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레이리스트 만들어보기!
라떼 사람의 기억과 언어로는 이렇다.
예전에는 음악을 굳이 찾아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정보력과 판단력으로 뒤처진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앞서가는 사람은 있어도 내 스스로가 뒤쳐졌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이유는 환경이 좋았다.
거리에서 늘 음악 들려오고 (각종 매장 스피커와 거리 가판대에서)
음악매장이 어디에나 있었으며 (그곳에서 각종 가요챠트, 빌보드 챠트를 알 수 있었다)
티비 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이 어마어마했으며 (모든 세대가 가요톱텐을 보았고)
매일 라디오를 들었으며 (별밤과 두시의 데이트 애청자)
그것도 부족하다 생각해
나의 경우 종로 뮤직랜드를 수시로 드나들며 최신 음반과 포스터들을 사들였다.
그런 시절이 지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그렇게 쉽게 음악 정보를 얻지는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뮤직의 알고리즘 속에서만 쳇바퀴 돌 듯 음악을 만나고 있다. 뭔가 새롭거나 머리를 꽝 치며 음악에 열정을 불태울 그 무엇이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 물으면 음악을 좋아한다 말만 할 뿐이다.
물론 애써 서칭하지 않는 내 게으름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이전과는 다른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30대 초반 음악잡지에서 퇴사하고 3~4년이 흐른 이후 부터는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영화에서 만난 영화음악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꽂히는 드라마 음악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젠 알고리즘이 아닌 좀 다른 맥락으로 음악에 민감해지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본업인 글쓰기도 쉽지 않고, 공부도 새로 시작했고, 신혼생활도 노력의 연속인데 그렇게 음악을 공부하면서 듣는다?? 의욕은 생겼지만 실천은 아찔하다. 막연하다.
그런데 다른 관점으로 하루 하루 돌이켜보니, 내가 음악에 다가갈 필요 없이 음악이 수시로 내게 찾아왔던 것 같다. 내가 가지 않으니 음악이 나를 찾아왔던 거다. 기특도 해라~
다만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좋네, 하고 지나쳤던 거. 이젠 그 다가옴을 애써 기록해 보려고 한다.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해 본다.
시작은 8월에 다가온 음악들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내게 다가왔던 음악들.
주어지는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