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행복감

공항에서, 병원에서, 시험장에서

by 장보라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대입 시험일 날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

추운 날 (나이가 나오는 시점이다. 나는 추운 12월에 선지원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다) 대입 시험을 보았었다. 믿었던 수학에서 완전히 망치고 눈물도 안 나오던 그때, 대학교의 큰 캠퍼스를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 문밖에서 나를 찾고 활짝 웃으시던 아빠의 얼굴을 보았을 때 참고 있던 눈물이 흐른 적이 있다. 펑펑 울고 싶었으나 들키기 싫어서 애써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아빠에게 달려갔었다, 아부지의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그 손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공항

나는 유독 공항 픽업을 많이 갔다

남편은 출장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은 행복하다

저기 문안 쪽에 그의 얼굴이 보인다

키가 큰 그는 찾기가 쉬웠다

물론 문이 열리고 아빠가 보이면 아들이 제일 먼저 뛰어가곤 했다

아빠 주위를 살피면서 선물을 챙기는 아들의 목적은 아빠 손에 들려있는 장난감이 최우선이었겠지만 그거마저도 귀엽고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공항에 가면 그때의 추억이 많이 떠오른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더욱 설렌다

출국장 밖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병원

얼마동안 병원을 자주 갔었다

나는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이라서 힘들어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힘든 일이었다

병원에서의 힘든 시간이 흐른 후 로비에 나오면 오빠와 언니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오빠네 집으로 가서 며칠을 보내곤 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우리 집에 편하다

내 방이 좋다

하지만 오빠 부부의 마음씀이 고마웠고 왠지 모르는 든든함이 좋았다

그래서 언니의 감사한 마음에 거절을 하지 않고 두 분과 그리고 조카들과 보내는 며칠이 좋았다

그때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나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제는

도와달라고

힘들다고

그런 말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동안 너무 담담한 척, 괜찮은 척,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