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를 읽고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친한 동료가 책을 한 권 추천해줬다. ‘아프리카’와 ‘화장품’이라는 단어가 함께 조합되어 있는 게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져 관심이 갔다. 마침 저자 강연회가 열린다고 했고,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저자 고유영 작가님의 강연회에도 가보게 되었다. 고유영 작가님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스타트업을 시작한 분이다.
선생님은 '도전하는 삶'을 위해 아프리카에 왔다고 하셨다. 오랜 시간 일을 해왔고, 이제는 휴식이 필요한 나이이지만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여러 나라를 여행 중이셨다. 선생님은 도전이 가장 '나를 나답게'하는 일이라 하셨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도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오른 짜릿함이 되살아났다.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에서 '무모함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법'에 대한 내용 중 일부)
고유영 작가님이 아프리카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킬리만자로 정상 등반이었다고 한다.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하던 중, 무작정 킬리만자로 등반을 하고자 아프리카로 떠난 것이다. 갑자기 떠난 여행이라 비자조차 준비하지 않았었고, 도착비자가 되어 다행히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상까지 오르며 사계절의 날씨를 모두 겪고, 고산병으로 정상에서의 사진도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혹독한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 내내 '행복'이 얼굴에 묻어났고,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푸라하(Furaha:행복)'라는 별명을 지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떠나기 전에 두려움이 있다. 자연스럽게 여행을 가기보다 혹시 모를 '무서운 일'을 떠올리고는 한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는 곳은 애초에 후보지로 넣지 않는다. 아프리카 역시 나에게는 그런 곳이다. 다음에 가보고 싶은 후보지에도 올려놓지 않은 대륙이었다. 그런 나에게 무작정 킬리만자로 여행을 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놀라웠다. 나에게는 아직 '그래도 안전한 도전' 까지가 가능한 범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위험한 지역들이 존재하고, 잘 알아보고 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도전'의 범위는 사람마다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되는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차이는 정말 '도전정신'의 차이인데, 이 차이로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에 범위가 상당히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닮고 싶다고 느꼈던 점이 이 부분이었다. '안전지향'도 좋지만, 어느 정도 용감함이 있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또한 그런 용감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용감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유영 작가님의 아프리카 도전의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작가님이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여러 가지 일화가 자세하게 나와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무관심'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아프리카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적었다. 너무도 닿지 않는 먼 곳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대륙인데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나라로 인식한다. 나 역시도 가난하고, 덥고, 위험한 나라쯤으로 생각했다. 저쪽 어딘가 가면 그냥 나를 동양인이나 아시아인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구별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안에는 다양한 나라가 존재한다. 나라마다 날씨도 다양하고,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있는 반면, 산유국으로 굉장히 부유한 나라도 존재한다. 언어도 굉장히 다양하며, 젊은이들은 영어를 배우는데 굉장히 노력한다.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지역도 한정적이라 평생 야생동물을 보지 못한 아프리카인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사실들을 이 강연회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기도, 창피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주 쓰는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흥미로웠다. 백화점 1층에서 볼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 중에 '맥(MAC)'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립스틱 제품이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인데, 굉장히 다양한 컬러를 진열해 놓는다. 보면 '이건 누가 바를까?' 싶은 노란색, 보라색 같은 형형색색의 컬러들이 있다. 내가 바르면 토인이 되는 그 컬러들이 아프리카 여성들의 얼굴에서는 제 빛깔을 내어 잘 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화려한 컬러들이 잘 어울리다 보니 아프리카에서는 화장품 군에서 메이크업 제품들이 잘 나가는데, 그에 비해 아직 클렌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트러블이 나는 여성들이 많다. 또한, 다양한 수입 브랜드 제품들이 수입되지만 사용법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아름답고 싶은 건 어디에서나 같은 마음이다. 그건 아프리카 여성들도 같다. 당장 수입이 적어도 예쁘게 손톱 관리를 받고 점심을 굶는 여성이 있고, 결혼식에서 예뻐 보이기 위해 피부 표백제를 바르고, 고통을 참는 여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고, 작가님이 뷰티 강연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뷰티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진출하면 괜찮을 부분들이 많아 보였다.
적은 금액이지만 자선단체를 통해서 아프리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받고 있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생각하며, 내가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기부를 하고 있던 곳에 대해 조금도 자세히 알아보고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묻지 마 기부'를 하고 있었다. 물론 한 번씩 정보 DM이나, 사이트를 통해 어떻게 실행이 되는지 대략적인 상황은 확인을 했지만, 그게 '관심'까지 가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창피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정보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배울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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