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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un 14. 2023

우유니의 푸른 밤에는 별빛이 내린다

Salar de Uyuni, Bolivia

별이 빼곡한 밤하늘엔 어둠이 내리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푸르다 못해 투명한 별하늘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세라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조용히 눈물만 흘렸던가. 낮에 강하게 불던 소금 바람에 바짝 건조해진 뺨이 밤에 흐르는 별빛에 축축해질 정도로 소리 없는 울음이 계속, 계속 새어 나왔다. 드디어 닿았다. 우유니에.

우유니의 광활한 별사막에 도착한 여행자는 꽤 많았으나 퍽 고요하다.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면 그저 말을 잃고 사방으로 쏟아지는 은하수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전부였을 테니. 간간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마저 금방이라도 사라질듯한 소곤거림으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누군가의 세계를 흩뜨릴세라 서로가 암묵적으로 만들어낸 규칙 같은 거였다.


우리는 한 공간에 있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우유니의 밤에 젖어들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 서로 떨어져 있는 점 같은 별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으며 별자리를 읊조리는 이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어깨가 무거운 카메라로 모든 것을 담아 가겠다는 듯 쉴 틈 없이 셔터를 누르는 이도, 가만히 앉아 별을 보는 건지 혹은 그 너머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이도. 나는 맨 후자에 속했다.

우유니의 밤하늘 빼곡히 쌓여있는 별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닿기까지의 지나온 여정. 앞으로의 행방. 그리고 먼 미래의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 같은 것들이었다.

주어진 밤이 길었으니 생각의 꼬리도 길었다. 우주 한복판에 표류되어 고립된 우주인의 기분이 이런 걸까?


그때였다. 조용했던 모두가 동시에 짧은 감탄사를 외치며 바라보는 그곳에는 유성우가 내리고 있었다.

사람은 상상해 왔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풍경을 마주하면 고장이 나는가 보다. 일순 울컥하며 추스를 새도 없이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종종 이유 모를 벅차오름에 코끝이 찡해지곤 했는데 이는 슬픔인 것 같기도, 허무함 같기도, 또 감격 어린 마음 같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의 끄트머리에 떠오르는 감정은 단 하나. 바로 틀림없는 행복이었다.

나는 그 무엇도 아닌 내 행복을 위해 남미로 떠나온 거였구나.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되새김질을 하듯 깨닫고선 조금 울었다.

나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면 멀리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다. 그곳에서 내 옆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이 있다. 이 황홀경 속 혼자이기에 외로웠지만 혼자이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이가 소중함을 깨닫는다. 적어도 지금 내가 떠올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별이 뜨길. 지구 건너편에서 보내는 작은 바램이 그대들에게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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