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눈깔이가 무서워~~~
9월 내게 이런 음악들이 다가왔다.
1. "Cherup Rock"_Smashing Pumpkins_tv 시리즈_Alien: Earth_노아 홀리 감독_5화 에피소드 엔딩음악
2. "Lilies of the Valley"_Jun Miyake_빔 벤더스 다큐 <Pina> 엔딩 음악 (안무가 피나바우쉬 작품 조명, 2011년작, 2009년 피냐바우쉬 서거 이후 제작)
3.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_장혜리_상암동 김밥천국_놀면뭐하니 서울가요제 편에서
4. "Plantasia"_Mort Garson_서울기술원 oo 캠퍼스 하반기 개원
5. "Beanie"_Chezile_골때녀 불나방 vs 불사조 경기 이후 엔딩송 (9월 10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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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을 기다린다. 유일하게 보는 티비 방송이 이 날 모두 방영한다. <골때녀>와 <나는 솔로>!
최근에 하나가 더해졌다. 티비 방송은 아니고 ott (디즈니 플러스)시리즈로 수요일이 공개일이다. 그 작품은 다름 아닌 노아 홀리 감독의 <에일리언: 어스>(Alien:Earth_리들리 스콧 제작)이다.
푹 빠져 있다. 어느 순간부터 '에일리언'과 '쥬라기공원'은 더 이상 영화적 생산이 아니라 시리즈가 적합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작사가 그 점을 잘 노렸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놀라운 에일리언의 세계를 감독이 섬세하고 지독하게 그려내고 있다. 두 가지 큰 특징은 (호불호는 분명 타겠지만) 인간성이 상실된 미래 사회에서 피터팬과 웬디 이야기를 교묘하게 비틀었고, 에일리언 외에 다른 외계 생물체를 등장시켜 종의 다양한 특성과 잔인성을 배가시킨 것이겠다. 4화, 5화, 6화로 갈수록... 점점...대체 이거 뭐지...
5화에는 눈깔이 쭈꾸미 괴물에 완전히 전율하며 몸이 잔뜩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Smashing Pumpkins "Cherup Rock"
어린 시절에도 지나쳤던 그 스매싱 펌프킨에 빠져들었다.
*
이런 나의 인상은 유별난게 아니었음.
이 시리즈의 매화 엔딩송에 매료돼 그 의미와 가사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관심있는 분은 조금더 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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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시네마에서 무용에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했다. 늦어서 예매를 놓쳤다. 무려 피나바우쉬의 다큐를 같이 보는 시간. 빔 벤더스 감독이 피나 바우쉬 사후(2009년), 그녀를 추모하며 예찬하며 제작한 <피나 PINA> 라는 다큐멘터리다(2011년).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놓쳤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았다. 다행히 블루레이가 있었다. 그래서 작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만난 피나의 세계와 다시금 조우했다. 보고 느낀 건 이 아름다운 기록을 아직도 모르고 살았다니!!! '나, 피나바우쉬 팬 맞아?!!' 연극에서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엇들이 피나 작품 속에 이렇게 숨쉬고 있는데 이걸 모르고 살았던 나의 무지를 한탄했다. 6개월에 한 번씩은 봐야할 작품이라 여겼다. 공업도시 부퍼탈의 축복이었던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수장 피나, 그녀는 떠났지만 탄츠테아너는 계속 되고 있고, 올해 11월에는 엘지 아트센터에서 <카네이션> 공연이 열린다.
