이지만, 이 순간을 즐긴다. 남긴다. 왜냐하면 곧 이 순간이 그리울 것 같아서다.
Encore:Spring
갤러리 H (인사동)
2025.05.14 ~ 05.19
저의 첫 번째 전시회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