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뮤직, 언제 이렇게 커졌지?
국내 음원 플랫폼 3대장 하면 어떤 플랫폼들이 떠오르세요?
아마, 멜론, NHN벅스, 지니뮤직이 떠오릅니다.
이들은 저희 젊은 시절에 귀르가즘을 제공해주었던 고마운 플랫폼들입니다.
초창기에 벅스뮤직을 사용했었고, 이후 통신사 결합으로 지니뮤직을 쓰다가 현재는 멜론을 사용 중인 저는 삼대장과 모두 한번씩 랑데뷰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있기 전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방법으로는 P2P 거래 방식의 소리바다와 같은 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아 MP3나 CD에 담았던 방식을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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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2년이 되면서 네오위즈인터넷에서 벅스뮤직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죠. 물론 벅스뮤직은 주인이 몇 번 바뀌다가 현재는 NHN 벅스뮤직이 되었습니다.
그후 멜론이 2004년에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니뮤직은 그보다 조금 뒤인 2011년에 나왔습니다.
(멜론 로고)
음원 플랫폼 3대장은 사실 그동안 통신사 결합에 싸게 혹은 끼워팔기 등의 전략을 통해 쉽게 사용자를 모았고, 다소 쉬운 운영을 해왔습니다. 마치 지상파/케이블TV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광고를 팔아왔던 방식대로요.
하지만 SNS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판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매일 유튜브에 들어가 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는데, 어느덧 이 유튜브 음악이 시나브로 커졌던 겁니다.
(출처: 마케팅 클라우드)
아이지에이웍스 자료를 보니, 지난 8월의 음원 시장에서 앱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멜론이 677만명, 유튜브가 604만명으로 1,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3위인 지니뮤직은 322만명, 플로 209만명, 네이버 바이브 91만명, 스포티파이 47만명, 벅스 37만명으로 순위가 정리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는 유튜브가 2위가 되었어?!라는 사실보다는 2위에 올라오기까지 작년 같은 기간부터 엄창난 성장 속도로 추격해 왔다는 겁니다.
올해 7월을 기점으로 멜론과 유튜브의 MAU 차이는 100만명 아래로 좁혀지면서 이러다가 그래프가 크로스를 보이면서 유튜브가 역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 지표가 주식시장에서 마치 골든 크로스를 보이는 것처럼 유튜브가 멜론을 맹추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토종 국내 음원 시장에 분명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따져보면, 제 개인으로만 봤을 때에도 음악을 어떻게 청취하느냐 떠올려보면 멜론은 자기 직전 2시간 정도 제 플레이리스트를 켜 두는 것 외에는 평소에는 멜론으로 음악을 잘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방식을 선호해서,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구독해 듣거나, 자연 재생이 되게끔 놔두는 거죠. 음악은 알아서 흘러가고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는 겁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유튜브 뮤직에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실제 유튜브 내에 플레이리스트라 불리는 채널들이 어마어마하게 만들어지고 성장 중에 있으니까요!
각 음원 플랫폼들의 노력
그렇다면 현재 유튜브는 급격한 성장 그래프를 보이는 와중에 다른 음원 플랫폼들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요?
살펴보니 그냥 넋놓고 우리 어떡하지? 를 보이는 기업은 없없습니다. 모두가 각자 도생의 마음으로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하면서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유튜브 뮤직 로고)
일단 유튜브는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훔쳤을까요?
기본적으로 유튜브 뮤직은 단일 서비스로 구독할 수도 있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에 끼워팔기 전략으로 재미를 쏠쏠히 얻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기 싫어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생각해보면 유튜브에는 미발매 커버 음악, 실황 중계와 같은 음악들은 유튜브에 콘텐츠로 남아있다보니 다른 음원 플랫폼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가 많이 있죠.
이와 관련하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22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를 했었는데요. 사람들이 유튜브 뮤직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서 1위 답변(27%)이 원하는 음악이 많아서라고 답변했습니다. 유튜브 뮤직은 대략 7000만곡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고, 경쟁업체들이 보유한 4000만곡 대비 월등히 높습니다.
참고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1만450원, 유튜브 뮤직은 월 8,690원인데요.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면 유튜브 뮤직 비용은 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 국내 음원 플랫폼들은 어떤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먼저 업계에서 현재 MAU로 꼴찌를 하고 있는 NHN 벅스부터 보겠습니다. NHN 벅스앱은 다른 앱에 비해 기본기에 충실한 부분으로 많이 어필 했습니다. 소비자들 생각해 벅스 뮤직하면 가사지원이 풍부하고 음질이 뛰어나다, UI가 예쁘다, 보유 음원이 많다 와 같은 장점이 있거든요.
더불어 음원 플랫폼에게 고음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켜준다는 것은 정말 기본을 지킨다는 인상도 줍니다. 또한 NHN 벅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센셜 Essential’ 채널의 경우 유튜브에서 구독자가 120만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자취생들, 1인가구, MZ세대들의 집안 사진을 보면 예쁜 인테리어와 노트북 화면에는 이 에센셜이라는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됩니다.
