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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루 Aug 15. 2021

바다에서 온 아이

다시 쓰는 인어공주

바다에서 온 아이  

   


산호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의 해변가를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요. 

붉은 머리 소녀 레나는 키 큰 야자수 옆 작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요.

레나와 엄마는 해변에서 주운 하얀색 조개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갔어요.


매일 아침이면 엄마는 레나에게 바다는 위험하다면서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항상 되풀이해서 말해요.

그럼 레나는 습관처럼 고개를 끄덕이죠. 레나는 말을 하지 못하거든요.

레나의 양쪽 발등엔 파란 비늘이 덮여 있어요. 어려서부터 레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하얀 양말을 꼭 신었어요. 여름만 있는 이 섬에서 양말을 신은 사람은 레나뿐이었어요. 이곳 사람들은 모두 맨발이었거든요.

레나는 양말 신은 걸로 놀림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발등의 비늘은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죠. 아무리 더워도 벗는 법이 없었답니다.

사실 레나는 해초를 엮어 만든 작은 바구니에 담겨 레나 엄마 집 문 앞에 놓여 있었어요. 희고 커다란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건 붉은 머리 아기를 엄마는 꼭 안아 주었답니다.

레나 엄마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처럼 조금도 부족함 없이 아끼고 사랑하며 레나를 키웠지요.

또래 아이들이 몰려와 조개껍질 목걸이를 팔고 있는 레나를 놀렸어요.

“양말 신은 레나, 아무리 더워도 양말을 벗지 않는 레나.”

아이들 속에서 유진은 레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레나 역시 목걸이를 팔면서 유진을 힐끔힐끔 쳐다봤어요.

며칠 전 조개껍질을 줍던 레나는 그물에 걸린 거북이를 구해주는 유진을 보았어요.

유진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레나는 생각했어요.

     

오늘은 레나의 15번째 생일이에요.

엄마는 생일 선물로 파란색 원피스를 선물해 주었어요.

파란색 원피스와 레나의 주황색 머리는 아주 잘 어울렸어요.

거울을 통해 레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는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많이 컸구나, 우리 레나. 자 이제 원래 네 것을 돌려주마.”


엄마는 침대 밑 작은 상자에서 진주 목걸이를 꺼내 레나의 목에 걸어주었어요.

레나는 깜짝 놀랐어요. 아주 크고 값비싸 보이는 흰 진주 목걸이였거든요.

푸른 원피스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한 레나는 창문으로 바다를 보았어요.


아이들이 서핑 보드를 타고 푸른 바다를 향해 헤엄쳐 갔어요.

거북이를 도와주던 유진의 모습도 보였어요.

레나는 이끌리듯 레나도 해변으로 나왔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 아이들은 파도에 몸을 맡겼어요.

레나는 파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어요.

파도가 밀려와 레나의 흰 양말을 적시자 레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어요.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는 엄마의 말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지요.

그때 발아래 검은 조개껍질 하나가 레나 눈에 띄었어요.

검은색 조개를 주워 든 레나는 보드를 타는 유진을 눈으로 좇았어요.

지친 아이들은 하나 두울 모래밭으로 올라왔지만 유진은 보이지 않았어요.

레나는 놀라서 절벽 끝까지 해변을 뛰어서 유진을 찾았어요.

절벽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바다에는 유진의 보드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지요.

점점 세지는 바람을 따라 아이들이 유진을 찾는 소리가 들렸어요.

레나의 빨간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어요. 금세 먹구름이 몰려오고 파도가 거세졌어요.

레나는 목에 걸고 있던 작은 칠판을 절벽에 놓고 양말을 얼른 벗었어요. 

그리고 그대로 바다를 향해 뛰어 들어갔어요.

이대로 두면 죽을지도 모르는 유진을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헤엄을 쳐 본 적이 없는 레나는 본능적으로 헤엄을 쳤어요.

마치 흰 돌고래처럼 바닷속을 이리저리 헤엄쳐서 유진을 찾았어요.

마침내 푸른 산호 근처에서 정신을 잃은 유진을 발견했어요.

레나는 숨을 쉬지 않는 유진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어 숨을 불어넣었어요.

레나는 서둘러 유진을 구해 해변 쪽으로 헤엄쳐서 안전한 모래밭에 데려다 놓았어요.

해변에 가까워지자 유진을 일으켜 세우려던 레나는 깜짝 놀랐어요.

레나의 다리가 커다란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 꼬리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에요.

물속에서 돌고래처럼 수영을 할 수 있었던 건 꼬리 덕분이었던 거였죠.

레나는 놀란 레나는 유진에게 꼬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유진도 레나를 놀리거나 괴물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푸른 바닷물에 적셔진 레나의 붉은 머리가 더욱 아름다웠지요.

레나는 자신이 걸고 있던 진주 목걸이를 유진에게 걸어주었어요.

꼬리가 생기자 레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레나는 유진의 귀에 이렇게 말했어요.


"나,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 나를 잊지 마. 하얀 물거품 속에서 널 지켜볼게."


정신을 차린 유진은 모래 위의 푸른 원피스와 양말을 보았어요. 

손에 검은 조개와 흰 조개 한 개씩을 쥐고 있었어요.

여전히 파도가 밀려와 하얀 물거품으로 부서졌어요.

유진은 하얀 물거품 속에서 아름다운 붉은색을 잠깐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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