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구두 신고, 또각또각 건방지게 걸어보자.

by 장보라

오래간만에 구두를 신고 외출을 했다가 돌아왔다. 발이 살짝 아프다...


오늘 아침,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 가야 했다. 한달에 한번 있는 콘서트에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예술에 전당은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콘서트를 진행한다. 그래서 가끔 일정을 보고 미리 예매를 해서 그날의 특별한 일정을 기다린다. 그리고 한가지 더 좋은 것은 11시에 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전시회를 보는 하루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그냥 가보는 거다. 멋있어 보이는 것, 그 동안 안 해본 것을 해보는 것이 이제는 좋다. 그리고, 그런 예술적인 공간에 가는 일은 조금은 근사하게 차려입을 수 있어서 좋다. 예쁘게 입고 나가는 일이 퇴직을 난 후에는 특별한 시간을 나에게 주는 것 같아서 좋다.


신발장 안에 있는 구두를 꺼내 신어본다. 구두굽 때문에 키도 커진 것 같다. 그리고 구두를 신고 걸으면 좀 더 멋지게 걷게 되는 것 같다. 뭐랄까, 살짝 건방지게, 자신 있게,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외출 준비의 끝은 역시 신발이다.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걸어보았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하이힐을 좋아한다. 많이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자주 신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들고, 직업이 바뀌고 나서 편한 신발을 신고서는 하이힐을 신는 일은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 되었다. 한번 힐에서 내려와서 편안한 신발을 신은 후로는 다시 올라가기는 어렵다.


정말 일.일.일. - 일만 열심히 할 때가 있었다. 그 때, 내 차 트렁크에는 신발이 10개 이상.. 항상 있었다. 신발이 마음에 안 들면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씩 갈아 신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사기도 했다. 맘에 드는 신발을 구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자세히 보기도 하고, 우연히 지나가다가 만난 구두를 충동 구매도 많이 했다. 그래서, 구입하고 한 번도 신지 않은 신발, 특히 구두도 몇 개 있었다. 그만큼 나는 신발을, 특히 구두를 좋아했다.


내 발은 작다. 작고 얇고 하얗다. 여자 구두는 220-225 (브랜드마다 조금 다르다)이고, 운동화는 230~235를 신는다. 솔직히 내 발은 참 예뻤다.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하이힐을 신으면서 발을 혹사시켰어도 내 발은 멀쩡하고, 예뻤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신발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고, 슈즈 모델을 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나는 구두가게에 가서 내 발에 맞는 구두를 바로 신고 온 적이 거의 없다. 사이즈가 없기 때문이다. 매번 스페셜 주문을 하고 일주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가끔 길에서 이쁜 구두를 보고 바로 신고 오고 싶었지만, 그런 적은 거의 없다. 그러다, 2020년 1월 친구랑 간 홍콩 여행에서 내 작은 발 때문에 득템을 했다. 명품 아울렛에 갔는데, 작은 사이즈 덕분에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다. 딱 한개 남은 제품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마지막 제품이어서 80%이상 할인된 가격의 제품들이 있었다. 친구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면서 테스트 착용을 하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다. 작은 발이 이런 이득이 있구나 싶었다.


몇 년 전 나는 미니멀리즘에 빠진다. 그 때, 미니멀리즘의 실천으로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할 때, 신발을 정말정말 많이 버리고, 주위에 주고 했다. 그 후로 신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안 가지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도 신발, 구두를 살피고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그러다가 이성을 잃고 한 번에 몇 개씩 저지르기도 한다. 할 수 없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구두를 신고 콘서트와 전시회장을 또각또각 걸어 다닌 오늘, 지금 엄청 피곤하다. 그래도 기분만은 최고다. 올해는 예쁜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곧게 펴고 살짝 건방지게 걸으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림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