(출처: 이뉴스투데이)
에센셜 채널의 경우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감성을 담아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주제에 맞는 세련된 배경 화면을 이용해 업로드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있어빌리티’가 충족되면서도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만족도가 꽤 높습니다. 그리고 에센셜의 인기 덕분에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협업해서 삼성TV 플러스에 에센셜 신규채널을 오픈, 24시간 방송서비스를 시작해서 에센셜만의 큐레이션, 배경화면으로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확실한 팬덤을 잡겠다는 의도도 보이고요.
그리고 벅스의 경우 에센셜 외에 한단계 더 나아가 AI(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추천 큐레이팅 서비스’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사용자의 음악 서비스 활용 패턴을 분석해서 음악을 추천하는 ‘뮤직4U’를 오픈하는 거죠.
멜론은 기존에 TOP 100 순위를 중심으로 음원 서비스를 해왔었는데요. 최근에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슷하게 자동 추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아무래도 유튜브 뮤직을 견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요.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이와 더불어 ‘뮤직웨이브’라는 서비스도 9월에 출시했는데요. 뮤직 웨이브는 사용자들이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채팅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들의 참여도를 의도도 보이네요.
KT계열사 지니뮤직의 경우 AI(인공지능)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주스’를 인수했고요. 이 기능을 지니 뮤직의 서비스 고도화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스는 AI를 바탕으로 음원분석, 음악 창작과 같은 사업을 했던 스타트업으로 AI 작곡, 편곡과 같은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지난 6월에 지니뮤직은 음원을 업로드할 경우 AI가 악보를 그려주고 펀집도 해주는 ‘지니리라’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파일을 업로드하면 AI가 악보를 디지털화해서 편곡, 편집을 할 수 있게 했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이 AI를 통해 편곡한 음원을 출시할 수 있게 하고, 원곡자와 편곡자 모두 수익 배분할 수 있는 구조를 짜서 사용자에게 끌어들이려는 마케팅 플랜을 갖고 있습니다.
플로는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연결한 사업을 한다고 밝혔는데요. 플로의 경우 이미 예전부터 딥러닝을 활용해서 개인화 추천, AI 큐레이션과 같은 서비스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도전한다고 해요. 지난 7월부터는 사용자들이 직접 부른 곡을 공유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커버곡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에 있고요.
결국 지니뮤직, 플로 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음원 서비스를 준다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수익’측면에서도 돈이 된다라는 부분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음악도 듣고 편곡도 하고 커버곡도 올리면서 수익도 창출한다면 일석이조겠죠.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해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플랫폼 생태계 영역이 갈수록 깊고 강력하게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는 겁니다.
유튜브 하나만 생각해 봤을 때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구독을 하면서 콘텐츠를 즐겼다가, 점점 연예인, 예능인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지상파, 케이블TV와 같은 기존 올드 미디어 시장에서 대규모 채널 이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유튜브 문법을 배워 제법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있는 공간에 올드미디어의 콘텐츠들이 이동하다보니 기존 지상파, 케이블 티비와 같은 미디어 시장은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출처: 뉴스1)
예전에는 대장금, 모래시계와 같이 50% 이상 최고 시청률이 나와야 ‘대세다’ ‘트렌드다’ 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재는 10% 이상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 예능을 보기 힘듭니다.
유튜브는 이렇게 기존의 올드 미디어 시장의 반대편에서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끌어 당겼습니다. 그 후에는 음악 부문에도 서서히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유튜브 뮤직은 그 존재가 처음부터 강력하지 않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을 타면서 순풍을 맞이했죠. 카카오와 맞먹는 MAU(월간활성사용자)수를 보이는 유튜브 플랫폼의 사용자들에게 ‘유료 멤버십 회원’을 하면 유튜브 뮤직은 공짜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니, 순식간에 유튜브 뮤직 사용자들이 증가했던 겁니다.
그리고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성장세는 기존에 대체로 안일하게 시장 점유율을 나눠 먹던 국내 토종 음원 플랫폼들에 위협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국내 음원 플랫폼 3대장은 통신사의 묶음 판매 속에서 생존했던 전략을 취하면서 다소 쉬운 운영을 해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음원 플랫폼을 거의 공짜로 이용하다보니 끼워팔기 속에서 롱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을 가졌던 것도 일부 있었으리라 봅니다.
또한 이 음원 플랫폼들은 음원 차트에 반영되다보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 팬들이 신규 음반이 출시될 때 쯤에는 들어와 유료 멤버십 결제도 하고 조회수 증진에도 기여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어느정도 반 이상은 갈 것이라는 생각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SNS 플랫폼의 성장과 쇠퇴에서 봤듯이 영원한 1등은 없고, 현재의 자리가 언제까지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캐치하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변화인지 강화인지 혹은 전환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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