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12. 단열과 목공
단열은 방수와 더불어 모든 공정 가운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다. 우리 현장은 아파트 내에서도 가장 끝동 끝호라 방마다 곰팡이와 결로가 심각했다. 이보드와 아이소핑크, 경질우레탄폼 등 여러 종류의 단열재를 놓고 고민한 결과, 가장 비싸지만 방습·단열 효과는 가장 좋은 경질우레탄폼으로 내벽을 보강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소핑크로 시공할시 최소 100T(10cm) 두께 자재를 써야했는데, 자재비는 비싸지고 내부는 내부대로 좁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경질우레탄폼 단열은 콘크리트 벽에 목공이 다루끼로 골조를 세우면 다루끼와 콘크리트 사이를 분사식 폼으로 두껍게 메워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단열 방식이다. 조밀한 입자의 폼으로 틈새를 메워가는 단열 방식이라 아이소핑크나 보드 단열재에 비해 박리 현상이 없고 얇은 도포만으로도 내단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수축 현상이 있다는 것.
자재 선정과 함께 단열과 목공 공정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민했다. 단열과 목공팀을 각각 배치할지 단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목공을 부탁할지, 목수팀에게 단열을 부탁할지 세 가지 방안이 있었다. 각각의 방식으로 견적을 받아보았는데 단열과 목공 공정 일부가 겹치는 특성 때문에 두 공정을 한 팀에게 부탁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다. 당초 설계에서도 천장과 벽에 가벽을 세우는 것 외에 특별히 고난도의 목공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 때문에 단열 시공비를 잘 맞춰줄 수 있는 단열 전문업체를 고르고 목공까지 부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키로 결정했다.
[BOX3] 단열재의 선택
단열도 방수만큼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단열재 사용과 시공 방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공정이다. 중요도만큼이나 100% 단열, 100% 방수라는 게 사실상 어려운데다 시공 이후에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리 방식에 따라 하자가 빈번히 생길 수 있는 까다로운 공정이기 때문이다.
단열은 크게 외단열, 중단열, 내단열로 나눠지는데, 인테리어 공정에서 흔히 말하는 '단열'은 내단열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내단열은 단어 그대로 건물 내부에 단열재를 부착함으로써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내단열재로는 가장 일반적으로 시공하는 아이소핑크(압출법 보온판)를 비롯해 스티로폼(비드법 보온판), 이보드(PP보드), PF보드, 우레탄폼, 그라스울 등이 있다.
비드법 보온판: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단열재로 가격이 저렴하고 단열 성능도 괜찮아 과거에는 내·외단열에 보편적으로 사용된 단열재였다. 습기와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압출법 보온판: '아이소핑크', '골드폼'이라고 불리는 단열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드법 보온판과 비슷하게 폴리스틸렌을 가열, 압출 발포시켜 성형한 제품이다. 내수성이 뛰어나고 부식에 강하다. 스티로폼과 마찬가지로 화재에 취약하다.
PF보드: 열경화성 수지를 90% 이상의 독립 기포로 발포시킨 준불연단열재다. 은박 AL시트를 붙인 형태이며 비드법·압출법 단열재보다 단열성능이 우수하고 내화 성능이 뛰어나다.
그라스울: 그라스울은 유리 원료를 섬유화하여 만들어진 무기질의 섬유단열재다. 유리 섬유가 촘촘한 공기층을 만들어 열의 이동을 차단하고 소음을 흡수하는 구조다.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을 지니고 있어 외국에서는 목조 주택 단열에 많이 사용되고, 국내는 내·외단열재로 두루 사용된다. 폼알데히드를 기준치 이하 방출해 새집증후군 등의 면에서 친환경성을 입증했다.
PP보드: 흔히 '이보드'로 알려진 단열재다. '이보드'는 사실 동명의 회사에서 만든 PP보드를 의미한다. 압출법 단열재와 마감재인 폴리프로필렌을 압착해 만든 단열재로, 별도로 석고보드를 붙이지 않아도 벽지와 페인트 등으로 곧바로 마감할 수 있다.
