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늦여름 여행의 끝자락.. 남편의 낙상사고
우리는 3주간 삿포로에 머물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일본에서 만난 친정부모님. 우연히 방문한 약국에서 한국의 욘사마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한국어가 유창한 약사님을 만나기도 했고, 배려 좋은 택시기사님들과 친절한 홋카이도의 사람들. 좋은 여행을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하와이로 귀국하던 날,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로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우리는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도착, 남편과 있다가 기사님한테 짐이 있다고 말하려고 택시로 다가선 그 잠깐의 찰나에 남편이 아파트 계단에서 구르며 낙상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낙상할 때, 남편이 메고 있던 백팩이 쿠션 역할을 해서 골반이 깨지진 않았지만 구르면서 찰과상으로 다치게 되었다.
우선 남편을 부축해서 택시에 태우고, 수화물 가방을 택시에 싣고, 신치토세공항에 도착.
남편 옷을 갈아입게 옷을 수화물가방에서 꺼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의 팔다리에 상처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의 백팩 바닥은 바닥에 갈려 찢어져 있고, 당장 병원에 가기에는 비행시간 때문에 하와이 도착 후에 가야 할 것 같았다. 그 시간이 너무나 속상했다.
얼마나 아플까? 남편은 너무나 놀래서 본인이 아픈지도 모른다. 아니 아픈데도 말 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열은 나지 않는지 통증을 느끼는지 나는 수도 없이 그에게 묻고 물었다.
그의 백팩과 내 백팩을 앞뒤로 메고, 옆에 보조백을 들고 나는 천하장사가 되어 환승하며 그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꼭 쥐었다. 그가 놀라지 않도록 보듬어야만 했다.
도쿄에서 환승 후, 비행탑승. 하와이로 도착.
돌아오자마자 남편의 주치의에게 연락. 검사를 하니, 다행히 괜찮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남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그가 날 지켜온 시간이 더 길고 많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의 손과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행 후, 한동안은 여행을 못하겠다 하니 남편이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내년 봄에는 당신이랑 일본 후쿠오카에 한 달 다녀올 거야. 내가 더 건강할 때 당신이랑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
나는 그날 울었다.
아이 같은 웃음을 짓는 이 사람이 맑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