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vian Eunyoung Lee Aug 22. 2022

[마케터의 시선] EP.35 혁신을 규제했더니 택시대란

밤에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

지난 2년간 무슨일이 있던거야?  

요즘 저녁에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할만큼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사람들의 모임자리가 다시금 활성화되었는데 우리들의 시간을 발목잡은 건 다름아닌 택시였죠.  


(사진출처: 조선일보) 



술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도 이제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야 얼른 마무리하자”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택시대란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2년동안 정지되었던 모임과 각종 회식이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오프라인 활동의 증가 때문이었을까요?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타려면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1시간 넘게 불러도 호출이 안되는 건 기본이고 카카오T를 열어 카카오 일반이 아닌 블루, 카카오 블랙으로 잡고 더블요금을 지불한다 해도 택시가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시민들은 “택시잡기 무서워 지하철 끊기기 전에 빨리 저녁자리를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과한 반응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 경기도를 넘어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택시 대란은 이제 한국에서 걱정해야 할 문제가 된 겁니다. 


지난 2년동안 한국은 어떤 상황이 펼쳐진 거죠?  


결론부터 짧게 요약해보면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외출이 급격히 줄면서 택시영업의 수익이 저조하게 됩니다. 반면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물류, 배달주문이 폭주하자 기존 택시를 몰던 젊은 기사들 중 상당수는 택배 업계나 배달업계로 이동하게 되죠. 



그 결과 개인택시 기사들은 고령화가 되었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상당수 이탈하게 되면서 코로나를 거치면서 택시 산업이 급속한 도태를 맞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우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혁신 모빌리티, 화려한 데뷔와 쓰라린 퇴장 

사실 택시산업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들어와 변화를 짧은 기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3년 8월 택시 면허 없이도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우버’가 한국에 들어와 ‘우버 엑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 서울시에서는 우버엑스를 ‘불법 콜택시’로 규정해 버립니다. 


당시 검찰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를 불법 영업을 이유로 기소하는 등 잡음이 커지자 우버는 2015년 3월에 한국에 진출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철수합니다. 


이후 2018년 10월에는 11인승 승합차(카니발)을 활용한 타다가 등장했습니다. 타다는 타다베이직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승합차와 기사를 빌려주는 렌터카 형태의 승차거부 없는 서비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히 가격해서였을까요? 타다는 서비스 출범 1년만에 100만명의 승객을 모객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안에는 저도 서비스 애용자로 속해 있었습니다. 

 

타다베이직은 쏘카와 VCNC가 2018년에 선보인 렌터카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입니다. 해당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타다 호출시에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알선해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게 구조를 짰던 겁니다. 


타다베이직 서비스를 알고나서부터는 1년간 100% 타다 서비스만 이용했습니다. 그만큼 승객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의 만족도도 높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과 2019년 5월 택시기사가 ‘타다 퇴출’을 외치며 분신한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검찰은 2019년 10월 ‘허가받지 않은 콜택시’라면서 타다의 운영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게 됩니다. 


2020년 2월 타다는 1심 무죄 판결을 받게 되지만, 이미 서비스는 소위 ‘개판’이 나버렸죠. 서비스 관련된 하소연을 신문고에 올리고 타다 이재웅 대표는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박근혜,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기존 택시산업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혁신 모빌리티 ‘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조기에 차단하게 됩니다. 


2020년 3월에는 국회가 여객자동차법 일명 ‘타다금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4월에 타다금지법을 시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운송업계의 혁신 기업의 등장을 정치적 이유, 기존 산업의 보호 명목하에 저지하고 나자마자 코로나가 터지게 되고 현재는 심야택시 뿐만 아니라 낮에도 택시 잡기가 어려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영업이 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었던 법인택시, 개인택시 업계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최근 택시업계의 경우 휴업하는 법인 택시 회사도 등장하고 있으며 개인 택시 역시 수입이 적다면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택시회사인 ‘금륜산업’의 경우 7월 1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죠. 법인 택시 190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까지도 가동 택시의 30% 정도만 운영하고 있다가 그마저도 수익성이 악화되자 결국 휴업을 결정했던 겁니다.  


(휴업 중인 부산의 택시 기업 모습, 사진출처: 조선일보) 



부산의 경우 금륜산업 외에도 4-5곳의 택시회사가 추가로 휴업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전의 경우에도 법인택시 모 업체가 택시 65대 중 35%만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케터의 시선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맞이하고 있는 택시 대란과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해본다면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1] 코로나로 인해 택시산업의 급격한 변화  



현재 택시업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그 원인은 코로나 사태와 고령화를 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은 지난 2년동안 앞서 이야기했듯이 젊은 택시 기사들이 배달, 택배 등 다른 직종으로 빠져나갔습니다만 대체인력을 구하진 못했습니다. 


법인 택시의 경우 인력 감소 추세가 뚜렷합니다. 지난 2019년 10만 2,320만명에서 2022년 4월 기준 7만 3,949명으로 지난 3년간 무려 27%나 감소했습니다.  


택시 기사의 수 감소 뿐만 아니라 운행 택시 역시 전체 법인 택시 가동률의 34%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조선일보)  



개인 택시 역시 심각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택시기사의 수는 비슷하게 유지는 되고 있습니다만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개인택시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대략 16만 4천명 선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택시 기사 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60-65세 기사가 2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0대 이상은 20.9%입니다. 


개인 택시 기사의 74.2%가 60세 이상입니다. 참고로 30대 이하는 0.5%, 40대는 4.4%에 불과합니다. 숫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택시 기사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70대 이상의 택시운전자들의 경우 야간 시력의 저하, 음주승객 기피, 새벽 운행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유로 대부분 심야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저녁에 일찍 업무를 종료하기 때문에 야간 택시가 없을 수밖에 없죠. 


