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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Dec 31. 2022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4)

CHAPTER1 - 02. 설계 확정하기 (1)

수많은 미세 공정들의 집합체인 인테리어는 건축사에게도 생경한 영역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남편은 설계와 감리를, 시공 계획과 공정 조율, 기술자 컨택과 관리는 필자가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분업이 이뤄졌다.     

정형화된 아파트 인테리어 설계는 주택 신축 설계에 비해 단조롭다. 거실, 주방, 화장실 등 공용 공간과 각 방들이 분명하게 구획돼 있기 때문이다. 거실과 주방의 위치를 바꾼다던가, 주방과 방의 위치를 바꾼다던가 하는 특별한 구조 변경을 생각 중인 것이 아니라면, 집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건축주 자신이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 시공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설계 단계에서의 핵심은 건축주가 스스로 ‘원하는 집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는 것이다. 어떤 콘셉트로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고 싶은지, 현 상태에서 어떤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은지 집주인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이 단계에서 굉장히 애를 먹었는데, 건축주 OKK가 원하는 주택의 모습이 설계 단계 이후에도 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처음에는 집이 팔리지 않으니, 팔릴 만한 집으로 해달라고 했다가, 전세를 높여 받고 싶으니 전세가 잘 나가는 임대용 주택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가, 나중에는 부모님이 들어와 사실만한 집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매도용 집과, 임대용 집, 실거주용 집을 설계하는 것은 디자인 면에서나 예산 책정 면에서 현실적인 차이가 많다. 남편의 설계는 자주 바뀌었고, 막상 시공에 들어가서야 설계를 수정하는 일도 많았다. 예컨대 임대용 집은 과도하게 비싼 자재를 쓰지 않고서도 저예산으로 깔끔하게 시공하면 된다. 매도용 집은 그 동네에 주로 어떤 세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는지 관찰하고, 이들의 보편적인 취향에 맞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실거주용 집은 실제 거주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과 취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왜 인테리어를 하는가? 우리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 집을 직영으로 시공할 계획인가? 3~4년 살다가 주변 집 대비 높은 가격을 받고 다른 동네로 이사 갈 계획인가? 계획이 분명할수록 좋다. 만약 실거주용 집이라면 우리 집 가구와 가전은 주로 어떤 스타일인지 살펴보자. 가족 구성원의 공통적인 취향은 무엇인지 식탁에 둘러앉아 얘기를 나눠보자.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집’에 대한 공통된 콘셉트를 도출하고, 이 콘셉트에 기반해 시공이 시작되기 전에 설계도를 확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공정에서 부딪치는 시행착오와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건축주와의 지난한 조율을 통해 확정한 설계도를 첨부한다. 우리 현장은 총 일곱 장의 설계도가 나왔다. 이하는 그 중 세부도를 제외한 네 장이다.


평면도 (현황)



평면도 (계획)


철거계획도



천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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