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어김없이 K가 전화를 했다. 군입대를 한 후 거의 같은 패턴의 일상이다. 이번엔 전역 날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그의 전역 일은 11월 말 쯤이었다. 입대 직전 터진 전세계의 재앙 코로나19로 K는 사용하지 못한 휴가일이 많다. 그래서 전역 일이 변경 될 것 같다고 한다. K는 곧 집으로 오게 될 것 같다.
미리 예상하지 못한 일에 나는 이런 감탄사만 내뱉었다.
“우와! 정말”
예전 같으면, 남은 휴가를 쓰고 부대에 복귀하여 전역 신고를 해야 했었다. 요즈음에는 그대로 집에서 전역 일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몇일 후면 K는 집에 온다.
작년 봄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봄에 군에 가려고 휴학 했어요.’ 하던 아이..
K를 마냥 내 품에서 자던 작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아들이 군인아저씨가 된다고? 학창시절 위문편지에 쓰던 그 군인아저씨가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실감이 나지 않은채로 시간은 지나갔고, K는 본인의 스케줄 대로 지원을 하여 군에 입대를 했다.
평소 힘들다는 소리를 잘 안하는 아이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참기만 할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딱 한가지만 다짐을 받았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참아야 할 일과 참지 말고 부모에게 알려야 할 일은 구분할 수 있지' 그렇게 한번도 길게 집에서 나간 적이 없는 아이를 신병 훈련소 앞에 내려 놓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실감나지 않았다. 이제 집에 가면 K는 없다. 텅 빈 그의 방을 볼 수 있을까?그렇게 K는 군인아저씨가 되었다.
신병교육대의 하루 하루는 저녁 시간에 올려주는 훈련사진에서 아들을 찾는 것으로 마감된다. 짧은 머리에 같은 옷을 입은 남자아이들 무리에서 아들의 모습을 어떻게 찾게 될까요? 신기하게도 바로 보입니다. 총을 들고 있는 팔만 보아도 내 아들은 보이더라구요. 사진이 없는 날은 잘 있나.. 궁금하기도 하여, 전화가 온 아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카메라가 보이면 정확히 얼굴을 찍어 달라고,.. 그래야 엄마가 마음이 조금 놓인다.. 했더니, 다음날에는 정확히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찍힌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훈련소가 지나고 부대에 배치를 받고서는 휴대폰을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는 2번 나왔었네요. 어색한 짧은 머리를 한 청년은 그렇게 이병에서 일병, 상병, 병장이 되었습니다. 병장이 된 모습은 아직 못 보았는데, 몇일 후에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린 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세상의 모든 아들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그런지는 몰라도 2살 정도는 어리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군인아저씨가 되고 곧 전역을 한다고 합니다.
그 동안 창고처럼 되어버린 K의 방정리를 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로 큰 일을 치르고 온 아이를 두 팔 벌려 맞이하려고 합니다. 이제 어깨도 넓어져서 엄마의 여행 짐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청년이 되었네요.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을 지냈는지 많이 궁금하지만, 일부러 질문은 안 할 생각입니다. 멋진 청년으로 20대를 지내게 될 K의 남은 시간들이 기대가 됩니다.
- 2021. 0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