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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Sep 11. 2016

떠나면

일상 한 봉지


떠나면 뭔가 일어날 거라 기대한다.


기대하면,


죽은 척 납작 엎드린 게으른 꿈들을 솎아 낼 줄 안다.

비릿한 욕망을 어떻게 가라 앉힐 수 있을까


빛을 초단위로 쪼개어 소리의 파편으로 춤추던

너를 잠시 어딘가로 보낸다면


너는

다시

무언가를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해낼 거라 생각한다. 생.각.한.다.


꿈의 쪽방에서 형광색 초록이 점점 어둠속에서

그 색을 잃어갈 때

기어코 너는 떠나본다. 이것을 뭐라 명명할까


토막 낸 일상 한 봉지 들고

버리러 간다. 버리는 게 녹녹치 않다.

내가

이 후진 여행에서 쪽방으로 돌아오면

손을 씻을 수  있길 기대한다.

어쩌면 토막난 일상을 누군가 찾아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끝까지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아무도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내 일상의  귀신은

소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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