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북클럽 북보라에서 읽어보자고 한 책인데 제목이 영~~ 어떻하지? 몸이 아파서 치료 중에 읽기에는 감정선이 힘들 것 같았다. 어쩌면 그 감정 때문에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 속에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다.
저자(글) 파스칼 브뤼크네르
현대 소설가>프랑스 작가
소설가이자 철학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으로 손꼽힌다.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르노도상과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몽테뉴상과 뒤메닐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면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순진함의 유혹》 《아름다움을 훔치다》 《영원한 황홀》 등을 발표했고, 한국에서는 영화 〈비터문〉의 원작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48년 프랑스 파리 출생. 파리 1대학, 파리 7대학, 고등연구실습원에서 공부했고 파리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일하며 《누벨 옵세르바퇴르》 《르몽드》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교보문고
[본문 중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네가 걸어갈 길을 스스로 닦은 개척자다. 이 세대는 한창때 젊음을 재창조했고, 지금은 노년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심리적 나이가 생물학적. 사회적 나이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용맹하다. 이 책은 지적 자서전이자 선언문으로서, 인생의 기나긴 시간이라는 한 가지 문제만을 다룬다. 우리는 50세 이후, 젊지 않지만 늙지도 않은, 아직은 욕구가 들끓는 이 중간 시기를 살펴볼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인간 조건의 중대한 문제들이 날카롭게 부상한다. 오래 살고 싶은가, 치열하게 살고 싶은가? 다시 시작할 것인가, 방향을 꺾을 것인가? 재혼 혹은 재취업을 하면 어떨까? 존재의 피로와 황혼의 우울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나큰 기쁨과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까? 회한이나 싫증을 느끼고도 여전히 인생을 잘 흘러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인생의 계절에서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
--<내생각> 프롤로그부터 마음을 때리는 문장들이 시작된다. 아! 이 책은 쉽게 한 장 한 장이 넘어가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한다. 아직 인생에서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나이는 들었고 몸은 늙었다. 정말로 이대로 쉴 것인가? 다시 한번 달려볼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작가님이 내 머리에 들어왔었나 보다.
인생은 여름날 저녁처럼 죽죽 늘어진다. 싱그러운 공기, 맛있는 음식,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잠보다는 그저 이 마법 같은 저녁을 오래오래 누리고만 싶다.
--<내생각> 그림이 그려진다. 좋은 사람들과 하하 호호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저녁 풍경이라니. 그렇다. 사는 게 머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이 정도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조금 길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그저 살날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삶과 맺는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출생 시기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억과 기준을 간직한 채 지구상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내생각>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고 해서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고 있다. 과연 언제 태어난 사람들이 가장 다이나믹하게 살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결국, 까놓고 보면 사기다. 과학 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이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를 쌩쌩한 30대, 40대의 외모와 건강 상태로 살게 해준다면, 혹은 우리가 선택한 연령대로 살아가게 해준다면 그게 진짜 기적일 것이다.
--<내생각> 과연 선택한 연령으로 살아가게 해준다면, 몇 살로 살고 싶은가? 나는 솔직히 20대로 살고 싶다. 그 찬란한 젊음을 좋은 지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규칙은 사람을 안심시키고 방향을 잡아준다. 마음의 짐을 규칙에 내려놓고 놀라운 에너지를 끌어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자기를 다잡고, 시간표를 세우고, 무엇을 하느냐에 상관없이 시간을 촘촘하게 나누었다. 하루, 한 주를 작은 단위로 반드시 나누어야만 했다. 청소, 책상 정리, 정해진 순서에 맞춰 옷 정리하기, 가벼운 체조 등등. 의식 rituel은 일상의 기도다. 그런 식으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은 그날만의 고유한 색채를 잃고 동일한 재질의 표본들로만 남는다.
--<내생각> 해야만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넣어야 하는 시간들들이 있었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로 그 시간을 채워갈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나이를 먹은 것에 대한 그나마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규칙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다. 하고 싶은 일을 들고 이걸 어디에 넣지? 어떻게 하지? 생각하는 일은 즐겁다. 그냥 하고 싶다고만 안 하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만들기 위해 우연을 선택으로 바꾸는 일이다. 한번 실수했더라도 다시 나오는 갈림길이나 교차로에서 바로잡으면 된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라도 잡은 사람이 옳다. 부활은 이승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끊임없이 죽고 다시 살아난다.
--<내생각> 이 말에 감사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슬펐다. 나이 듬에 대해서 너무나 부정적인 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운이 빠지고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달려도 되는 거죠? ㅎㅎ
* 삶에는 운명의 온갖 가능성을 품은 때늦은 재-출발도 있다.
