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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음악들_8월편_02

by 황은화

8월 내게 이런 음악들이 다가왔다.


6. "Pecado"_Caetano Veloso 카에타노 벨로주_영화 <챌리저스> ost 중

7. "Last Dance"_Chuck Mangione 척 맨지오니_그의 죽음

8. "너와 나는 같은 걸 보고 있었어"_윤석철 트리오_의류브랜드 스테디에브리웨어 전보성 대표

9. "annie"_Wave to earth 웨이브 투 어스 _배철수의음악캠프 35주년 기념 방송

미국 '롤라팔루자 음악 페스티벌' 현지 라이브 방송 중

10. "let down"_Radiohead 라디오헤드_ 배캠 '스쿨오브락'에서

6.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뇨 (Luca Guadagnino)의 <아이엠러브>와 <콜미바이유어네임>에 매료됐고, 후에는 <본즈앤올>에서도 그 감각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하여 나름 놓치지 않고 팔로잉을 하려고 했지만 <챌리저스>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놓치고 말았다. 테니스란 소재에, 떠오르는 별 젠데이아까지 출연한 작품이었는데 극장 개봉시기를 아쉽게 놓쳤다. 그러다 여름날 더위에 지쳐 소파에 누워 있다 불현듯 이 작품이 떠올라 OTT 결재를 했다.

영화는 잘 만든 거 같은데... 내 예상과 기대보다 큰 감흥과 몰입이 따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컸던 거 같다. 그는 훌륭한 영화작가가 맞다. 꼭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성격과 스타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와 공명하지 않았던 거 같다. 대신 내 마음과 공명했던 건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카에타노 벨로주의 "Pecado"였다. 벨로주의 그 처연한 목소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도 영화가 아니라 이 음악을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자료를 좀 훑어보니, <첼린저스>에 대한 극찬 중에 음악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듯하다. 영화와 더불어 OST 추천이 빠지지 않는다. 82회 골든글로브 음악상/ 오리지널 스코어부문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음악감독이 무려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쿠스 로스 콤비(Trent Reznor & Atticus Ross)이란 것! 픽사의 <소울>,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의 음악감독 말이다.

7.

그가 죽었다. 척 맨지오니.

또 다시 이 시대의 거장 하나가 사라지게 됐다.

올해 7월 22일에 유명을 달리했는데, 알게 된 건 8월에 인스타를 통해서였다. 지인들이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을 해 2~3일 동안 그의 죽음을 뒤늦게 되새기게 됐다.

좋아요를 꾹 누르고 한 순간 명복을 빌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음악을 다시금 찾아듣는 거였다.

"Feel so good"을 반복해 들었다. 여러가지 버전으로 들어보기도 했다.


수많은 사진이 있겠지만 베케트의 그것처럼, 밥 말리의 그것처럼 척 맨지오니는 플루겔 혼을 안고 있는 위에 이미지가 그를 상징하는 대표사진 같다. 이 사진이 표지가 된 앨범의 음악들을 듣다가 "Last Dance"를 의미 있게 들었다.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너무 유명한 필소굿보다는 "Last Dance"를 더 들으며 그를 잠시나마 더 기억하고자 했다. 이 음악 역시 카에타노 벨로주처럼 처연한 감상이다.

여름에 여름 답지 않는 음악에 젖어드는 흐름이다. 그래서 내내 힘이 안 났나보다.


8

코로나 이후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급성장해 왔는데,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패션 채널들이다. 그 진화는 꽤나 다양하게 이루어져 단순히 좋은 옷, 가성비 좋은 옷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의복의 역사와 그와 관련되 문화까지 소개하는 등 다양성을 갖추게 됐다. 옷에 대한 진심을 넘어 삶에 대한 철학, 일에 대한 태도까지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알게된 채널 하나가 (브랜드 스테디 에브리웨어) '스테디 라이프(Steady Life)'이다. 이 채널은 매달 마지막 주에 ‘월간 스테디'라고 해서 그 달에 그들이 샀던 옷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었던 책, 들었던 음악, 공유하고 싶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8월에는 대표 전보성의 음악 소개가 좋아 즐겨 들었다.

그 음악은 윤석철 트리오의 앨범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에서 “너와 나는 같은 보고 걸 보고 있었어"란 연주음악이었다.


