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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화 Dec 08. 2022

바다에게 건넨 말

겨울시

           

바다에게 건넨 말    


           


바다에 와서 죽겠습니다

인간에서 물고기로 회귀하겠습니다

물고기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온 것만 같아서

때를 기다리다,



외롭고 어지러웠죠

꾹, 참았던 말 속에 비늘

혀끝에서 벗겨져요     



악몽에서 깨어나 문을 여니 바다였습니다



검푸른 잉크가 사정없이 바지를 적시고  

이름들 더 절절하게 들려오고

절규와 비명이 새들로 날아오르다 보니

팔을 벌린 허수아비 꼴입니다

소멸 앞에 팔 벌립니다



내 흰 개들의 흰 이빨들

그녀들의 하얀 가슴들

선명한 눈꽃들

선명해질수록 일치해가는 발밑에 통각      



바다여, 우리의 어둠도 일치해 가고 있습니다      

검은 개들이 달려와 내 지느러미 물어뜯고

미친 여자들이 웃으면서 심장을 뜯어먹고

눈동자가 얼어붙습니다


나 역시 악몽의 일부입니다.

결국 껍질만 남겠지요

바람이 껍질 속에서 춤을 추겠지요



그러니 바다여, 나를 덮쳐주세요~



부디 멀리,

아주 멀리

아무리 소리쳐도 나도 내 말을 못 알아 먹게

부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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