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사람의 일과 가족이야기: 마지막 남은 아몬드 초콜릿 한알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둘째를 재우고
반드시 일어나야지 다짐을 하고 누우면 뭐하나.- 박정민 따라해보기
결국에 눈은 스르르 잠겨 버렸고, 일어나보니
새벽 두시가 약간은 되지 않은 시간이다.
미처 세수하지도 못하고 이를 닦지 못한
나의 몸에게 청결함을 주기 위해서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고 칫솔에 물을 묻히고 치약을 짜본다.
치약을 짜고 칫솔이 내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상쾌해진다.
그리고 폼클렌징을 조금 손에 덜어서 얼굴을 씼는다.
썬크림만 바르기에 그다지 클렌징이 거창해지지는 않아 편하다.
"하아, 무엇을 이 시간에 할 수 있을까?"
새벽 두시라는 시간에도 열정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은 적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루틴이 깨지고, 새벽일을 하고 나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또한 기분도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데이타임을 보내게 되어 가급적이면 밤 10시에 잠이 들고 오전 5-6시에 기상을 하는 루틴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아유르베다의 경전에서는 해가 뜨기 1시간 반 전을 '브라흐마 무흐르타(Brahma Muhurta)라고 하여 건강하게 살고 인생을 좋은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는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고 적혀있다. 신기하게도 여름에는 해가 일찍 뜨기에 새벽 5시가 기상시간으로 적당했고 지금은 해가 오전 8시가 다되어야 올라오므로 6시-6시반 사이가 적당하다. 알면서도 허기진 마음은 언제나 캄캄한 새벽으로 나를 인도한다.
허기라는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분명히 아이와 키즈카페에서 열심히 놀아주고 밥도 잘 먹여주었고
나 역시 돌비를 잘 비벼가면서 먹고 왔다.
다만 가족의 완전체가 아닌 첫째와 나와의 일로
서브로 딸려나온 미역국에 둘째도 눈에 밟혔다.
그리고 돌비를 비벼먹으면서 신랑도 생각 났다.
차라리 상대방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이 대면의 관계에서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도 터득했거늘,
본능적으로 눈에 밟히는 것을 어찌하랴.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름을 쉽게는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와 둘이만 다니면 마치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모양이 된다.
아주 가끔은 '혼자다'라는 마음이 책임감을 주기도 한다.
어쩔 땐 정말로 이런 마인드가 더 편하기 까지도 하다.
그런데, 마음에 누군가가 걸리는 일은 쉬운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찬 만들다가 네가 생각나서."
친정엄마는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딸래미에게 반찬을 만들고는 이런 말씀을 줄곧 하셨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나 챙기면 하나가 생각난다는 말씀도 하셨다.
"아빠랑 부부동반에서 고기 먹다가 너네 마음에 걸려서 싸왔다."
친정엄마는 외식을 좋아하지는 않으셨지만, 한번씩 친정아버지와 바깥에서 외식을 하시고는
같은 메뉴를 집에 반드시 사오셨다. 고기라면 고기를. 장어라면 장어양념구이를 구워서 가지고 오셨다.
여든 까지 평생을 이렇게 사신 친정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자니 끓임이 없다.
결혼해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변하지 않는 것은 엄마의 사랑이 향하는 곳일 거다.
오늘은 동지.
그리고 목요일은 크리스마스다.
아무래도 엄마라는 페르소나는 강력하다.
떼어지지 않는 본드처럼 동맥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남은 아몬드 초콜릿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새벽에 결국 또 타이핑을 하고 말았다.
아니,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싶었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