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노래를 불러요 hey brother baila baila
9월 내게 이런 음악들이 다가왔다.
6. "What's Going on"_마빈 게이_패션유튜브 채널 untiteld 282
7. "A Case of You"_ 조니 미첼과 프린스_배캠의 '배신의 한 수'
8. "Baila, Baila"_소이에_마이크를 들고 어디에서나_인스타그램
9. "Van Gogh"_Virginio Aiello_유튜브뮤직 추천 알고리즘
10. "가을에 만나"_윤건_어느 아침 라디오방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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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유튜버 중에 최근 즐겨 시청하는 사람이 있다. 닉네임 '킹타쿠!' 의류 브랜드 <우드비 woudlbe>의 대표 김준엽이다. 우드비를 모르지 않는다. 나에게 우드비는 여자가 입어도 이쁘고 남자가 입으면 더 이쁜 셔츠를 만드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색감이나 패턴에 한끗 차이가 있다. 그런 브랜드의 대표를 올해 여름 유튜브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됐다. 채널 <Untitled 282>에 이어 <타쿠의 취향>, 그러다가 아내분의 유튜브 채널까지!
그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스며든달까. 그는 도시의 일원으로 느끼는 감성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옷에 더해 자신이 최근 관심 갖고 좋아하는 것들(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는 빈티지를, 빈티지한 것들을 좋아한다. 데님을 좋아하고, 안경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데, 스치듯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음악하면 소울뮤직하면서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이 최고라는 데에 방점을 탕. 탕. 찍는 걸 목격했다. 마빈 게이? 왓츠 고잉 온?? 늘 많이 들어왔던 이름들이다. 그건가? 그런데 그게 뭔대??? 실상은 모른다. 그래서 찾아봤다. 찾아들었다.
들어보니 안다는 착각은 그저 착각이었다. 처음 듣는 음악이다. 그런데 듣자마자 귀와 머릿속에서 폭죽이 펑. 펑. 터진다. 마치 브루노 마스의 "Leave The Door Open"을 들었을 때의 전율처럼 마빈 게이의 목소리에서 오묘한 섹시함을 느꼈다. 정말로 멋진 곡이다! 탁월한, 소울풀한 목소리. 흑인 음악의 새로운 지평(소울과 R&B)을 열만한 음색이다. 아마도 나만 모르던 곡 같다. 꽤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대신 즐겁게 발견하고 한껏 즐겨보겠다.
이런 명작을 깊이 향유하는 디렉터가 디자인을 하니 옷도 빛나는 것 같다. 가을에는 우드비의 셔츠도 하나 구매해야겠단 야무진 계획도 하나 마음에 새겨본다.
7
전설 프린스도 조니 미첼의 이 곡을 남다르게 여겨 리메이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곡은 교과서에 실려야 마땅한 곡이라고 주장했다.
대체 무슨 어떤 노래길래? 전설이 전설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을까? 가사는 또 어떻길래?
A case of you_Joni Mitchell
Just before our love got lost you said/ “I am as constant as a northern star”/And I said, “Constant in the darkness, Where was that at?” “If you want me I’ll be in the bar”
우리 사랑이 길을 잃기 전에 당신은 말했죠/ “난 북극성처럼 변하지 않을 거라고!” / 난 말했죠, “어둠 속에서 한결같은 것, 그런게 있긴 한가요?”/ “당신이 날 원하면 난 바에 있을게요.”
(중략)
Oh you are in my blood like holy wine/ oh and you taste so bitter/ but you taste so sweet/ oh I could drink a case of you/ I could drink a case of you darling/ and I would still be on my feet/ oh I’d still be on my feet.
당신은 신성한 와인처럼 내 피에 흘러요 / 당신의 맛은 쓰고 / 또 꽤나 달콤해요/ 난 당신을 한 짝은 마실 수 있어요/ 내 사랑, 난 당신을 한 짝은 마실 수 있어요/ 그러고도 여전히 두 발로 설 거에요 / 취해도 온전히 서 있을 거에요.
Oh I am a lonely painter
오, 난 외로운 화가죠.
...
그윽하다. 근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와인에 비유한 곡이라니~
이 글을 쓰는 가을에 어울리는 곡이 되겠다.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얼얼한 맥주보다는 레드와인의 계절이 왔기에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프린스의 말처럼 교과서에 이 노래를 싣기에는 가사가 그리 교육적인 건 아닌 듯하다. 대신 연애학 개론에는, 데이트 고급 스킬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근사한 가을날 아내와 와인을 마실 때 이 곡이 생각나길 바래본다. 더욱더 근사한 저녁이 될 것이 분명하다.
