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 02. 설계 확정하기 (2)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 현장의 최종 설계는 ‘건축주의 부모님이 사는 집’에 초점을 맞췄다. 시공 전 집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천장과 벽이 전혀 없었다. 무슨 뜻이냐고? 신축 아파트는 콘크리트 내력벽 위에 흔히 ‘다루끼’라고 불리는 기다란 한치각을 대고, 한치각 위에 석고보드를 덧대 면을 만든 후 타일이나 도배, 도장 등이 마감재로 마감한다. 1980년대 건설된 아파트는 이 과정 없이 바로 콘크리트 위에 도배지를 바르고 마감한다. 가벽 공간이 없기 때문에 모든 조명과 스위치 콘센트 전선은 벽 위에 노출된다. 또 내단열재가 들어갈 공간이 없으므로 외기에 곧바로 면한 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배지 위로 곰팡이와 결로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일단 모든 천장과 벽에 목공 작업을 진행해 가벽을 대기로 결정 했다. 가벽과 내력벽 사이에 가장 효과 좋은 단열재를 충진해 한겨울에 어르신들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기능적인 집을 만들고자 했다. 마감재 사양 역시 최초보다 상향 조정됐다. 마루는 강마루로, 벽지는 합지가 아닌 실크 벽지로 확정했다.
또 실제 부모님의 동선과 편의를 고려해 콘센트를 확충하고, 조명 역시 너무 어둡지 않게 각 방마다 간접등과 직부등을 적절히 혼합해 설계했다. 주방은 기존 일자 주방 대신 커다란 아일랜드를 추가해 별도의 식탁을 놓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했다. 대신 주방 바로 옆의 방에 문을 달지 않고 공간을 터서 필요에 따라 주방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욕실은 바스 대신 샤워기를 달았고, 커다란 슬라이드 장을 추가해서 수납 공간을 넓혔다. 어르신들의 취향을 고려해 베란다와 발코니 공간은 확장하지 않고 외부 공간으로 놔둬 화초를 키우거나 다용도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캐드(CAD)라는 도구를 활용해 설계도를 그렸지만, 당신이 셀인러라면 물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검색하면 평형별, 타입별로 대략적인 도면이 나온다. 도면을 다운로드 받아서 크게 확대 출력한 다음에 손으로 직접 배치도를 그려보면서 설계를 확정해나가도 된다. 또 요즘에는 3D로 내부 가구 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사이트나 앱이 많다. 이런 곳들을 활용하면서 직접 디자인을 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