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를 칭찬해, 무인계산대의 등장
처음 무인계산대가 등장해 셀프로 계산하는 서비스가 도입되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장바구니 채로 들고 그냥 통과하면 NFC 기술을 이용해 바로 결제가 된다던 미국의 대형 마트 소식을 듣고 정말 신기한 세상이다. 미래사회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무인계산대를 넘어서 무인점포까지도 상당히 많이 등장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 대신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무인카페까지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가 물건값을 계산하고 나오면 되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출처: 뉴시스)
무인 점포는 사실 편의점 외에도 이미 코인 세탁방과 같은 서비스들은 무인으로 운영되기는 했습니다만, 유통 쪽에서도 ‘무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기 전후로 인해 특히 비대면의 활성화로 무인점포, 키오스크, 태블릿오더와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삶에 자리잡았습니다.
사실 음식점에 가서 사람들이 엄청 많고, 벨을 눌러도 대응이 안되어 점원이 오지 못했을 때 ‘저기요!’라고 소리질렀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우아하게 태블릿에서 메뉴를 보고 클릭해서 ‘주문하기’만 누르면 주방에 주문이 전달되니 얼마나 편해졌나 생각도 합니다.
키오스크 등장 역시 ‘누가 새치기를 했네’ ‘줄이 어디냐’ 라는 이야기 없이 키오스크 앞에 차례대로 주문을 하고 벨이 울리거나 번호가 뜨면 제품을 받아가면 되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인점포, 무인 계산대가 등장하면서 함께 나오는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은 ‘범죄’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물건을 집고 그냥 나오거나, 의도적으로 훔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는 겁니다.
작년 경찰청에 신고된 무인점포 절도사건은 3,188건에 해당됩니다. 절도수법도 다양해지고 CCTV 말고는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취약점을 노린 범죄도 무인점포 증가에 비례해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더불어 무인점포의 특성상 소액 절도가 많고 CCTV만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영상 보관 기간이 지나면 녹화본도 삭제되니, 점포 운영 점주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법도 합니다.
(출처: 데일리안)
그래서 일부 점포는 개인카드, 본인 신분증, QR 코드 등으로 인증한 후 출입이 되는 프로세스로 변경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안전성을 담보되지만 고객의 쇼핑 경험의 편의성이 감소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용해보니 참 좋더라. 라는 이면에는 ‘무인’이라는 서비스에 애로사항도 함께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영국 소식을 들어보니 기존에 설치해두었던 무인 계산대를 일부 없앤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요즘 무인계산대를 없앤다는 영국의 수퍼마켓
얼마전 기사를 보니 영국 수퍼마켓 체인인 ‘부스’가 매장 28곳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전 점포에서의 무인 계산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은 고객의 편의성이 떨어지고 불만이 끊이지 않음에 따른 조처인데요.
(출처: 조선일보)
바코드를 식별하는 부분도 정확히 인지가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과일/야채의 경우 바코드가 부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계산을 하기 까다로운 폼목에 속하죠. 그러다보니 계산이 에러나거나 계산되지 않은 품목이 떠서 ‘삐삐’ 거리는 경고음 때문에 소비자는 억울하고 화가 났던 겁니다.
2000년 들어서는 무인계산대가 인건비 절감의 목적으로 등장해 꽤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미국식품산업협회 설문조사를 보면 2021년 미 식료품 소매유통업체의 96%가 무인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게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인계산대를 사용하는데 따른 고객의 불만과 더불어 “계산 업무를 고객에게 떠넘긴다”라는 반감도 있다보니, 영국의 대형 수퍼마켓은 ‘무인 계산대 빼자!’라는 결심을 한 걸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고객들이 내 일이 아닌데 내가 무급으로 노동을 하고 결제를 하고 있네? 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그림자 노동’입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빈일리치가 자신의 저서에서 ‘그림자 노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는데요.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업이 해야 할 주문의 접수, 결제와 같은 노동이 소비자가 담당하고, 무급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을 빗대어 그림자 노동이라 했던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IT 기술이 고도화 됨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이익을 취하려고 하고, 그 결과 소비자는 자꾸 바빠집니다.
커피숍에 가면 진동벨이 울리면 알아서 픽업대에 가서 커피를 쥐고, 자리에 앉아있다가 다 마시면 다시 커피잔을 치우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예전에는 소비자가 하지 않았던 업무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노동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기조 속에 이렇게 하는게 시대의 흐름인 것 같고, IT기술의 고도화로 바뀐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찝찝함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F&B쪽에 상당히 잔뼈가 굵은 창업 쪽의 대가를 만나 식사를 한적이 있는데, 그 분도 소비자에게 일거리 전가 부분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입장에서부터 결제시까지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명복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것 같으면서 뭔가 이상한 경계선에 놓여있는게 요즘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누가 저에게 그 질문도 하더라고요
“앞치마를 입은 퉁퉁한 아주머니가 손으로 말아 만든 김밥과 로봇이 만든 김밥 중에 어떤 것을 먹겠느냐고? 말이죠.
마케터의 시선
무인계산대에 대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해보면, 저는 IT 기술의 고도화와 과도기 사회와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무인계산대의 편리성에 극찬을 합니다. 점원이 따로 쫓아와서 주문을 받는 것도 귀찮고 혹은 소심한 성격이라 알아서 조용히 주문했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편리한 서비스이긴 하거든요.
그러나 내가 내는 돈은 이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셀프 주문에서 셀프 픽업, 셀프 반납 및 계산의 모든 과정이 굉장히 불편한 프로세스입니다.
(출처: 전자신문)
그리고 무인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에는 아직 배려하지 못한 사회 약자도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에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주문을 못했다던 노인에 대한 기사는 자주 보였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나 기타 사회적 약자층을 배려하는 프로세스도 아닙니다.
무인점포의 경우 음성 인식이 되지 않고 장치, 물품을 식별할 수 있는 점자도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인계산대에서의 결제는 정말 고난이도의 과정입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IT 기술의 트렌드에 따라가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는 편리하고 좋은 것일 수 있지만, 저 역시 때로는 편하게 때로는 간섭없이 무심코 쓰던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지금의 단계를 한단계 넘어서는 어떠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모습은 하나의 과도기적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상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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