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셜커머스 1위 티몬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한 때 ‘티켓몬스터’로 1등이었지
티몬은 2010년에 혜성같이 등장한 국내 소셜 커머스 1세대 기업입니다.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그루폰’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해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입니다.
저 역시 2010년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매일 ‘원데이 딜’ ‘타임딜’ 등을 선보이는 티몬이 신선해 상당히 많이 이용했던 헤비유저 중 한명이었습니다.
“오늘만 00 음식점 치킨샐러드 무료 증정” , “ 에버랜드 오늘만 50% 쿠폰” 등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패턴을 ‘쿠폰’ 하나로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O2O의 리딩 기업이었던 티몬.
그리고 티몬에게는 수 차례의 좋은 귀인이 나타나 기회를 제공해왔고, 티몬은 무서울 게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티몬의 첫번째 기회는 2015년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와 앵커에쿼티 사모펀드가 들어와 티몬의 지분 59%를 3,8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유상증자를 통해 꾸준히 지분율을 올리더니 98.65%까지 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KKR와 앵커에쿼티가 지분율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 속에 티몬의 성장일로에 적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투자한지 3년이 지나 회수하기 애매한 시점이 되었을까요? 사모펀드는 티몬의 ‘매각’을 추진하게 됩니다. .
너와 매각까지 생각했어.
어떻게 보면 매각 카드는 티몬의 2번째 기회였습니다. 2019년 KKR, 앵커에쿼티는 티몬을 매각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 때 인수합병 협상 대상자로 롯데가 등장했습니다.
롯데는 이 당시에 온라인 시장의 확대를 고민하던 차였기 때문에 티몬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고자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인수합병의 중요한 결정적 요소는 바로 ‘가격’입니다. 팔고자 하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고 사고자 하는 사람은 싸게 사고 싶어하거든요. 당시 티몬의 매각가는 1조원 후반대에 책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비쌌기 때문에 롯데와 KKR,앵커에쿼티와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게 되죠. 지리한 협상 끝에 당시 롯데의 2인자로 언급되었던 ‘황각규 부회장’이 나서게 되고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이후 최종 협상 가격이 1조 2,500원에 합의를 하게 되면서 이제 매각인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앵커에쿼티가 롯데가 제시한 협상 가격에 불만을 갖고 합의 가격은 협상가의 최소 5천억원은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죠. 즉 1조 7,500억원에 말입니다.
결국 롯데는 인수를 포기하게 되고, 티몬의 두번째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티몬의 현재 기업의 가치는 2천억원 내외입니다!
당시 티몬이 매각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몸값을 6배 이상 받을 수 있었겠지만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티몬은 한 때 소셜커머스, 이커머스의 개념이 약했던 시절 온라인 쇼핑에 한획을 그었던 업체였지만 현재의 밸류는 다소 초라합니다. 시장에서는 티몬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경쟁 업체들은 디지털 혁신, 디지털 전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소비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성장을 거듭해왔고,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변화되는 시장의 흐름에 적응을 했습니다. 그러나 티몬은 네이버, 쿠팡 등과 함께 성장을 하지 못하면서 조 단위의 밸류에이션에서 2천억원 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다른 길에 들어서다, IPO
(사진출처: 비즈니스와치)
티몬은 2019년 매각에 실패하고 나서 절치부심한 뒤 2021년 2월 IPO를 하겠다고 발표합니다. 하반기 IPO를 목표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3,500억원의 신규투자를 유치했죠.
사실 티몬의 주주인 KKR, 앵커에쿼티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 후 3년뒤 깔끔하게 수익 얻고 회수하는게 목표였겠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답답했을 겁니다. 그리고 작년의 IPO 기회는 이들이 엑시트(EXIT)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시장 분위기는 당시 좋았습니다. 이미 뉴욕거래소에 상장해 있는 쿠팡이 몸값을 높게 받았고 이커머스 1세대로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자 티몬도 순풍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티몬 역시 월별 영업 이익이 흑자전환된다고 발표해 기대감이 고조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시장에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티몬은 2018년 매출의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고, 영업손실 폭 역시 2020년에 줄였다가 다시 확대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이야기하자면, 2019년에는 매출 1,722억원, 영업손실 746억원이었고, 2020년 매출 1,512억원, 영업손실 631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실적이 좀 더 악화되어 매출 1,290억원 영업손실 760억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티몬의 작년 매출은 전년대비 14.7% 줄었는데 영업손실은 오히려 20.4%가 증가하고 5년 연속 영업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결국 티몬은 IPO 계획 철회를 선언합니다.
다시 한번 더! 이제는 브랜드 풀필먼트로 승부한다!
티몬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브랜드 풀필먼트 전략’을 발표합니다. 대개 ‘풀필먼트’라 하면 유통업계에서 통합 물류 솔루션 개념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티몬에서 이야기하는 풀필먼트란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 리소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티몬은 최근에 포항에 ‘티몬 커머스 오렌지 스튜디오 포항’을 개관합니다. 이 곳에서 라이브 방송, 콘텐츠 제작 및 상품 기획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특히 지역과 농가 스토리가 녹아있는 특산품을 콘텐츠화하고 브랜드화 하려고 한다고 발표했죠.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아주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이미 있습니다. ‘컨비니’ 라는 업체가 대표적인데 이들이 바로 농가 스토리와 농부/어부 등의 이야기를 콘텐츠화 하여 온라인으로 판로를 개척해 매출을 만들고 있습니다.
