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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음악들_8월편_01

음악이 다가오다

by 황은화

8월 내게 이런 음악들이 왔다.


1. 드라마<우리영화> OST 중 "미미"_CIFIKA

2. "Gunsan Gaka"_트리오웍스_재즈밴드_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3. "We all sustain ourselves in different ways"_?_사당카페 'Pipe'에서

-A different way to destory yourself'_The Void Wanderer_잘못된 검색으로

4. "혼잣말" "죽지마"_매드클라운_아내가 보내준 유튜브 링크

5. "My baby just cares for me", "four women"_니나 시몬_도서 '전쟁같은 맛'에서


1

25년 여름 '미지의 서울'과 '우리영화'를 뜨겁게 사랑했다.

음악은 단연 "미미"였다. 이 음악만 흘러나오면 마법처럼 생기는 미묘한 감정들. 드라마가 끝나고도 일주일 이상 꼬박꼬박 듣고 또 들었던 음악이다.

'미미'가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었던,

'네 의미가 닿을 듯 말 듯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자꾸 날아가 버리네
이 미미한 그리움을 바람에 태우면
언젠가 한번쯤은 네게로 앉겠지'


2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봄에 특별 전시가 있었다. 역대 한대음(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앨범들 전시였다. 그때 평론가들에게 사랑받은 명작 앨범들 훑어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앨범 중 하나가 트리오웍스의 앨범 "GUNSAN GAKA"(군산 가까)였다. ㅋㅋ


재밌었다. 뭔지 들어보고 싶었다. 군산이 가진 매력을 안다. 남들하고 다를 지언정 군산을 좋아한다. 그래서 재밌고 궁금한 앨범이었다. 하지만 까먹고 듣지 못했다. 그러다 7월에 아내와 여름 여행을 결정하고, 군산여행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와 8월에 이 앨범을 열심히 들었다. 더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에 그랬던 거 같다. 군산 가까? 가자!!! 또 가자!!!


참고로, 이 앨범은 2020년 한대음 선정 '최우수 재즈 &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군산 가까”는 선정된 앨범의 표제작이다. 팀 트리오 웍스(Trio Works)는 성기문, 찰리 정, 오종대 3명이 모인 팀으로 2018년 봄에 결성됐다고 한다. 소울재즈를 잘 살린 그룹으로 평가받는데, 평론가 김광현의 수식을 빌리며,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오르간 재즈 트리오로 특유의 출렁이는 소리와 담백하면서도 블루지한 팀 사운드가 매력적'이라 한다.

군산 좋아하시면 설명은 못하지만 한 번 들어보시길!

3

사당의 애착 카페가 있다. 이름하여 'Pipe' (여기 유럽의 빵맛을 제대로 구현한 젊은 여사장님이 계시다)

빵은 말해 뭐해고, 인테리어 소품들도 아기자기 재미가 있는데 작업하다 고개를 들어 벽쪽을 보니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다. 플레이어가 없어 나중에 들어보려고 제목을 적어두었다.


근데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 보니 에이... 음악이 없다.

"We all sustain ourselves in different way."

나중에 다시 가서 확인하니 음악이 아닌 메모라는 말이적혀 있었다. 음악이 아닌 메모를 기록한 카세트 테이프.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긴 했는데 암튼 음악은 아니었다.

유튜브뮤직에서 다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비슷한 다른 음악들이 펼쳐진다.

그렇게 해서 대체재로 만난 앨범이 The Void Wanderer의 'A different way to destory yourself'였다.

전혀 다른 맥락 쪽으로 빠져버린 거다.

삶을 버티게 하는 방법이 아닌 파괴하는 앨범을 찾아듣는... 나의 고약한 취향이란...


이 시니컬한 앨범에서 "4.57 am"과 "lightness"를 좋아한다. 미니멀한 연주 음악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머금고 있어 7월 이후 작품 쓸 때는 빠지지 않고 틀어놓는다.

4

아내가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다.

매드클라운의 신곡이 너무 아프다고!

"혼잣말"을 그렇게 만났다.


올해에도 죽을 겁니다.

통계적으로 하루에 39명

두 시간에 3명

일년에 14,400명

내 주변에 한 명쯤은 죽을 겁니다

...

올해에도 죽을 겁니다

따돌림을 당하던 한 친구가

나는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놀랄 겁니다


모두 그 친구의 이름 달린

검은 화면에 애도를 표할 겁니다.

방관하던 친구들은 그가 얼마나 성격이 좋았는지에 대하여

외면하던 선생님은 얼마나 성실했는지에 대하여

일로 바쁜 부모님은 늘 그렇듯 늦게 도착할 겁니다

....


쇼미더머니2에서 만난 매드클라운을 좋아한다.

당시 진짜 시인을 만난 희열과 놀람이 있었다.

단어 하나 하나가, 외로움과 고통 하나 하나가 화살이 아니라

못 처럼 내 머리에 하나 하나 정확하게 딱. 딱. 박혔다.

현대 사회에서 시는 이래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를 열렬히 응원했고, 이후에도 그런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어 시즌3와 시즌4를 시청했다.


그가 돌아온 느낌이다.

생생하다. 못이 박히듯 단어들이 아프게 박힌다.

5

'전쟁같은 맛'_그레이스 M. 조

(주혜연 옮김, 글항아리 p.247~248)


대학 은사님(철학교수)이 내게 추천한 책을 아내가 샀다. 하지만 아내가 다른 책들에 빠져 있어 내가 여름 내내 읽었다.


현대사의 아픔과 질곡을 온몸으로 살아낸 자신의 어머니, 척박했던 한국을 떠나 미국 이주로 행복을 실현하고 싶었던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되돌아본 책이다. 개인적이지만 결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전쟁같은 한 이방인의 처절한 삶의 보고였다.

"브라운(대학)에서의 첫 몇 달 동안, 나는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황홀한 기분으로 여러 친구와 어울리며 빠른 속도로 우정을 키워갔다. (중략) 자케타는 1학년 기숙사에 만난 내 단짝이었다. 그녀는 엄청난 미인으로 코네티컷 출신에 아프로센트릭 스타일을 갖춘 고상한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였다. 자케타의 우상은 니나 시몬이었고, 그 애의 방에서 우리는 "My Baby Just Cares for Me"에 맞춰 춤을 추거나, 정향 담배를 피우며 앉아서 "Four Women"을 곱씹어보곤 했다.

찐한 음악들이다. 이민자의 감성이 잘 스며져 있다. 아주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서 듣고 싶은, 재즈바에서도 가장 구석에서 듣고 싶은 음악들이다.


*

CIFIKA (씨피카)

여성아티스트

90년생,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냄.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며 주목 받음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세계


이름에 큰 의미는 없고 Pacifica Avenue 거리를 걸으며 중얼거리던 말이 재밌어 만들었다고 함.

인스타: @cifika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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