8월에 듣기 딱 좋은 앨범이다.

"그래 아직, 나의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날은 유난스레 날 지치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너와 난, 같은 걸 보고 있었을까?'

9.

8월에 두 번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신나게 달렸다. 코스는 반포대교를 지나 잠실을 빗겨가며 양재천에서 마무리하는 코스, 음악은 시간이 맞아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들었다. 그런데 방송이 전과 다르게 특별했다.


올해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이란다. 그걸 기념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느니 이름하여 '배캠 in Lollapallooza'. 8월 1일 금요일부터 6일 수요일까지 미국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음악페스티벌' 현장에서 라이브 음악방송을 하는 거다. 콘서트를 송출하는 건 아니고 현지의 분위기와 재미난 음악 뉴스를 전하는 거다. 이날은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라는 인디락밴드를 인터뷰한 방송이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밴드란다. 역시나 이번에 처음 들은 이름이다. ㅜㅜ (정말이지 난 요즘 음악은 하나도 모르는가보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인스타 팔로워 194만의 아티스트!

처음 접한 이 밴드의 곡이 "annie"였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만든 밴드. 음악은 어렵지 않고 쉽고, 편하면서도 무엇보다 젊고 세련된 음악들이다.

잔나비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감성의 아티스트.

10.

8월에 두 번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신나게 달렸다. 역시나 위와 같은 코스. 이번에도 역시나 배캠을 들으며 가는데 이 날은 임진모 음악평론가님이 나오는 날이었다. 코너 이름은 '스쿨오브락'


거기서 임평론가님이 요즘 빌보드 챠트 보는 재미에 산다고 하며 케데헨과 k-pop 이야기를 하다가, 더 기뻤던 건 라디오헤드에 "Let Down"이 빌보드 100위권에 진입해 반갑다는 말이었다. 신곡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곡이 올라 왜일까 의문을 가졌는데, 아마도 어떤 드라마에 삽입돼 다시금 주목을 받는 거 같다고 했다.


라디오헤드 음악 당연히 좋아하는데 처음 듣는 이 곡! 너무 좋았다.

평론가님이 던진 힌트를 바탕으로 조사를 좀 해보니, 망해가는 샌드위치 가게를 배경으로 주인공 셰프와 그 주변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The Bear> 시즌1의 엔딩씬에 이 노래가 나온다 한다.

전주에 나오는 기타소리 진짜 끝내준다. 드라마 편집도 기가 막히다.


이 지식 덕에 <더 베어> 정주행에 들어갔고, 다시금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앨범을 재생해 본다.

명반 속에 명곡들! 여기 숨어 있던 보석이었다.




*윤석철 트리오

피아노(윤석철), 베이스(정상이), 드럼(김영진) 조합의 트리오

2009년 결성.


검색을 해보니,

재즈계의 '무서운 아이돌'이라느니, '국내 대표 재즈 트리오'라는 수식들도 보이고, 해외서 열렸던 K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여한 걸로 봐서 꽤나 유명한 아티스트들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안테나 뮤직 소속이라니 뭐... 이 팀을 잘 주시해 봐야겠다. 일단 좋다.

@scjazzy


*웨이브 투 어스

김다니엘 (기타, 보컬), 차승종 (베이스), 드럼(신동규)중학교 때 만난 친구 둘(김다니엘과 신동규)이 밴드를 만든 게 시초, 이후 각자의 삶과 음악을 살다가 2018년부터 다시 뭉치게 됐다고 함.

(차승종은 김다니엘의 고등학교 1년 후배 인연)


배경들이 다들 예사롭지 않다. 김다니엘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고, 부모님들이 클래식 전공자라고 한다. 반면, 차승종은 부모님이 선교사라 아프리카 케냐에서 7년을 살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신동규는 팀 힙류 전 재즈 밴드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런 특이한 배경으로 음악 색깔도 활동 이력도 남다른 듯하다. 언어에 대한 장벽이 없어 영어로 가사를 써 그게 자연스럽게 통한 듯싶다. 그 결과, (나무위키를 보니) 스포티파이의 월간 청취자수가 한국인 아티스트 중 아이돌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밴드라 한다.

@wave_to_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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