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트리에 꽃이 피었다. 해피트리는 잎만 있는 줄 알았다. 흰색과 초록이 연하게 섞인 꽃은 피고 지고를 하면서 9월을 보내고 있다.
올 해 2024년 여름은 무더웠다. 추석연휴기간에도 찜통더위였다. 추석이 지나고 22일부터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쌀쌀하기까지 했다.
낮에는 맑은 햇빛에 아침과 저녁은 오슬추위.
비닐팩에 숨죽여 놓았던 이불을 꺼냈다.
여름해 열기가 그대로 섬유유연제 향기와 섞였다.
빨아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2년 전 친구가 해피트리를 가지치기하고 그냥 버린다고 사진을 보냈었다. 뿌리가 훤하게 발가벗었다.
나는 그때 화초에 빠져 살던 때라 버린다는건 죽인다는 거라서 안타까움에 내가 살려보겠노라고 했다.
그때가 이른봄이었다. 혹여 꽃샘추위에 얼까 비닐을 씌우고 해가 옅게 들어오는 곳에 방치하듯 두었다.
한두 달 해피트리는 죽은 듯 반응이 없었다.
어느날 문득 여린 잎 하나가 돋았다.
그리고 봄의 생기를 따라 잎과 가지를 내놓았다.
해피트리의 생존력은 강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을 지났고 또 그렇게 어정쩡한 가지와 여린 잎을 내놓더니 올 여름부터 꽃봉오리를 다글다글 달더니 연이어 나팔꽃같은 모양의 초록빛 나는 꽃을 피어댔다.
해피트리의 꽃말은 행복. 행운. 재물. 행운이었다.
좋은건 모두 모아놓은 꽃말이라 기분이 좋았다.
해피트리와 녹보수가 비슷하게 생겨서 내가 헷갈릴 수 있다. 친구가 해피트리라고 했으니 해피트리겠지.
어쨌는 해피트리가 꽃을 피운걸 보는 느낌은
남자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만큼 황당하고 믿기 힘들었다.
해피트리가 꽃나무였다니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