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뭔가 일어날 거라 기대한다.
기대하면,
죽은 척 납작 엎드린 게으른 꿈들을 솎아 낼 줄 안다.
비릿한 욕망을 어떻게 가라 앉힐 수 있을까
빛을 초단위로 쪼개어 소리의 파편으로 춤추던
너를 잠시 어딘가로 보낸다면
너는
다시
무언가를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해낼 거라 생각한다. 생.각.한.다.
꿈의 쪽방에서 형광색 초록이 점점 어둠속에서
그 색을 잃어갈 때
기어코 너는 떠나본다. 이것을 뭐라 명명할까
토막 낸 일상 한 봉지 들고
버리러 간다. 버리는 게 녹녹치 않다.
내가
이 후진 여행에서 쪽방으로 돌아오면
손을 씻을 수 있길 기대한다.
어쩌면 토막난 일상을 누군가 찾아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끝까지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아무도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내 일상의 귀신은
소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