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에서 일어난 일

2022년 여름 울릉도 여행기 3.

by 장보라

묵호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기차역에서 나오니,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도 상으로는 걸어서 천천히 동네를 보면서 오늘 묵을 곳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짐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택시로 이동을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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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월드 펜션에서 오늘 하룻밤을 묵을 계획입니다. 아주 예전 숙박업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레트로가 유행인데, 기분이 왠지 좋았습니다. 반전은 있을 것은 다 있고, 이불이 아주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어서 아주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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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보이는 동해의 바다입니다. 아주 조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설마 내일 배가 운행 안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되었어요. 창문에서 보이는 바다만으로도 저는 너무 좋은 상태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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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근처에 허영만 선생님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녀간 후 유명해진 부흥횟집이 있어요. 오늘은 거기에서 회를 먹어야겠습니다. 항상 줄이 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가봅니다. 줄을 서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님이 회가 솔드아웃 될 수 있다는 불안한 이야기를 하고 다시 들어가셨어요. 설마..

설마는 현실이 되었고, 물회를 먹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아주 좋았네요. 여기까지는...






큰일이 일어났어요.

교.통.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빨라진 차의 속도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제 친구 Y가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어떻게!' 잠시 멍해졌습니다.


그 후엔 동해동인병원 응급실로 이동하여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다행(?)인지 친구는 괜찮다고 하여서 펜션으로 무사히 돌아왔어요. 그 후 며칠 동안 조금만 이상해도 다시 서울로 올라올 생각을 계속하면서 친구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우리 둘은 너무 긴장하고 있었고, 펜션에 돌아와서도 무얼 해야 하는지 멍하게 있었습니다. 애써 아무 말이나 막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사진에 있는 북어채 봉투를 보고 크게 웃어 버렸습니다.


친구는 사고 시에도 이동 중에도 꼭 손에서 검정 봉투에 들어있는 이 북어채를 놓지 않았어요. 울릉도에 있는 후배가 부탁한 것이라고 했거든요. 검정 봉투를 무심히 열어보던 친구는 옆구리가 터진 봉투를 보면서 '나는 괜찮은데, 이 아이가 충격을 받았나 보네.'하더라고요. 에고! 작은 사고로 지나갈 수 있었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뻥 소리가 이거 터지는 소리였어?'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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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습니다.

'괜찮아? 진짜로?'

사실 저는 어젯밤 친구를 정말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어떻게 차 사고가 나서 바닥에 쓰려졌는데, 몸에 상처 하나 없을 수가 있죠? Y는 본인의 운동신경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너무 놀랐고 다행입니다.


드디어 묵호항으로 이동합니다. 결항 메시지 없이 그대로 배가 운행한다고 합니다. 아직 날씨는 많이 흐린 상태입니다. 소중히 배멀미약을 챙겼어요. 30분 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하여서 배에 승선 한 후에 먹기로 했어요. (꼭 멀미약을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묵호항 매점에도 판매합니다.)


한가지 더, 신분증이 있어야 승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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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배를 같이 타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수박을 가지고 가시는 팀이었어요. 정말 먹거리를 많이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왜지? 여행은 현지에서 사서 먹는 것인데... 곧 알게 됩니다. 울릉도 물가가 너무 무섭습니다. 무겁고 힘들지만, 가져가시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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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까지 타고 갈 배입니다. 묵호항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는 쾌속선으로 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배입니다. (저는 몰랐거든요. 난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검색을 안 했다는 증거입니다. ) 그래서 2시간 40분 정도면 울릉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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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여서 각자 배정된 좌석번호에 앉아 있다가, 움직이면 옮겨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멀미가 적게 오는 자리는 아래층 뒷자리라는 방송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출발 시에 모두 바다가 보이는 창가 쪽으로 이동을 했어요. "멀미봉투함'이 보이긴 했는데, 저는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음... 곧 닥쳐올 일을요.


출발 10분 만에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하지? 이 상태로 2시간 30분을 간다고? 위험한 건 아닌가?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잠을 청해도 봅니다. 곧 가운데 자리로 옮겼습니다. 정말 창가보다는 훨씬 괜찮습니다. Y는 잘 자고 있네요. 대단한 친구입니다.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멀미와 구토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닥에 누워서 힘듬을 견디어 보는 분들도 나타났습니다. 배가 앞뒤, 좌우로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리에서 손을 들면 선원으로 보이시는 분이 멀미 봉투를 가져다주십니다. 혼자서는 복도를 걷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어떤 남자 학생이 화장실을 가다가 계단으로 떨어질 듯 넘어지는 것을 다른 분이 잡아줍니다. 이렇듯 바이킹 최고 레벨의 상태로 2시간 40분을 타야 합니다.


'울릉도에 도착을 했습니다. 손님 여러분들은 조금 자리에서 기다려 주세요.'라는 선장님의 방송에 박수가 나왔습니다. 선장실에서 나오신 선장님도 강릉에서 오는 배는 돌아갔다면서 엄지를 들어 보이셨어요. 그만큼 오늘은 힘든 날이었다고 합니다. 휴... 다행히 저와 Y는 구토는 하지 않고 무사히 도착을 했습니다.



친구 Y의 웃긴 표정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존중합니다. ㅎㅎ


드디어 울릉도에 왔습니다.

기대되는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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