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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마제소바

귀멸 덕후가 만든 마제소바를 먹으며...

by 황은화

가을날 나는 이런 음악들을 만났다. (9월과 10월을 지나며~)


1. "좋아하니까!"_Yuika_일산에 한 마제소바 전문점에서

2. "Labor of Love"_세브란스 OST (Severance, 애플TV)_2025년 에미상 시상식 결과를 살피다

3. "Time to Ascend"_더 펭귄 OST (The Penguin, HBO 시리즈)_2025년 에미상 시상식 결과를 살피다

4. "The Way We Were"_영화 '추억 OST'_로버트 레드포드 사망을 기리며

5. "Mule Skinner Blues"_The Fendermen_ 개그맨 전유성 사망을 기리며



친한 연출가의 공연을 보러 일산을 향한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아티스트로 선정, 이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 아래 연극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작품은 도시인이 일상에서 만나는 정신적 스트레스(그로 인한 분노와 화)를 다루는 내용으로,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고민과 방황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본 작품이다.

돌아오는 화요일(이흥근 작/연출)_13블럭소극장


현대인의 분노를 다룬 작품


그런 배경으로 공연은 대학로가 아닌 일산의 한 소극장에서 이루어졌다.

거리가 멀어 수강 중인 조경수업도 1시간 일찍 조퇴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다행히 공연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마두역 주변 동네였다. 알미공원과 안산공원을 산책하다보니 배가 고프다.

그때 마침 눈에 띤, 작지만 느낌 있는 마제소바 전문점.

주저없이 들어가 마제소바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빠르게 다 비웠다.

맛있었다.


포만감에 한결 여유를 찾은 나는 경쾌한 일본 음악을 들으며 가게 인테리어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 취향이 아니다.

귀멸의 칼날 찐덕후이시다.

굿즈들도 단순한 굿즈들이 아니라 구하기 힘들어 보이는 세련되고 특별한 굿즈들이다.


불과 며칠 전 넷플릭스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맛본 뒤, 귀신에 홀린 듯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에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봤던 나였기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주인장 셰프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번 <무한성편> 정말 굉장했지요! 극장을 나오는데 심장이 막 뛰면서 잠시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요."


잠시 정적.

당연히 귀멸에 대한 전문가의 감탄과 소감이 스프링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잠시 정적이다.

내 말을 들은 셰프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 것도 같다.

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이런 내용들을 전했다.


'영화 좋다는 말 들었다. 아쉽게도 보고 싶은데 볼 여유가 없었다. 가게 오픈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가 얼마 전에 태어나 정신이 없는 요즘이다. 아이가 밤에 자주 깨서 잠을 제대로 못자는 삶을 살고 있다.'


괜한 말을 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당연히 영화를 봤을 줄 알았건만 쉐프님은 그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위해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맛있는 마제소바를 먹을 수 있었던 거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 축복받은 시기이다.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시기.

아빠의 피곤 속에서도 아기와 아빠 모두 행복한 거다.


미안함과 어색한 표정은 잠시, 그가 부럽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앉아 물을 마시며 시간을 더 보냈다.

공연시간이 여전히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때 가게에서 들은 음악 중 하나를 기록해 두었다.


Yuika_"좋아하니까" (Sukidakara)


좋아하는 마음이 모든 걸 특별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


"멋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좋아하니까 멋있는 거지."

"남들이 놀려도 상관 없어. 왜냐면 넌 나만의 '히어로'니까."

"귀여워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좋아하니까 귀여운 거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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