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nn Dec 01. 2019

친구의 결혼

내 친구 미래가 결혼한다.

내 친구 미래가 결혼한다. 식장에 앉아, 경건한 분위기 속 설렘으로 반짝거리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나는 2007년의 울산-무거동 목련학사 625호를 떠올렸다.


07학번 스무 살. 우리는 같은 과 동기이며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었으며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 가장 많은 것을 했던 시기였다. 단연코 적당히는 없었다. 늘 밖에 있었다. 일상적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연달아 두 편은 물론 세 편도 봤다. 또 카페에서 온종일 조잘거렸다. 당시 Nikon D40을 꼭 가지고 다니던 그녀 덕분에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다. 수업은 자주 빼먹어 나란히 학사경고를 받았는데, 이상하게 며칠씩 밤을 지새우며 과제는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슬금슬금 기어 나와 술을 마셨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이었다. 기숙사 앞 벤치에 앉아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들은 어둠이 옅어질 때까지 계속되곤 했는데 주제는 다양했다. 남자, 친구, 사랑, 가족, 영화, 여행, 디자인, 진로, 직업, 10년 후의 미래. 우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불안하고 막연한 꿈에 대한 이야기. 울었다가 웃었다가, 아직 어려서 겁날 일이 없다고. 도전하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해도 어리다며 깔깔거렸다. 미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즐거웠다. 우리는 늘 즐거웠다. 그 많은 것들을, 스무 살의 나는 미래와 함께했다.

2019년 현재. 서른두 살의 미래는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사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전부터 무모해 보일 정도로 과감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자퇴를 했고 본인의 꿈을 찾아 떠났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때의 미래도 지금과 같았다. 반짝거렸다. 혼인서약을 낭독하는 모습을 보며 스무 살 미래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그 쉽지 않은 일을 내 친구가 한다.

매일, 자주 만나지 않지만 언제 만나도 신뢰감 있고 친밀감 있는 관계. 그것은 본질적으로 그녀가 “좋은 사람” 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롭고 포용력이 넓으며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기꺼이 수용할 줄 아는 사람. 그렇기에 앞으로도 그녀는 늘 순간을 뜻있게 성실히 살아갈 것이다.

며칠 전. 결혼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인연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하기 어려운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마음이 있어도 어렵고 마음만 있어도 어렵다는 것에 공감했고 웃었다. 한때 중요했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인연들이 참 많다. 그렇기에 더 감사하다. 우리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서, 미래의 결혼을 축하해 줄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오늘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다닐 수도 없고, 이렇게 관둘 수도 없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