서울에서 야간 운행을 하는 개인택시는 전체의 25% 수준인 12,000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2] 우버, 타다의 아쉬움 


사실 지난 2013년, 2018년에 등장했던 우버와 타다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경우 교통에서의 수요,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만 기존 업계와 이에 편승한 정치권에 의해 규제되었고 성장이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타다에 별점 5점 경험을 꾸준히 해왔던 소비자로서도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2018년 10월부터 타다 초기 사용자로서 타다가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 줄곧 타다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만족도가 크기 때문입니다. 케바케(케이스바이케이스)에 따라 좋은 택시, 이상한 택시, 더러운 택시가 아니라 타다 택시의 경우 ‘항상 깨끗한 실내’와 내부에 항상 물이 놓여져 있고, 각종 충전기가 있어 편리한 승객의 사용경험을 만들었죠. 


또한 타다 기사는 초기 탑승자 확인 및 안내 방법 등만 간단히 묻고는 따로 대화를 하진 않습니다. 가끔 택시 안에서 조용히 쉬고 싶을 때 특정 택시 기사를 만나면 억지로 대화에 참여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타다는 그러한 점이 없어 정말 조용히 휴식을 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 항상 클래식을 틀어놓는다는 점 역시 사용 경험의 만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극히 일부 택시 기사의 이야기지만 저 같은 여성은 나이의 많고적음에 상관없이 가끔 무시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일찍 택시를 탔을 때 “아침부터 첫 고객이 재수없게 여성이네”라는 소리를 들어본 경험도 있고, 난폭 운전에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으로 탑승후에도 한동안 멀미를 할 정도로 무법택시를 타본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일부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타다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주변에 홍보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쉽게 서비스를 더이상 이용못하게 되었죠. 



[3] 정부가 혁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한 정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례는 영국의 ‘마차산업’입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자동차가 등장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마차를 모는 마부는 생존권 위협을 받고 극렬히 저항하게 됩니다.  


이 때 정부는 마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1865년 적기조례를 발표합니다. 일명 붉은 깃발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는 자동차가 마차나 말이 지나갈 때 무조건 멈춰야 한다는 법이고 이를 어길 경우 1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자동차는 걷는것보다 느린 상황이었고 산업이 발전할 수가 없었죠. 결국 산업혁명은 영국이 주도해 일어났지만 패권은 미국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영국이 산업혁명 주도권을 잃은 사례 중 하나로 바로 이 마차와 자동차 이야기가 나옵니다. 


생각보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변화가 앞선 30년의 변화보다 더 급하고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법과 사회는 디지털 변화와 혁신의 속도에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운송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제약은 바로 발전 속도와 사회가 적응하는 속도 차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죠. 


타다의 경우 지난 2020년 개정된 여객운수법인 ‘타다금지법’에 대해 ‘타다진흥법’이라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타다 같은 혁신 서비스가 많아질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상은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일단 모빌리티 분야 신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택시사업자처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매출의 5%는 기여금으로 내야 합니다. 또한 개정법은 관광목적이어야 하고, 대여시간은 6시간 이상으로 두고 대여 반납장소는 공항, 항만일 경우로만 제한해 실질적으로 단거리 시내 주행은 금지한 형태죠. 


(사진출처: 중앙일보)  



개정된 여객 운수법을 통해 ‘카카오 블루’와 같은 플랫폼 가맹 택시, 카카오 벤티, 아이엠 택시 등 택시가 대형, 고급택시가 합법화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카카오 블루는 추가콜비를 3천원을 지불해야 하며, 대형 고급택시의 경우 낮, 밤에 상관없이 일반 요금의 최대 4배까지 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요금이 비싸진 셈이죠. 


최근의 택시대란을 막기 위해 서울시 등이 나서서 지하철 운행시간을 연장한다든지 택시 리스제 등의 대안책을 검토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택시 리스제는 법인택시회사가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기사들에게 법인택시 면허를 대여해주는 제도이지만, 이 경우 개인택시조합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심야택시대란 해소를 위해 심야시간 택시요금을 최소 25% 이상 최대 2배 미만으로 책정할 방법도 논의한다 하고, 다시 ‘타다 부르기’를 하겠다며 렌터카 업체의 유휴 차량을 플랫폼 사업자가 대여해 운전기사를 모집한 뒤 출퇴근, 심야 시간에 투입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바로 타다베이직에서 도입했던 초단기 렌터카 시스템과 동일합니다. 결국 혁신 기업들의 발목을 꺾은 뒤 다시 혁신 기업의 서비스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상황이 된 겁니다. 


문제는 현재 이슈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시에서 택시대란을 해결하려고 해도 경기도권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서울-경기-인천의 경우 인구이동이 잦기 때문에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인천 집으로 귀가하는 승객이 택시를 탄다고 해도 택시기사는  인천에서 빈손님으로 서울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택시가 경기도 인천으로 빠지면 다시 서울지역 택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한 단순히 서비스 요금을 올린다, 탄력 요금제를 도입하겠다, 개정법을 재개정한다 라는 문제보다 향후를 내다본다면 디지털 혁신, 4차산업 혁명 관점에서 변화를 수용해 나가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마케돈> 채널에서 오리지널 영상콘텐츠로 감상해보세요!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pv2abkmfdXU&t=355s





#택시대란 #카카오택시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우버엑스 #택시 #마케돈 #마케터의시선 #아샤그룹 #아샤그룹이은영 #이은영대표#리브랜드 #leebrand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터의 시선] EP.34 티몬의 이유있(없)는 추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