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_오월시
몸살이 심해 진찰을 받는다
진료 말미에 몇 가지 처방약들을 설명해주다 의사가
3만원짜리 독감 검사를 권유한다
그 말이 똑, 떨어지는 걸 보고
독감임을 감지한 나는, 검사보다는 영양제 주사를 맞고 싶다 응답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자마자 다리의 힘이 쫙~ 풀려
병원문을 나설 힘을 잃고 만다
링겔을 맞는다
('링거를 맞는다'가 맞는 표현이라지만 의식은 '링겔을 맞는다')
텅빈 치료실 불이 꺼지고
수액이 똑. 똑. 몸으로 투입되는 걸
온전히 감각하고 있으니
몽롱하니 꿈결이다
이마와 볼이 오래된 전구마냥 저절로 발그레해지고
평소 침대에서 자지 않아
살짝 떠오른 공중부양의 육신
작은 구름에 누웠구나
입술만 살짝 닿고 식탁 아래로 떨어진
티슈 조각은 이런 기분일까...
가만히, 가만히,
더 가만히 있으면서
수액을 먹고 있으니
꽃망울을 피웠으나 빛도 부족하고
인적도 없는 바위 틈에
자리잡은 꽃이다
어쩌다 창백하게 피어
창백하게 아름답다
조용히 숨을 쉬다보며 더 어두워지는 세상
숨고 싶은 의도는 없으나
숨겨진 일상들
더 큰 계절로 분해되고
투신하고 싶지만
졸음만이 올 뿐이다
(모래시계도 이젠 모래만을 흘리지는 않겠지)
밖은 환하고 찬란한데
여긴 깨진 약품들 속에서 고요하다
똑. 똑.
떨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