--<내생각> 이 책 속에는 GW라고 표시하게 되는 글들이 많다. 좋은 글. 나중에 다시 인용하고 쓰고 싶은 글에 내가 표시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게 될까? 노년은 노망과 저주라는 이중의 함정에 빠진다. 트집쟁이, 투덜이, 꼰대가 우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수가 틀어지면 당장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내생각>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은 안 했다. 나 하나, 내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가기도 힘든데,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말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 물론 그들은 내 말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ㅎㅎ 꼰대는 귀여운 표현이고, 트집쟁이, 투덜이, 노망, 저주 이런 단어는 무섭다. 잘 늙어야 한다.
우리는 나이를 먹되 마음이 늙지 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 당장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라.
--<내생각> 마음이 늙지 않을 자신도 있고 세상을 향한 욕구는 아직도 많다. 괜찮게 나이 들고 있는 증거일까? 얼마 전 죽음을 생각해 본 나는 당장 죽을 것처럼 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년이 청춘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활력, 아름다움, 위험을 무릅쓰는 폐기, 인지적 유연성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쌩쌩하게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다. 채우고 발견할 것도 많고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 느껴봐야 할 감정이 많은 청춘이 부럽다.
--<내생각> 부럽다. 젊음이 부럽다. 청춘들이여 그렇게 사용할 거면 나에게 주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찬란한 젊음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몰랐다.
사건은 마무리되지 못했을 때만 가슴이 아프다. 나이가 들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그렇게 아프다. 마치 이미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에서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것과도 같다. 그 원동력은 조건법 과거형, 즉 '~했더라면'이다. 하지 못한 일을 두고 자기 연민에 빠지기만 하면 된다.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실제 일어난 일보다 중요해진다.
--<내생각> 과거로 돌아가서 ~했더라면, 이 주제로 북클럽에서 이야기를 했다. 결과는 두둥! '결혼하지 않았더라면,...'이 가장 많이 나왔다. 아니, 거의 압도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었다. 모두들 그런가? 그 오빠랑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결혼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머 등등. 역시 우리에게 결혼은 인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큰일이었다. 정말 잘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다른 이와 다른 때에 결혼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다시 살 수 있다면, 스무 살만 더 젊었어도!
--<내생각>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에 '아니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다시? 노노를 외쳤는데, 지금은 한 번은 다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마음이 바뀌었다.
세상을 떠나는 것도 때를 잘 타야 한다. 너무 일찍 죽거나 너무 늦게 죽으면 곤란하다.
--<내생각> 너무 이른 죽음은 아깝다고 하고, 너무 늦은 죽음은 .... 어렵다.
우리 삶을 구획하는 시간부사들 중에서 '벌써'와 '아직도' 역시 특별하다.
'벌써'는 나이 많은 이들에게 통계적 비정상, 짜증스러운 조숙으로 와닿는다. 벌써 의사가 됐고, 20세에 벌써 학부를 졸업했고, 벌써 결혼했고, 벌써 애도 있다고? 이제 겨우 어린애 태를 벗은 블로거,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래머, 유튜버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그의 생애를 다룬 출판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아직도'는 짜증과 고질적 비정상을 나타낸다. 아직도 여행을 다닌다고? 아직도 현역이라고? 아직도 건강하고 시력까지 좋다고? '벌써'가 젊은 사람들의 보기 드문 능력에 대한 반응이라면 '아직도'는 당황스러운 지속에 대한 반응이다. 특히 '지금도 그래? 여전히 그러고 있단 말이야?'라는 뜻이다.
'아직도'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한다. 죽어가는 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삶을 붙들어주기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바닷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막힌 경치나 빼어난 걸작을 마주하고 싶다 등등. 막을 내리기 전, 마지막 춤을 아직도 추고자 한다. 아직도 살고자 한다!
--<내생각> '벌써'와 '아직도'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다.
매일 잠들기 전에 기쁘고 유쾌하게 말해보자. '나는 잘 살았고 행운의 여신께서 내게 맡기신 일을 다 행하였다. 신께서 다음날을 허락하신다면 기쁘게 새날을 맞이하자.'
--<내생각> 얼마 전 나는 브런치에 '나는 그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는 글을 썼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울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있고 풍성할 수도 있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내생각>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이다. 무언가 인생에, 노년에 대해서 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런 이야기로 끝이 났다. 인생은 답이 없다.
--<내생각> 프랑스의 철학자, 소설가.. 이 신 작가님의 글은 역시나 어려웠다. 번역해 주신 분조차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하신 분이라서인지 고급 진 문장들이 많았다. 한 페이지가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들 속에 나를 집어넣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너무 감성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애썼다. 살짝 답을 주겠지? 하는 기대도 했다. 아! 이 책은 그런류의 책은 아니지? 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했고, 현실로 바로 돌아오기도 힘들었지만 이 책은 다시 읽어보는 책장으로 곱게 넣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