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 + Y2K.이노맨바비MP3
‘이행대상’이론 & 김영세 님의 따님 수진 씨 고마워요.
목차
1. 이노맨 바비 MP3 소개
2. 도널드 위니컷의 ‘이행대상’ 개념
혹시 아래 보이는 이 MP3를 아시나요?
이것은 2007년에 출시된
이노맨 바비(INNO-B2) MP3인데요
저에게 매우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에요.
고등학교 시절, 이 MP3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주변의 소음으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고, 진한 감성을 전해주는 든든한 친구와도 같았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판매가 중단되었어요. 제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구매하려고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어디에서도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단지 판매 중지된 제품이라는 글만 발견할 수 있었어요.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문득 이 MP3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아주 강렬한 그리움을 느꼈어요. 꼭 다시 가지고 싶어서, 거의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질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역시, 다시 찾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매일 인터넷을 검색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노력한 끝에, 우연히 판매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연한 핑크색과 진한 핑크색 두 대를 손에 넣었어요. 제게는 보석보다도 소중한 것들이죠.
중고사이트 이노맨 바비mp3 구입을 원하는 글이 바비 MP3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분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중고 사이트에서 이 제품을 찾으려는 글이 자주 보일 정도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추억을 나누는 가운데, 특히 ‘수진’ 씨는 이 MP3와 가장 깊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과 글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마텔 창시자인 루스 핸들러는 자신의 딸 바바라가 가지고 노는 종이 인형을 보고 모든 인형들이 아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여자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 모습을 꿈꿀 수 있는 모델이 될 만한 인형이라고 생각한 루스 핸들러는 포니테일 헤어 스타일에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수영복을 입은 바비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고 1959년 뉴욕 완구 박람회에 등장한 이 새로운 형태의 마론 인형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를 들썩였다. 1959년 탄생한 이래 바비는 현재까지 1만 개의 신발을 소유했고 해마다 100개 의 액세서리를 갖게 되었으며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라 왕, 베르사체, 안나수이, 케이트 스페이드 등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선사하는 패션을 즐기는 명실상부한 대중문화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2007년, 새로운 밀레니엄 속에서 소녀 시대를 보내고 있는 소중한 우리의 딸들은 바비에게 아니 자신에게 어떤 액세서리를 선물하고 싶어 할까? 1959년 루스 핸들러가 자신의 딸을 위해 바비를 탄생시킨 것처럼, 나 역시 나의 딸 수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디지털과 바비를 접목해 보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이노와 바비의 만남. 바비 MP3플레이어. 드디어 디지털이 명실상부한 패션 액세서리로 변모하는 순간이 왔다.
바로 이 MP3를 만든 CEO의 따님이 바로 ‘수진’ 씨였습니다. 왠지, 수진 씨가 조금 부럽긴 하지만요. 하하. 김영세 CEO가 딸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이 MP3는 수진 씨뿐만 아니라 많은 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추억을 남겼습니다.
이것처럼, 저는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물건에 강한 감정을 느끼고 사랑합니다. 그래서 제 집에는 20년이 훨씬 넘은 고전 인형과 장난감 같은 물건들이 많아요. 그렇기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왜 종종 강한 애착을 가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과거의 물건들이 주는 일관성과 연속성 때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았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익숙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과거 사이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게 되고, 불안정 속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
대상관계 이론의 “이행 대상” 개념이 사람들이 과거의 물건에 집착하는 심리적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겠는데요.
이행 대상이란, 유아기에 아이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물건(예: 담요, 인형 등)을 말합니다. 이 물건은 아동이 어머니(또는 주된 양육자)와의 첫 번째 정서적 분리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안정감과 위안을 제공합니다. 아동은 이 대상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김과 동시에 어머니의 대체물로 간주하여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죠. 이 대상은 아이가 잠들면서 입으로 빠는 담요처럼 아이의 자아와 거의 분리될 수 없을 정도여서 아이의 자아의 일부로 여긴다고도 하는데요. 이 대상은 자아와 비자아, 내부와 외부 세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아이가 독립성을 발달시키고 외부 세계에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이행 대상의 핵심 요소 정리!
1. 이행 대상은 아동에게 위안과 안정을 제공합니다. 어머니가 신체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이 대상은 아동이 느끼는 분리 불안을 완화시켜 주며, 아동이 혼자 있을 때도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2. 이 대상을 통해 아동은 자신과 세계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가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달시키기 시작합니다.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아동은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며, 점차적으로 어머니의 실제적인 존재 없이도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합니다.
3. 이행 대상은 아동의 내적 실체 (아동의 상상력과 감정 세계)과 외적 실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세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아동은 내부와 외부 세계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게 되며, 각각을 어떻게 통합할지를 배웁니다.
4. 이행 대상은 아동이 사회적 및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대상을 통해 아동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사회적 상호 작용을 배우는 초기 단계를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슬프거나 불안할 때 전이 대상을 안고 있으면 위안을 받고, 이를 통해 감정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는 종종 이 대상과 대화를 하며 성장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이론을 통해 성인의 물건에 대한 애착 현상도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과거의 물건은 성인에게도 유아시절의 이행 대상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건들은 불확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생활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물건은 개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물건들을 통해 자신의 뿌리와 과거 경험을 되새기고 자아를 확립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대상은 성인에게도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를 조율하고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과거의 물건은 이러한 전환을 원활하게 하여 개인이 현실 세계와의 관계를 더 잘 조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특정 기억이나 감정이 연결된 물건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의 긍정적인 순간을 회상하며 현재의 감정 상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개인이 심리적 불안정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더욱 중요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