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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인 Nov 12. 2023

<딱 1인분만 할게요>_이서기

우리 어렵지만 어른이 됩시다!

김주성  "주무관님한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삶이 너무 무료한 직장인 이야긴데, 주인공이 뭐라고 말하냐면 “나는 그동안 내 마음의 근처를 맴돌면서 살았다. 이젠 내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중심.
나는 내 중심을 항상 동경했지만 팀장님의 말처럼 그 주변만 뱅뱅 맴돌았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주변인이었고 작가의 세계에서도 주변인이었다.  

김주성 "정답은 조직 안에도 조직 밖에도 없어요. 각자 마음의 중심, 거기에 있는 거지."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이 조직을 너무 욕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그래도 주무관님을 처음 받아준 고마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놓아줘 봐요. 그리고 빨리 주무관님의 중심으로 들어가요. 상황 판단은 빨리 할수록 좋아요, 알겠어요?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https://youtube.com/shorts/e5SfM_6jFCI?si=qMnpmB4Gd42zRcbC

다 괜찮은데 어리광만 부리지 말자고.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책임을 지는 게 어른이라고. 그래서 그런 순간을 좀 살자. 오늘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순간을 살아보는 것이 저희 팀의 목표입니다.

어른이 됩시다!

 

 "어른이 됩시다." 요즘 내가 나 스스로에게 되뇌는 문장이다. 이는 <스우파>라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댄스팀 리더가 탈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던 것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서 담담하게 이 말을 내뱉었다. 자신이 내린 결정들과 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기에,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고 책임지겠다는 모습에서 존재의 성숙함을 느꼈다.


 사실 상반기의 나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회사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부렸고 남들이 네가 옳다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회사를 다니기로 선택한 것은 나 자신이었고 회사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었다. 다들 각자의 어려움과 부조리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힘들다 이야기하는 건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무관님은 모르겠지만 다 보이거든요.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다는 게.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방황의 시초거든요. 그리고 그런 지가 아마 꽤 되었죠…? 내가 보기에는 1년 이상.

-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근데 방황을 할래도요, 애매한 방황을 해버리면 인생이 꼬여요. 주무관님이 방황을 할 거면 온몸을 던져서 하라고요, 확실하게. 진짜 정신 좀 차려요. 20대의 애매한 방황은 30대가 돼서 복수를 하고, 30대의 애매한 방황은 40대에 더 큰 복수를 해요. 타격감은 나이가 들수록 배가 되고 회복력은 반감돼요. 왜 그렇게 애매하게 사는 거예요. 여기 왜 들어왔어요?

-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오늘 리뷰할 책은 '방황'을 몸과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라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내 상황도 방황에 해당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마음을 주지 못하고 가장 중요한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선택이든 정답은 없고 그 개인의 선택과 책임만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이 잘못됐다 해서 누구 탓을 할 수는 없으며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마음에 안 든다 해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더더욱 선택의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내 기준과 선호에 따라 판단하기 결정했으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고삐를 스스로 쥐어야 한다.


 오늘 리뷰하는 <딱 1인분만 할게요>는 한 공무원이 직장에서 겪은 어려움들과 그 과정에서 했던 생각들을 기록한 책이다. 낮은 봉급, 회사 내 정치질, 보수적인 문화, 조직 내 인사 시스템 등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지점들을 다룬다. 주변 인물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해 더 생동감 있게 고민들을 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어쩌면 이 책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전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 또한 공무원 연금, 안정성, 업무의 공공성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공무원을 하면서 자기 삶을 성실하게 일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그 조직과 맞지 않는 개인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개성과 고집이 강한 개인과 경직성과 보수성이 강한 조직의 조합이니 말이다.


 제목에서 '1인분'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삶 그리고 직장에서 1인분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쪽에서는 MZ 직장인들의 근로 태도가, 한쪽에서는 '조용한 퇴사'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이다. 사실 이 정도 받았으면 얼마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 업종, 직무, 연차 그리고 부서, 개인에 따라 1인분은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그 개인의 역할인지 나누기 어렵다. 결국 조직과 개인, 함께하는 업무 파트너들 간에 협상과 긴장관계로 적당한 1인분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1인분'을 고민하는 것의 의의는 스스로 자신의 삶과 직업을 어떻게 대할지를 판단하고 우리가 헌신, 희생, 책임 등의 단어로 뭉뚱그렸던 것들을 가시화하겠다는 시도라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자기의 힘든 점만을 토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는 점이 좋았다. 나의 1인분을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의 1인분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내 1인분이 넘쳐 상대의 삶까지 침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 또한 내가 힘들 때는 모든 게 문제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편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이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선택을 내리고 그것에 담긴 책임들을 짊어지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의 이 길이 나와 맞지 않을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의 선택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물론 정작 이런 고민을 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생각 안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상대의 1인분을 존중하고 자기만의 1인분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이 책을 읽고 공무원의 처우 문제나 과연 선택이 개인만의 영역인가 하는 문제가 따를 수 있다. 나 또한 그것에 공감하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치우치면 개인이 너무 무력해진다 느껴서 이런 책도 나름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선택과책임

이서기  "아니, 이제 누구한테 물어봐.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될 때마다 네가 항상 알려줬었는데, 네가 없으면 이제 누가 알려주지?"

