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내 몫
동생이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다.
동생은 현관을 들어와 검고 두툼한 군화를 벗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미동도 없는 나에게 군생활에 아주 도움이 됐다면서 종이한장을 던져주었다.
이게 뭐냐면 편지같은 종이를 읽어보는데 순간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그리고 얼른 그 종이를 찢어 버렸다.
어디서 그런 순발력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찢음과 동시에 쓰레기통에 넣었다.
문두에 2012년 x월 xx일이라 적힌 편지 였는데 그 당시 군대에 간 남자친구에게 쓴 연애편지 였다. 아주 구구절절하고 손발이 퇴화되어 없어질만큼 애정이 넘치는 편지였다. 그 당시에 써놓고 보내지 않은 편지인데 왜 안보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동생이 논산에 있을때 편지지가 없다고 연락이 와서 편지지로만 묶인 노트에서 한웅큼을 뜯어서 보내줬던적이 있는데 그때 편지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나보다...
동생이 아니었으면 세상 빛도 못보고 버려졌을 편지인데 동생이 논산에서 훈련이 힘들때마다 읽고 웃었다고 하니 그나마 이 오글거림도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