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리기의 즐거움
불면퇴치 프로젝트 (잠자는 패턴 기록)
소소한 일상 기록
수면에 관한 동영상을 보는데, 한 전문의는 이렇게까지 주장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휴식을 위해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자기 위해 산다.
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일을 하고 활동을 하다 다시 자는 거다. 잠이 목적이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 그만큼 잠이 중요하다는 얘기.
잠에 충실한 삶... 그러고 싶긴 하다.
요즘 악몽에 시달리다 보니 더 다가오는 개념이다.
요며칠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아이패드5 에어도 구매(당근마켓)하고 애플펜슬도 생겨 그림을 안 그릴 수가 없다. 오랜만에 그리니 유독 재미있다.
어려서부터 운동에는 재능이 있어 결핍이 없었지만 음악과 미술은 꽝이었다. 별로였다. 좋아했고 열심히 했지만 또래에 비해 실력이 좀체 늘지 않았다. 열심히 그리고 결국은 뒤로 숨기는 아이, 그게 나였다.
유년시절이 다 좋았지만 부모님에게 한가지 아쉬웠던 건 나를 미술학원에 보내주지 않은 거였다. 피아노 학원은 왠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미술학원은 가고 싶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좋은 미술도구를 가지고 싶었다.
요즘 그림 스승은 작가 '이연'이다. 작가이자 유튜버인 그녀를 유명해진 이후에 만났다. 그런데 그림보다는 인생에 대해, 작가적 삶을 다루는 컨텐츠와 만났다. 유튜브와 책으로 그녀를 만나다가 며칠 전부터는 3년 전, 4년 전 영상을 보며 그림 작가로 만나고 있다. 그녀는 나보다 많이 어리지만 많은 독서와 사색, 시행착오를 겪은 지혜로운 사람으로, 이 시대의 작가이다. 닮고 싶다.
최근에 나온 그녀의 책도 조만간 구매할 예정이다.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한빛라이프)
누운 시간 (smart phone off): 01:00 a.m.
기상시간 1차: 05:00 a.m.
기상시간 2차: 07:00 a.m.
success/fail: S
누운장소: 부모님집 손님방 침대
자기 직전 행위: 마른 오징어에 맥주 한 잔, 유튜브 시청
수면도움 아이템: 없음
몸무게: 71.5 킬로
어제의 아름다움: 비 내리는 카페 밖 풍경 (연희동 노아 커피점)
오후 5시, 카페에는 한 여자 손님과 나밖에 없었다. 조용히 매장 가득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메모: (어제 수술을 마치신) 아버지가 아침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주셨다. 아침 먹고 쉬신다고 한다. 수술 후 통증이 꽤 심하다 하신다. 하지만 신발 신는 동작을 할 때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걱정은 되지만 신발 신을 때 좀더 유연하시다면 다행이다. 조금 더 많은 신경을 다스리는 수술이었기에 고통이 심하지 않을까 이해해 본다. 오늘은 재활보다는 푹 쉬셨으면 한다. 성격 급한 우리 부모님들.
그림그리기는 재미도 있지만 그리다보면 힐링이 된다. 잡생각이 없어지고 맑아진다.
내게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과 힐링이 되는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수영과 음악, 그림 그리기.
각각마다 할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은 그림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있다. 아이패드앱인 프로크리에이트(procreate)가 편하고 유용해 자꾸 손이 간다.
그림으로 먹고 사는 친구들이 내 그림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길, 기초는 부족하지만 선이 이쁘고 개성이 있다고 했다. 나쁘지 않다고~ 좋은 말만 듣고 기억하자!
나에게는 두 명의 그림 스승이 있다. 중대 서양학과 출신의 후배가 나의 첫 스승이었다. 그는 지금 모대학의 교수가 됐다. 그런 그가 당시 레슨비도, 재료비도 받지 않고 레슨을 봐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일 년에 한 번 연락도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았다.
당시 집에 방문해 기초를 잡아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레슨보다는 연애 상담으로 그 내용이 변질되었다. 듣다보니 빨려들었다. 오지랖이 막 솟아 올랐다. 그란 존재보다 그가 가진 배경에 끌린 여자여서 문제가 심각했다. 당시 본인 스스로는 잘 판단을 하질 못했다. 이성을 잃고 푹 빠진 모양새였다. 내 조언을 듣고 바로 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내 말과 충고를 이해하는 듯했다.
다른 한 명의 스승은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있는 전회사 동료였다. 처음에는 정석대로 잘 배우다가 이 역시 방향이 틀어졌다. 얼마 후 상암동 탁구 모임에 가입해 탁구를 치고 막걸리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형국이 됐다. 세세한 레슨에서 멀어지고 숙제를 내면 그걸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재미있던 시절이었다. 그도 나도 시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여전히 기초가 부족하나 나름 근본 있는 선생님들에게 자유롭게(?) 배웠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지만 그래도 그냥 0이 아닌 경험있는 0이 됐다.
그런데 두 사람 다 한결 같이 말하길, '기초에 연연하지 말기!'
기초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자유롭게 그리라는 거였다.
'그래?!!'
그래서 난 쿨하게 기초에 연연하지 않고 그렸다.
에헴~~~
그렇게 레슨과 사교의 시간이 지난 후, 운동 대신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틈 내서 그림을 그렸던 거 같다.글이 안 써질 때 그림을 그린 날들이 있었다. 몰입하다보면 서서히 조급함도 가라앉고 힐링이 됐었다. 대부분 걸작이 아닌 쓰레기가 됐지만 맘에 들어 보관하고 있는 이미지들이 있다.
이 가을 툭 하면 걱정 근심이 낙엽처럼 떨어질 테니 그림 많이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