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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Dec 31. 2022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3)

CHAPTER1 - 01. 직영 시공에 도전하다.

인테리어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우리 건축사사무소에게 겁 없이(?!) 인테리어를 의뢰한 첫 고객은 남편의 20년 지기 친구 OKK였다.     


OKK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이 29평 아파트는 1983년도에 준공된, 그러니까 올해로 만 40년을 채우는 노령의 구축이었다. 나쁘지 않은 시내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거의 불가능한 높은 용적률과 긴 임대 기간 동안 거의 수리가 이뤄지지 않은 내부 구조 때문에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OKK씨는 이 집을 매우 저렴하게, 다 뜯어고치고 싶었다. 그래서 개업을 앞두고 있어 포트폴리오는 당연히 없었던 친구(남편)에게 시공을 의뢰했고, 남편은 사실상 마진을 남기지 않고, 모든 공정 비용을 투명하게 OKK에게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락했다.     


최대 난관은 OKK가 제시한 예산이었다. 3000만원, 즉 평당 100만원에 올수리 올철거 인테리어를 해달라. 직전해 20평대 신혼집을 턴키로 평당 350만원에 인테리어 한 경험이 있는 우리 부부는 이 시장의 대략적인 비용 구조를 알고 있었기에 처음엔 3000만원의 예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공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강했던 필자는 남편을 설득해 ‘최대한 예산에 맞추겠다’는 조건으로 수락을 하도록 했고(!), 그렇게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필자는 가장 먼저 서너달 전에 32평형 인테리어를 셀프로 끝낸 친구 부부에게 전화해 자문을 구했다. 똑순이 친구 부부가 비슷한 가격에 인테리어를 끝냈다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똑순이 부부는 셀프 인테리어를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한 꼼꼼한 예산 메모와 공정별 견적서를 엑셀 십여 쪽으로 정리하고 있었고, 고맙게도 고스란히 참고 자료로 넘겨주었다. 총 비용은 평당 200만원 안팎이었다. 평당 100만원에 똑같은 퀄리티를 내고 싶었던 필자는 집행 예산을 보고 또 다시 살짝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하기는 일렀다. 인테리어로 유명한 네이버 카페인 ‘셀프인테리어’와 ‘인기통’에 가입해 다른 셀프 인테리어 후기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카페에는 어디서부터 정보 습득을 시작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글이 있었다. 필자는 우선 ‘30년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 ‘40년 구축’ 이런 식의 키워드로 검색했다. 우리 현장 여건과 비슷한 여건의 사례글과 후기를 통해 구축의 특성과, 인테리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예상 문제점들, 기경험자의 꿀팁 등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실제로 문외한으로서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곳 역시 이곳 카페들이었다. 10년 이상 누적된 모든 인테리어 수기와 질의응답 글에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다. 당신은 그저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셀프인테리어가 두려움과 미지의 영역인 것은 개별 집의 내부 구조와 특성, 그에 따른 문제점이 주택 수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혜의 보고, 카페의 정보를 잘 참고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의문은 사실상 없다.     


두 번째로는 유튜브다. 예를 들면 타일 공정에 들어가기 전 필자는 유튜브에서 타일 시공 방식과 팁들을 검색해서 시청했다. 공정마다 십수 명 전문가의 영상을 봤으니 인테리어가 끝날 때까지 수백 편의 수업은 들은 셈이었다. 카페에 올라온 셀프인테리어 후기의 경우 대부분 초짜가 많기 때문에 같은 공정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시공한 경우가 많다. 때로 글을 읽다보면 오히려 명확해지기보다 혼란스러워질 때도 많다. 필자는 유튜브를 통해 전문가들에게 배움으로써 우리 현장에 맞는 답을 찾으려 했다.     


마지막으로, 각 공정 전문가들과 접촉해 직접 현장을 보면서 견적을 받거나 전화로 질의 응답을 하는 걸 추천한다. 카페 후기를 잘 활용하면 실력이 검증된 기술자들의 연락처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초보일수록 현장 상황을 전화로 설명해서 정확한 견적을 받기는 어렵다. 우리 역시 돌다리도 두드려가자는 마음으로 가능한 다수 전문가들에게 현장 견적을 받으려고 노력했고, 계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상당히 얻을 수 있었다. 셀프인테리어는 내가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재확인하면서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 머리를 맞댐으로서 최적의 선택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셀프 인테리어 첫 도전지가 될 만 40년 구축 아파트 현장]

단열이 안돼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던 작은방1과 작은방2
40년 동안 단 한번도 수리를 하지 않은 화장실 /무려 18년된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던 다용도실
현관 입구 / 작은방과 안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주방 /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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