(티몬 커머스센터 오렌지스튜디오 포항 개관식, 사진출처:조선비즈)
또한 티몬에 입점한 브랜드의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브랜드별로 인스타그램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미니숍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미니숍을 팔로우할 수도 있고,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미 ‘아이디어스’라는 업체가 미니숍을 통해 소셜 기능을 도입해 유사한 서비스를 고도화 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입점사를 위한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티파인더’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브랜드가 신규 브랜드 제품을 출시할 때 크라우드펀딩, 예약판매 서비스를 하겠다는 건데 사전에 신제품의 판매수량을 미리 예측하고 재고를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비즈니스 모델 역시 와디즈, 텀블벅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현재 티몬에서 새롭게 구상하는 전략은 버티컬 플랫폼 업체들의 각각 경쟁적 차별포인트를 한데 통합해 엮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지점이 느껴집니다.
(사진출처: 조선비즈)
마케터의 시선
이번 티몬의 상황에 대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보면 크게 3가지를 짚고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1] O2O의 1세대 주자 티몬의 아쉬움
먼저 티몬의 경우 2010년 등장해 소셜커머스를 이끌었고, 식음료, 공연티켓, 에스테틱 등 각종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활동에 온라인과의 접점을 연결한 대표적인 기업이었습니다.
원데이딜을 통해 하루 공연 관람권을 50% 쿠폰을 받아 즐기기도 했고, 마사지샵에서 70% 할인가로 체험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쿠폰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O2O의 선두주자였기에 창업 1년만인 2011년 리빙소셜에 3천억원의 몸값으로 매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모펀드가 높은 밸류로 투자해 자리를 꿰찼지만 티몬은 그동안 빠르게 변환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혁신의 과제를 잘 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2] 매각은 다시할까?
티몬이 2019년 매각의 기회, 2021년 IPO의 기회를 모두 날리고 다시금 ‘매각’ 관련된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티몬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매각은 아니지만 여러 투자자들과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논의중인 것은 사실이다” 라고 합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티몬의 매각 가격이 흘러나올 정도로 매각설에 어느정도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토스 페이먼츠가 경합을 하다 철회했다는 루머도 있고, 현재 가능성 있는 인수자는 해외직구 플랫폼인 큐텐이다 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티몬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회사가치는 2천억원 정도입니다. KKR, 앵커에쿼티가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 기업 가치 8,600억원 대비 4분의 1토막이 났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이 또 논란의 쟁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루머가 아닌 실제 매각을 하게 된다면 티몬의 몸값은 크게 뛰지는 못할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돈이 싸지 않다’라는 것과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투자자금이 얼어있다보니 높은 밸류에이션을 쉽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한 이미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의 양강구도가 자리잡은 상황이며, 티몬의 자체 성적표는 매출의 하락세와 영업손실의 확대 등 실적 부진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티몬 기업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티몬은 재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커머스를 바탕으로 기존의 강점이었던 ‘여행’ ‘티켓’ 부문에서 옛 영광을 찾기 위한 총력전을 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또한 여행 시장은 최근 유니콘이 된 여기어때와 데카콘 기업인 야놀자가 모두 여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출혈 경쟁과 덩치싸움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3] 티몬에는 손정의가 없었다.
티몬은 생필품 최저가 판매 서비스인 ‘슈퍼마트’를 선보여 초기에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티몬 홈페이지나 앱에서 ‘슈퍼마트’ 상품을 주문할 경우 가까운 배송지까지 3시간 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 즉, 사이즈 확대를 위해 직매입 사업 등에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투자자들의 자금 수혈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일시적인 수익성 개선은 있었으나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유사한 사례로 쿠팡은 손정의의 비전펀드에서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져 점프업하며 성장할 기회를 맞이했었죠.
티몬은 손정의가 없었고, 결국 이 사업은 철수했습니다.
위 사례에서 아쉬웠던 점은 티몬은 그동안 좋은 기회가 꽤 많았지만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겁니다. 내용을 살펴보면서 2019년의 롯데와의 인수합병의 기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40의 법칙’을 이야기해볼 수 있겠는데요
40의 법칙은 B2B SaaS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테크 기업들을 평가할 때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의 합이 40%가 넘을 경우 투자할만하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이는 이익이 마이너스 구간이라 하더라도 매출 상승률이 높을 경우 성장하는 기업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매출 성장률이 100%인데 영업이익은 -60%일 경우 두 합은 40%가 됩니다. 그러므로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만한 기업으로 평가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쿠팡’ 이었죠.
그러나 40의 법칙에서 기대하는 바는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시장에 독점적 지위자가 되어 시장을 평정한 뒤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도 내재돼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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