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사람의 일과 가족이야기: 도서관 화장실에서
고향의 엄마께 크리스마스 소포를 부쳤다.
오랫동안 묵어왔던 가슴 속의 묵직한 돌덩이가 조금은 작아진 느낌이었다.
갓난아기 때 6.25를 겪으시고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겪으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편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다고 해야할까?
SRT면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도착하는 고향이지만 쉽사리 가기에는
내 마음과 머릿 속은 어려운 일이라고 이내 말한다.
소포를 부치고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다.
유모차와 함께 도서관을 갈 때는 괜시리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아이가 자고 있는지 아니면 깨어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다.
다행히도 아이는 추운 겨울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막 덕에 잘 자고 있었다.
일단 1단계는 안심으로 전환한다.
도서관의 자동문이 열리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반짝 거린다.
그리고 올 한해 읽었던 책들에 대한 다양한 질문 카드가 벽면에 붙어있다.
한번 적어볼까 하다가 적어놓은 카드를 보는 죄다 아이들의 삐뚤빠뜰한 글씨다.
괜히 여기서 내가 적으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지 않았다.
반납할 책을 얼른 반납하고 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본다.
이미 반납된 도서를 보면서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된 교감을 해본다.
그리고 빌리고자 하는 책은 굳이 검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은 검색하는 것 조차 까먹었다- 서가에는 문가영의 파타(PATA)가 꽂혀있었다. 그것도 세권이나 있었다. 이럴 때 운이 좋구나를 외치는 것이구나. 그리고 추가로 김훈의 <연필로 쓰기>도 빌렸다. <라면을 끓이며>를 십여년 전에 인상깊게 읽어 재독하고 싶지만 지금은 어느 상자안에서 빛을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년 전에는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고요함을 몹시나 사랑했는데.
아이가 행여 울지 않을까 다시 한번 확인하고 빠르게 도서를 자동화 대출기에 가져가서 빌린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화장실을 한번 들리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화장실은 넓지가 않으므로 나름 요령껏 유모차를 문앞에 잘 세워두려한다.
문은 조금 열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 유모차가 보이는 방식으로 생리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던 순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분이 들어온다.
앗, 유모차가 있어 옆문도 열리지 않는 상황.
괜히 마음이 쓰여 유모차를 벽 끝까지 밀었다. 그리고 겨우 내가 들어갈 화장실의 문은 비좁게 열고
타인의 문도 열릴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우아했다.
유모차가 혹시나 그녀를 불편하게는 하지 않았을까 염려 했는데
오히려 되려 감사하다라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나 역시 목례로 대신했다.
친정엄마를 자주 보지 못하니 이상하게도 그녀 또래 이상의 사람을 만나면
요새는 반갑기까지 하다. 우리 엄마도 추운 날씨에 산책한다고 나갔을텐데...
푸드코트에 유모차를 잘 대었지만,
뒷쪽의 좌석에서는 조금은 불편했나보다.
그리고 "유모차 불편하지?"라는 말은 들렸왔고 그들은 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다음 날.
그녀의 말 한마디가 따뜻한 위로가 되어
나의 심장에 큐피드로 박혀버렸다.
예상치 못한 배려를 받은 나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배려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어릴 적에는 몰랐다.
정말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타인을 향한 배려 또한 그러하길 기원해본다.
다행히도 소포는 빠르게 다음날 친정집에 도착했나보다.
'아이 둘 데리고 사는라 힘들텐데 엄마 생각까지 해주다니 고맙다'
엄마는 하트 뿅뿅 카톡 메시지를 남기셨다.
특급이 아닌데 다음 날 배송되다니.
아무래도 진심은 이래저래 통했나보다.
감사합니다. 택배기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