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브르사비 Aug 24. 2020

프랑스의 고양이는 왜 이렇게 행복한가요?

산책하는 고양이의 행복론

이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모두 사람의 손길을 반겼다. 거리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던 녀석들도 손을 내밀면 다가왔고 마치 내가 주인이라도 되는 양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자신을 해하려는 인간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듯.

고양이 행복지수 백점인 나라 프랑스에서 산책냥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일명 ‘산책냥이혹은 '외출냥이' 키운다. 물론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야 산책하는 고양이들을 보기 어렵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보면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걷는 고양이를 흔히   있다. 주인이 없나 싶어서 녀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목걸이를 하고 있거나 낯선 이의 손길을 즐기다가 어느  창문으로 슬그머니 들어가곤 했다.



독립적이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자유로웠다. 게다가 사람에게 한없이 호의적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반려묘를 둔 집사들의 로망 아니던가. 한국에서 열 두 살이 넘은 집고양이 두 마리의 엄마로 줄곧 살아온 나는, 이 광경이 신선하고도 반가웠다. 이렇게 좋은 것이라면 너희도 경험하게 해줄걸. 오늘도 친정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깥을 보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슬쩍,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9살, 산책냥이로 살아온 시댁의 고양이 시피, 에너지 넘치는 시어머니 친구분의 고양이 조조와 키키, 수의사 친구의 고양이 드니.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고양이들까지. 올여름의 시간 대부분은 그야말로 프랑스 고양이 관찰로 채워졌다.



자유롭고 상냥한 너, 사랑할 수밖에 없어

9살이니 고양이 나이로는 중년에 해당하지만, 시댁의 고양이 시피는 여전히 마드모아젤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새벽마다 밥을 달라거나 우다다를 하느라 잠을 깨우는 내 고양이들과는 달리, 시피는 사람의 시간과 규칙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아침에는 방문을 열어줄 때까지 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침대에 올라오라는 신호 없이는 이불에 절대 발을 딛지 않는 고양이. 이른 아침에 먹는 간식을 가장 좋아하며, 해 질 녘 먼 곳까지 산책을 하러가는 이 아이의 행동반경은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집 주변 300m 정도이다.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도마뱀 잡기.



시피와 2주 정도 같이 지내며 가장 놀란 부분은 “인간의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분들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대부분의 고양이가 자기중심적이고 인과관계 형성이 잘되지 않아 훈육이 매우 까다롭다. 시피의 경우 몇몇 방에는 들어가면 안 되며, 모두가 자는 밤에는 울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사람의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아무리 내 고양이에게 가르치려 애써도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시부모님께 여쭤보니 아낌없이 사랑을 주되 안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몇 년 전, 프랑스식 육아법이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다지만 이젠 프랑스식 육묘법까지 고려해봐야 한다니. 헛웃음이 난다.


늦은 오후, 산책 후 "문 열어주세요" 사인 보내기


해 질 녘 먼 곳을 바라보는 시피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나무타기는 기본, 말 뒤를 쫓아다니거나 쥐와 새를 잡아서 물어다 놓는 고양이. 1살이 갓 넘은 조조는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이다. 매 순간 생기 넘치는 이 고양이는 사람 손만 닿아도 자동으로 골골송이 흘러나오는 신기한 아이이다(재밌는 것은 내가 만난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랬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 고양이의 유일한 단점은 잡기엔 너무 빠르다는 것. 원할 때만 다가와서 잡혀준다. 겁이 없고 성격이 활발해 조조의 영역은 꽤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덩치가 큰 말이나 소를 무서워할 법한데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사냥을 즐기기도 한다. 사람도 적절한 운동과 외부 자극이 어우러질 때 가장 건강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조조는 군살 없는 완벽한 체형을 자랑하며, 뛰어난 사교성을 지녔다.


풀숲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냥 준비 중인 조조를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인 수의사 타렉 말에 따르면 고양이의 사교성이란 보통 생후 6개월 이내에 결정되는데 여러 사람과 환경에 노출된 경험이 많은 고양이일수록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덜하고 외향적이라 한다. 즉, 사교성이 어느 정도 있는 고양이여야 산책이 즐겁다는 것. 굳이 산책냥이가 아니더라도 모임이 많은 프랑스 문화 특성상 어릴 적부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많이 만난 고양이일수록 사교성이 높다는 것. 그는 어린 시절 낯선 사람을 거의 만난 적 없는 자신의 고양이는 사회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실제로 그의 고양이는 낯선 사람에게 공격적인 편이며, 주인이 곁에 있을 때만 우호적으로 변한다).


산책냥이로 키우는 것, 무조건 좋은건가요?

고양이 오너들에게 산책냥이로 키우는 이유와 장점, 그리고 지켜야 할 원칙을 물었다.

가장 큰 장점으로 자연 속 다양한 자극에 노출되는 고양이의 활동량 증가와 건강관리가 비교적 용이함을 꼽았다. 또한 넓은 영역으로 고양이의 영역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점도 덧붙인다.



산책냥이로 키울 때 유념해야 할 점으로 그들이 강조한 것은 먼저 산책냥이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도심에서 벗어난 시골의 단독주택이라 했다. 도심에서의 산책냥이는 프랑스인인 자신조차도 추천하지 않는다고. 시골 또한 뱀, 다른 고양이의 위협, 쥐덫 등의 위험성이 있어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영역의 안전함을 주인이 자주 점검한다고 한다.


또한 어릴 적부터 적당한 거리의 행동반경을 인식시키고 고양이가 지나치게 멀리 이동하지 않도록 교육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영역이 넓고 발정기가 되면 암컷을 찾아 떠나는 수컷보다는 암컷이 적합하다고 하는데, 내가 본 산책냥이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암컷이었다. 마지막으로 벼룩, 진드기, 심장사상충 등 외부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외부 구충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쉬운 것처럼 보였던 산책냥이의 관리,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행복해 보이는 산책냥이들의 발걸음에는 오너들의 세심한 관리가 깃들어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 내 고양이를 산과 바다, 자연 속에서 뛰놀게 하고 싶다는 열망을 버리지는 못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