8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그녀가 원조일까?
인스타그램 보는데 바다 풍경 가운데 노래가 흘러나온다. 배경음악이 아니다. 여자가 노래를 직접한다. 그럴 수 있다?!! 할 수도 있지~~
그런데 마이크를 들고서 노래를 한다. 술 한 잔 한걸까?
여행지를 산책하며 흥얼흥얼 부르는 게 아니라 마치 공연장인양 마이크를 들고 제대로 노래를 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거나 미소를 지으며 걸을 시간을 그녀는 자신의 공연 시간으로 만드는 중이다.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그리고 청량하게 다른 이들의 배경과 배경음악이 기꺼이 되어 준다.
그녀가 부르는 정미조의 "7번 국도" 를 홀린 듯 듣다가 이내 그녀의 신곡 "Baila Baila"의 여름에 가닿는다.
지나간 파도와 웃는 너에게로/ 떠나간 그대가 남긴 bolero/ 마지막 나의 노래가 닿을 지는 모를 지라도/ 언제까지나 bailaremos (춤추자) estaré aqui (언제까지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소이에 soye'이다. 2019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원더걸스 유빈(그녀의 회사)과 전속계약을 해 다시금 주목을 받은 아티스트이다.
음악은 들을 수록 질문이 된다: 당신은 이 여름 좋은 추억이 있었나요? 어설프지만 사랑을 했었나요? 설렜나요? 아팠나요? 많이 추억하고 많이 좋았나요?...
어딘가 아련하고 아름다운 이 노래는 듣다보면 파도처럼 밀려와 자꾸 질문을 해오는 것만 같다. 진짜 대답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짓궂게 말이다.
*
스페인어로 'bailar'는 춤추다라는 뜻, 그걸 활용한 표현인 'bailaremos'는 '같이 춤추자!'라는 말.
노래 추천과 더불어 소이에(soye)의 인스타를 추천한다. 그녀가 그려낸 여름 색채를 직접 마주하시기를!
9
유튜브 음악 알고리즘 추천이 좀 더 다양해졌다. 다른 생소한 음악들이 섞이며 좋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업데이트? 되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 음악 듣다가 자연스럽게 들었고 좋았다.
반 고흐란 곡제목과 그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음반 표지가 장식된 피아노 음악이다. 기본적으로 미니멀한 세계이다. 깊고 진지하다. 미니멀한 세계치고는 꽤나 감정적인 결이 느껴진다. 그림에 빗대 상상을 하면 황량한 가을대지의 공허함과 쓸쓸함 속에 고흐의 고독을 표현한 거 같다. 고흐의 내면풍경을 연주자가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투명한 슬픔의 정서. 하지만 언어로 가둘 수는 없는 세계.
상상을 자극하는 음악이다. 연주자의 세계가 과연 무엇을 향해 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시작점이 "Van Gogh"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흐'란 예술가의 이름. 작년에 갔던 아를의 풍경이 떠올라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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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떡 하니 오자,
‘다들 완연한 가을이다. 이제 드디어, 마. 침. 내. 진짜 가을이라고’ 환영 멘트를 반복한다.
아침 등원길 라디오에서 디제이의 그렇고 그런 가을 멘트 가운데 가을 노래를 들었는데 좋았다. 처음 듣는 가을 노래 그리고 익숙한 윤건의 목소리
윤건 목소리를 백 만년 만에 듣는 듯했다. 반가웠다.
그에게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가을에 만나"
슬프고 아련한 가을이 아니라
설레는 가을 감성을 담은 윤건의 목소리다.
그래 만나자! 좋은 가을날 만나자!
추석 땐 친정들, 가족들 만나고
그런 다음 푹 쉬고
그리고 난 다음에 꼭 너를 만나자!
밥 먹자, 조만간 보자, 꼭 보자, 다시 연락하자, 말만 하지 말고
이번엔 진짜 만나보자!
애인이든, 친구이든, 옛 동료이든, 선배든, 후배든, 좋은 사람이라면 꼭 이 가을에 만나보자!
이 노래 듣다보면 그 약속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한다.
일단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아내 몰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