여기에서도 엔딩곡이다. 작품 중간에도 나오고 엔딩에도 다시 나왔던 곡을 소개하고 싶다. 피나의 작품 전체를 설명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의 곡으로 꼭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예술적인 색채가 짙게 스며든 음악으로, 평상시 들어보기 쉽지 않은 선율일 것이다. "Lilies of the Valley"_Jun Miyake (준 미야케)
피나는 꽃이다. 춤추는 꽃. 약한 꽃대를 지닌 듯 보이지만 결코 꺽이거나 그 향기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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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다큐를 보고 난 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김밥천국에 갔다. 밥을 먹으며 티비를 봤는데, '놀면 뭐하니?'가 나온다. 지금 한창 진행중인 프로젝트인 '서울가요제' 방송분. 조만간 옛명곡을 토대로 가요제가 열릴 예정인가보다. 관련해 80년대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혹은 당시 인기가요들이 소개됐는데 이 노래가 나왔다. 다른 곡들은 그냥 지나쳤는데 이 곡은 이상하게 다시 듣고 싶어졌다.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난 이 노래 가수를 지금까지 장혜진이라고 생각했다 ㅜㅜ)
이제는 울지 않을래
이별은 너무 아파요
다시 떠난다해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기억하지는 않아도 지워지지가 않아도
슬픔 뒤 밀려드는 그리움
세월이 지난다해도
언제까지나 그대로
내 곁에 머물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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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조경공부를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교육기술원의 한 캠퍼스를 다니는 수강생이 됐다. 어쩌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그저 막연했기에 마치 우연이 선택하게 된 일 같지만 생각할수록, 돌아볼수록 우연은 아닌 거 같다. 아버지가 조경일을 평생 해오시고, 어린 시절 나무타고 개와 들판을 뛰어다니며 살았으며, 꽃선물하길 늘 좋아하고, 갈수록 사람보다 식물이 좋아지는 나니까 말이다. 어쩌다 신청했지만 결코 우연은 아닌거다.
그걸 기념해 노래를 선곡해봤다. 가장 자발적인 음악듣기가 되겠다. 유튜브 뮤직에 직접 검색어를 넣어보았다. 'botanical' 'plant' 'flower' 등등...
그러다 만난 음악이 "Plantasia"(Mort Garson)이다. 요상하게 밝고 신비로운 음악이다.
식물을 가까이 하는 삶은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인간의 실천의지 같다. 자연은, 동물들은 뭐라 느낄지 모르지만 인간적인, 인간다운 활동이 아닐까 한다. ai이니 로봇이니, 정치분쟁이니 인종차별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뭐니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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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가 새 시즌, 새 단판 토너먼트에 들어갔다. GIFA(지파)컵!
눈여겨 볼 것은 이전 레전드 멤버들이 '불사조'란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누구보다 반가운 얼굴은 시조새 오브 시조새 박선영 선수였다.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 지금의 선수들을 제압할 힘과 기술이 그들에게서 나올 수 있을까?
반가웠지만 응원하는 나 조차 두려움과 우려가 먼저 생겼다. 그런 불사조의 단판승부 상대는 다름아닌 불나방이었다.
불사조 vs 불나방
흥미로운 매치가 아닐 수 없다. 박선영이 몸 담았던 친정팀과의 대결이라니~~~ 그때에 막내가 주장(안혜경)이 된 팀, 그녀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강보람과의 대결 등. 스토리텔링이 가득한 경기였다.
경기는 예상과는 달랐다. 놀라웠다. 내가 골때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금 발견한 시간이었다.
늘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넣는 그녀들. 끝내 탈진하고 쓰러지고 눈물로 범벅이 돼도
물러서지 않는 선수들. 경기 결과는 불사조의 패배! 그러나 아름다운 패배였다. 아름다운 패배가 진짜 존재한다면, 그런게 있다면 이 경기는 아름다운 패배가 될 것이다.
이 한 경기를 위해 레전드 선수들은 여름을 불태웠다. 아쉬움이 가득했겠지만 박선영은 그렇게 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다른 팀원들을 독려했다.
방송의 엔딩곡은 유독 감성적이었다. 불사조라는 팀에게 어울리는 음악은 아닌 듯하지만 슬픈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기에는 이만한 곡이 또 없을 것 같다. 바로 즐겨찾기에 저장해 자주 꺼내 듣고 있다.
"Beanie"_Chez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