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모두 잠든 후에] #13. 스마트폰 내려놓기

중년이 된 마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by 비비들리 vividly

스티브잡스가 처음으로 아이폰을 공개하던 스피치에서 잊을 수 없는 문장 한마디가 있습니다.


'It's a revolutionary mobile phone'.

'이건 혁명적인 핸드폰 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팬이였기 때문에 그의 스피치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천리안, 유니텔 그리고 나모웹에디터를 다루던 세대로서, 스마트폰은 정말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스피치 책과 영상을 보면서 억양과 발음을 흉내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연결했습니다. 장보기는 이제 앱이 편하게 되었고, 업무도 메신저가 없으면 하기 어려워졌지요. 차한잔 마실 때도 이미 걸어오면서 사이렌 오더를 해서 바로 차를 픽업하고 자리를 찾는 경우도 생겼구요. 익명성의 강화로 오픈채팅방으로 관심 있는 분야의 방에 들어가 부담없이 동기부여도 받고는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때로는 불편할 때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는 점인데요.


온종일 집에서 육아를 해야하는 육아맘과 대디들에게 스마트폰은 정말 베스트프렌드나 다름 없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한번 빠져든 콘텐츠에 계속 눈과 손가락이 가기 마련인데요.


둘째가 계속 울어 안아서 달래야 했을 때 그리고 드디어(?) 낮잠의 단 꿈에 빠졌을 때 엄마는 30분 이상 스마트폰을 누르고 의미없이 계속 올라오는 기사를 봤지요. 주요 테마는 바로 가장 관련없는 연예인 기사입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수지가 어떤 옷을 입고 있구나, 오 박보영은 여전히 참 예쁘구나 이렇게 보고 있다가 끝도 없이 목록을 누르고 있습니다. 열개즘 눌렀을까요?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 입으로 내뱉으면서도 계속 눌렀던 날이 있었습니다. 연예인 일상은 말그대로 연예인 일상일 뿐이잖아요. 대리만족과 기분전환으로 시작한 10분만 봐야지가 어느새 40분이 되어버립니다. 그제야 후회가 밀려옵니다. 책을 미리 가져다가 책을 읽을껄. 그 때는 몰랐죠. 아이가 낮잠은 자게 될 줄이야. '차라리 멍 때리는 게 나았어'라고 자책합니다. 역시 변주의 연속인 육아입니다.


오늘 동네 마트에서는 어떤 걸 세일하지? 오전 10시가 좀 넘어 오는 세일 전단 문자는 때로는 오랜만에 연락해오는 반가운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으로 식료품은 한두박스 주문했는데, 또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극적인 기사는 또 어떻구요? 인스턴트 음식은 비단 음식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고 특정시간에 몇 분만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정한 룰은 오전 10시 스마트폰 확인 그리고 오후 1시 지나서 확인입니다. 서서 확인해야 다리 아파서 오래 보지도 않게 됩니다. 급한 연락은 받아야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전화가 오는지, 어떻게 정보는 알게 되었는지 정말 엉키고 설킨 세계임이 분명한데요.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에서 그는 북극에서 카리부 사냥을 가디리며 오히려 더 좋은 남편이 될 것을,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것을, 앱안에서 발견한 것 보다 더 흥미롭거나 생산적인 새로운 장소에 대해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루함을 맞딱뜨리고 이 지루함은 외로움이 아닌 풍요로운 고독으로 바꾸어나갑니다. 사냥 체험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노출한 것은 되려 완벽하게 외부로 자신을 밀어넣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험이 늘어나면 스마트폰을 오래 볼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경험으로 에너지도 소진될 뿐더러 몸과 머리를 쓰게 되면,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사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불편할 때 스마트폰을 찾습니다. 육아가 크나큰 쓰나미로 다가올 때, 일로 골머리를 앓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이야기 소스가 떨어졌을 때 등 잠깐의 외로움을 허락하고 싶지 않을 때 스마트폰을 만지막 됩니다. 그렇게 만나는 몇 초간 친구들은 호화로운 타인의 삶이거나 자극적인 마라맛 소스 같은 기사나 영상입니다.


부단하게 몸을 움직여 거실을 롤로 밀고 닦아내고 채소를 흐르는 물에 씻고 다듬는 일을 직접 하다보면 스마트폰을 볼 새는 없어집니다. 그리고 햇빛이 쬐는 날은 유모차를 끌고 나가봅니다. 1시간 즘 바깥 마실이 끝나 들어오면 다시 아이를 보살필 에너지와 나를 보살필 에너지도 차오르고요.


KakaoTalk_20251026_074732230.jpg 아이가 밭에서 직접 캐온 무. 엄마도 실은 캐고 싶어. 경험을 하는 건 중요하니까.



톨스토이는 안나카레리나에서 '지루함은 또 다른 욕망들을 위한 욕망'이라고 말한다고 박사 Danckert씨는 말합니다. 지루함에 관한 뇌 연구의 선도자로 실험을 통해 실험참가자들로 하여금 두 남성이 8분간의 빨래널기를 하는 영상을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참여자들을 아주 지루하게 만들어버렸죠.


하지만 Danckert씨는 지루함은 동기부여 상태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집중모드와 비집중모드에 놓이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행위는 집중모드로 외부세계로 에너지가 향하는 상태입니다. 반대로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해방된 비집중모드에서 잘 쉰다면 창의성은 늘어나고 일 생산성은 증대하여 일의 효율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고 합니다.


가끔은 중학교 친구가 처음으로 삐삐를 가지고 온 날 그리고 그 친구에게 삐삐를 쳐서 전화를 받은 날이 기억납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어떠한 신뢰로 친구가 전화할 것을 알고 있었고 신경쓰지 않고 다른 것을 할 수 있었던 조금은 느렸던 시간들.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적당하게 잘 사용하는 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잠깐은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3m 이상의 거리에 두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옷장이나 서랍게 놓아두고 진짜 나를 사랑해보세요.


마흔에는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이 더 편해지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갑니다. 그 주는 사랑의 일부 파이는 나에게 줘보는것도 참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



KakaoTalk_20251026_074852855.jpg 스마트폰 보다는 움직여서 얻을 수 있는 것들, 다람쥐밥을 세알 가져와버렸다는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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