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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은 모순이다. 모순은 전지전능하다.

by 비비안그레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시간 개념 안에서, 전지와 전능은 완전한 모순이다. 그러나 모순 자체가 능력이라면, 전지전능함 또한 말이 될 수 있다. 모순은 이분법이 붕괴된 제3의 공간이며, 그 모순을 수용하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것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난 종교인은 아니지만, 신이 있다고 가정하고 상상해 볼 때, 모순이란 것은 신에게 있어 논리의 붕괴나 사고의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존재의 본질이자 가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는 분명 인간 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일 수 없고, 신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모순적으로는 그의 능력을 행할 수 있고, 그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모순 속에 살고 있다. 신의 모순을 따라 삶을 죽음이라 부르고, 죽음을 삶이라 부르며, 죄를 용서하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들을 경험하는 것일지 모른다.


신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모순적이라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모순은 신의 성질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신에게 모순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이유도, 지속할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다. 신은 시간 안의 사건을, 시간 밖의 의도로 지닌 채 존재하는, 모순적인 존재일 것이다.


모순에는 분리된 것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모순이야 말로 모든 이원성이나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힘일지 모른다.


인간은 논리를 발견하지만, 신의 모순은 논리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끌어내고, 질서를 다시 무질서로 되돌릴 수 있는 메타 존재적 능력이다.


이건 신을 찬양하는 글이 아니라, 모순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종교적 고백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수용이다. 모순을 이해하려는 시도보다도, 모순 안에 존재하려는 본능의 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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