우레탄폼: 크게 연질폼과 경질폼 등으로 나뉜다. 액체를 발포시키는 '뿜칠' 방식으로 시공되므로 마감재가 만나는 작은 틈새 등에도 효과적으로 시공할 수 있다. 경질폼은 연질폼에 비해 밀도가 높아서 단열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지만 공사비가 비싸다. 연질폼은 투습성이 높고 경질폼은 낮다. 경질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축하면서 단열성이 서서히 떨어지기도 한다.
목공은 집의 뼈대를 세운다는 점에서 핵심 공정이다. 목공 작업을 통해 비뚤어진 벽과 천장의 수직과 수평을 정확히 잡고 각을 만들어 도배, 도장 등 마감재 작업을 할 수 있는 바탕면을 만든다. 도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중요한 다리가 되는 작업이므로 현장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어려운 공정이기도 하다. 여러 명의 작업자가 투입돼 동시에 이뤄지는 작업이므로 작업 지시는 초반부에 구체적으로 목공 반장을 통해 명확히 하여야 하며, 중요한 설계 부분은 재차 강조해야 한다. 또 공정 중간에도 틈틈이 현장을 살펴보고 시공과 설계 사이의 간극이 있다면 유연하게 조율해내야 한다.
우리 현장은 목공 부문에서 애를 먹었다. 단열업체가 데려온 목공팀과의 자잘한 의견 충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거실과 안방 천장 마감과 간접등 날개 시공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술자 한분이 도면과 다른 방식을 제안했고, 도면대로 시공을 부탁한다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목수님은 '일반적인 간접등 시공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조명을 넣었을 때 반사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우리대로 층고가 평균적인 아파트보다 20밀리미터는 낮은 구축 아파트에 '일반적인 방식'대로 시공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집을 너무 비좁아 보이게 만들 수 있으므로 설계대로 시공하는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오후에 확인한 천장 결과물이 설계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벌어졌다. 천장 단차가 '일반적인 시공 방식'에 따라 90밀리미터나 내려오면서 결과적으로 바닥과 천장 사이 거리가 2170밀리미터까지 낮아지게 됐다. 목공팀이 결국 다른 현장에서 하던 대로 시공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주문을 전달한 설계 도면에 천장 단차를 60밀리미터, 천장과 바닥 사이 높이를 2200밀리미터, 최소 2190밀리미터까지는 확보해달라는 지시 사항이 명기돼 있었다. 우리는 이를 근거로 재작업을 요청했고, 결국 목공팀은 오전 내내 작업한 천장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품값으로 보나 자재비로 보나 우리에게도 상당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이에겐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을 만한 해프닝이지만, 우리는 최대한 거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재작업한 결과물을 보면 층고 20~30밀리미터를 어떻게 해서든 사수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화장실 천장도 일부 재작업을 해야 했다. 당초 목공 천장을 하면서 방수 석고로만 마감을 부탁했는데, 목공이 간접등 박스부분 일부를 MDF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습기에 약한 화장실에 합판도 아닌 MDF 소재로 샤워기 부분과 바짝 붙은 간접등 박스 부분을 마감한 결과는 뻔했다. 결국 이곳 역시 목공팀과 협의를 거쳐 철거를 결정했다. 목공팀은 우리가 디테일한 마감 지시를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분은 사실이었다. 방수석고라는 천장 재료만 지정했지 간접등 일부 마감을 어떤 소재로 하라고까지 명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기술자들에게 전달하는 지시 내용이 더욱 세심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한 부분이라도 놓치면 기술자들은 개별 주택의 특성을 무시하고 해왔던 대로, 경험에 따라 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점이 굉장히 결정적인 장점과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100가지 종류의 현장에 모두 일반적인 해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디테일한 설계 의도와 핵심 시공 포인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시공의 우선순위가 뒤바뀔수 있고, 결국 최종 결과물을 책임지는 것은 건축주와 설계자다.
실무를 맡은 기술자와 설계자 사이의 간극은 피할 수 없다. 많은 시공 경험을 가진 실무자가 맞을 때도 있고, 설계자의 창의력이 빛을 발할 때도 있다. 이같은 간극을 어떻게 조율해 나은 결실을 도출하느냐가 셀프인테리어 과정에서 느끼는 또 다른 보람이자 재미인 듯하다. 물론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