김소라  "기준은 네가 세워야지."

기준.
언제나 내 인생 기준이 되어 준 엄마와 소라.
기준을 세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그때 이제는 나사가 헐거워져서 떨어져 나가기 직전인 내 자전거의 보조바퀴가 말한다.  

김소라  "넌 내 말을 듣는 것 같지만 항상 니 맘대로 했어. 난 맞장구만 쳐줬을 뿐이야. 결국 너 혼자서 다 잘해온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이서기 "그래, 맞아. 간신히 살아남긴 했는데…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더라. 언니, 그럼 천국은 어딨어?"

현재이 "그건 각자 찾아볼 몫이지. 나한테 맞는 천국이 어디 있나 더듬더듬 찾아봐야지. 각자의 천국은 다 다른 것 같아. 적어도 똑같은 모양으로 살아야 하는 공무원이 나한테 천국은 아니었어. 오히려 지하 30층으로 꺼지는 기분."

공무원, 길이 정해져 있는 인생. 같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가공되는 공정. 편안하고 안락하고 실패가 없는 길이지만 절대 성공도 없어야 하는 하향 평준화의 세상.  

현재이 "그냥 좀 더 잘 살고 싶어. 8년 버티면 7급, 20년 버티면 6급…. 그렇게 간당간당 버텨서 겨우 실패나 면하는 끄트머리 인생 말고, 앞에 서고 싶어. 힘들어도 가끔은 튀어 오를 수 있고, 순간은 웅크려도 좀 더 멀리 날아 볼 수도 있는 그런 인생으로."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도전인가안정인가

“그냥 맘 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살지. 세상사 더러운 꼴 보지 말고 바보처럼 살지.”

엄마가 생각하는 가장 안락한 그 조직에서 내가 눈 감고 귀 닫고 바보처럼 살길 바라는 거다. 엄마의 말이 이제는 꼬여서 들린다.

 “넌 9급 공무원만 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거기서 귀 닫고, 입 닫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하게 살아 편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해서 실패도 안 하고, 좌절도 안 하고, 상처도 받지 말고. 그렇게 완벽한 채로, 완벽하게 연약한 채로.”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일 년에 3만 원 올라도 그게 어디야. 땅 파면 1원이라도 나와? 20대에 얼른얼른 시험 보고 들어가서, 30대쯤 공무원이랑 결혼하고, 40대쯤 내 집 장만해서 애 낳고 늙어서, 노후자금 부족하다 싶으면 주택연금 들어서 집 뜯어먹고 살면 되지.
 완벽한 공무원 인생론. 모두에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용된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시작한 인생이 이 조직에만 들어왔다 하면 한 가지 모양의 공산품이 되어 나온다.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반짝이는 이 팀장의 눈빛에서 나를 보던 엄마의 눈동자가 보인다. 아, 이제야 알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인 줄 알았던 따듯한 품은 어쩌면 과잉보호였을지 모른다는.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존중

 김혜련 계장? 서기 주무관님 그냥 싫다 했죠?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그냥 아니에요. 주무관님 보고 본능적으로 아는 거야. 김혜련 계장 짬이 몇 년인데? 얘는 정답을 이 조직 안에서 찾는 애가 아니다, 몸은 여기 묶여 있는데 맘은 도망가 있다고.
 주무관님 말고 여기 사람들 다 이 조직에 정착해서 십몇 년째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몸 바쳐 마음 바쳐 일한 사람들이에요. 그게 자의든 타의든 이미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일단 먹고살아야 해서 들어왔다가 결국에는 이 조직이 꿈이 된 사람들이라구.
 왜 주무관님 꿈 찾겠다고 남의 꿈 무시합니까. 그 세월이랑 노력이 같잖아 보여요? 이 사람들의 꿈이 하찮아 보여요? 주무관님 꿈만 중요해요?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 안 해요? 그리고 일이란 건요, 다들 하기 싫어요. 나도 하기 싫어요. 20년째 아주 딱 하기 싫어서 죽을 맛이라구요.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도망치는것도참는것도정답은아니다

많이 힘들죠? 이 정도면 양반이다, 좀 참아라.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근데 계속 참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나를 하대하는 게 당연하게 되고, 결국엔 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대하고 내 인생에 애정이 없어져요. 그냥 아무렇게나 살자, 아무렇게나 돼라. 그러다 ‘이 아무개’가 되거든요. 그렇게 얼굴 없는 인생 살다가 잘살고 싶은 작은 의지조차 남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해지는 거예요.

-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이서기  "그래도 좀 버텨보는 게 낫지 않을까. 존버가 답 아닌가 싶어."

공현우  "버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야. 아직 넌 욕심이 있잖아. 뭔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서기  "욕심 있지. 더 많이 쓰고 싶고, 잘 썼다고 인정받고 싶고."

공현우  "그럼 제대로 해 봐야지. 아직 제대로 안 해봤잖아. 할 거면 시간 들여서 제대로 노력해. 네가 노력한 것만 욕심내."

이서기  "그래도 좀 자신 없는데."

공현우  "넌 잘해. 잘하는 것 같아."

- <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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