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매일 글쓰기 11일 차 (2023.05.03)

by 장보라

전화벨이 울렸다.

'목소리 들어요.' 하는 카톡 메시지가 온 후다.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잘 있죠? 우리 만나요. 동네로 갈게요.'


그녀를 알게 된 건 1년이 조금 넘는다. 온라인에서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그녀를 기억한다. 우리는 같이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나고, 오프 모임에서 우연히 같이 자리를 하면서 가끔씩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행 모임에서 전주 도서관 여행을 가는 길에도 함께 했다. KTX에서 가방 속의 과일을 꺼내어 놓던 그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치료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할 때도 가끔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곤 했었다. 항상 그녀가 먼저 나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고마움이 앞선다.


어제 점심을 같이 먹자며 우리 동네까지 온다고 한다. 나에게는 치료 후 2번째 외식인 샘이다. '밖에서 무얼 먹을 수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산책이나 운동 이외의 외출에 오래간만이라서 아침부터 부산했다. 어색한 화장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무얼 입고 나가나. 나는 작년 이맘때 어떤 옷을 입고 살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몸무게가 줄어서 적당히 넉넉하게 들어가는 옷들이 기분이 좋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옷들을 살피다가 적당한 옷을 골라서 입고 핸드백을 들고 커다란 거울 앞에 서본다. '나의 모습. 괜찮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나이가 되었고, 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부쩍 신경이 쓰인다.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지나서 들어간 곳의 공기가 낯설다. 그녀가 곧 온다는 메시지가 왔다. 울지는 않겠지.. ㅎㅎㅎ 나는 나의 감정 상태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예쁜 그녀가 왔다. 음식을 시키고, 마주 앉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이들 이야기며, 나의 일신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런 것이 살아가는 행복이지 싶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니 항상 먼저 연락을 해왔다. 나는 왜 먼저 연락하지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이건 성격이라고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서 배울 점이다. 그녀는 먼저 전화하고 안부를 묻고 만남을 약속하고 시간을 내어서 나를 만나러 왔다. 와!!! 나는 왜 못했을까?


그녀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다음에는 내가 그녀의 동네로 간다고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꼭 그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내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보아야겠다. 나는 꼭 용건이 있어야만 약속을 잡을 수 있고, 그에 따르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내가 느끼는 이 행복감이면 충분하다. 나도 그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11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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