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
바다에 와서 죽겠습니다
인간에서 물고기로 회귀하겠습니다
물고기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온 것만 같아서
때를 기다리다,
외롭고 어지러웠죠
꾹, 참았던 말 속에 비늘
혀끝에서 벗겨져요
악몽에서 깨어나 문을 여니 바다였습니다
검푸른 잉크가 사정없이 바지를 적시고
이름들 더 절절하게 들려오고
절규와 비명이 새들로 날아오르다 보니
팔을 벌린 허수아비 꼴입니다
소멸 앞에 팔 벌립니다
내 흰 개들의 흰 이빨들
그녀들의 하얀 가슴들
선명한 눈꽃들
선명해질수록 일치해가는 발밑에 통각
바다여, 우리의 어둠도 일치해 가고 있습니다
검은 개들이 달려와 내 지느러미 물어뜯고
미친 여자들이 웃으면서 심장을 뜯어먹고
눈동자가 얼어붙습니다
나 역시 악몽의 일부입니다.
결국 껍질만 남겠지요
바람이 껍질 속에서 춤을 추겠지요
그러니 바다여, 나를 덮쳐주세요~
부디 멀리,
아주 멀리
아무리 소리쳐도 나도 내 말을 못 알아 먹게
부디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