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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Nov 10. 2016

깻잎 도둑

남이 모르는 가난


하늘이 비를 내려도 누구는 약이 되기도 혹은 독이 되기도 하며 또 누구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뜨거운 팬에 올려진 마른 옥수수는 반드시 부풀어 팝콘이 된다.

인간이며 만물이 그러할 만한 논리의 작용으로 철저하게 자연법칙에 의해 흘러간다.

스스로의 생각조차 내것이 없고 매 순간의 생각조차 자연이 짓는 것이고 내게 주어진 범위 감옥의 틀안에서 사는 것이다. 지구라는 감옥


육신이라는 감옥ᆢ내 영혼의 실상을 보고 체험했고 갈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끊임없이 물상에 사로잡혀 프로그램대로 팝콘이 되는 인생과정을 겪는다.


가을날 천둥번개가 치던 날 밤 아이를 업고 동네 텃밭으로 달렸다.


중학생이던 희정이는 같이 따라나서면서 어디로 가냐고 소리쳤다.

반찬이 없어 깻잎이라도 따서 먹어야겠다. 오지게 병신같이 살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기술도 있었지만 그때는 아이 낳고 기르느라 뭘  해볼 상황이 못되었고 그런 머리도 안돌아갔다.


난 그때도 지금도 바보라는 영역에서는 한사코 똑같다.

남자는 무능력해졌고 상황을 흘러가는대로 나둬보았고 남자의 처분대로 조용히 보냈다.


어디까지 갈것인가ᆢ나는 두고 보았다 어디까지 내 상황이 갈까ᆢ

나는 그냥 묵묵히 견뎠다 신에게 빌때라고는 아이가 아플때 뿐이었다.

내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든 나는 그것이 내 선택의 방향이라고 생각했기에 신도 부모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번개치는 밤에 남의 텃밭에서 겨우 여섯장의 깻잎을 뜯었다.


일곱장의 깻잎을 따지 못한 이유가 그저 남의 텃밭에서 깻잎을 따는 게 죄가 될까 두려워 하늘에게는 죄송하다고 먹을게 없어서 깻잎좀 뜯어가겠다고ᆢ

이쁜것 말고 버릴 것같은 깻잎만 뜯었다.

그것조차 더 이상의 욕심을 스스로 허락하지 못했던 마음이 있었다.

하늘의 번개가 쿵쾅 치자 나는 두려워서 집으로 내달렸다.


희정이와 나는 비를 맞으며 웃었다.

당당하게 돈  벌고 살던 내가 깻잎 도둑이 된 밤이 어이없고 우스워서 나는 웃었다.


희정이도 웃었고 업혀있던 아기도 웃었다. 내가 웃어서 더 크게 즐겁게 웃는거 같았다.

엄마  이건 비참한 밤인데  우린 웃는다 그쵸?


그래 웃어야지 ᆢ이것도 인생의 재미있는 과정이야 삶의 체험현장이지

우리가  언제나 이렇게 살진 않을거다.

점차 상황은 변했나? 변했다.

더 큰 불행이 왔고 더 큰 아픔도 왔다.

항거할 수 없는 괴로움도 왔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약했지만 건강했고 아이도 건강했고 희정이도 건강해서 그저 그것이 감사해서 나는 죽지 않았다.


건강하다는 것이 그때는 축복이었다.

동전을 찾으려해도 동전이 없던 때였다.

가난ᆢ남이 모르는 가난ᆢ지독한 가난ᆢ희정이게 미안한 가난

지금도 역시 미안한 가난ᆢ

하지만 오늘도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이 몸을 벗어나면 끝이 아님을 알기에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바르게 살것인가 그것이 고민 된다.


.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저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한것이 부끄러워 노력하고 노력한다ᆢ이 노력이 설사 허사가 된다해도 노력할 것이다.


아들과 딸과 좁은 식탁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니 난 그게 지금 제일 기분좋다. 아웅다웅 다퉈도 같이 내손으로 따뜻한 밥을 먹으니 좋다.


세상을 위해 사는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현재 내가 머문곳에서 시작이라는 생각이든다.


철들지 말아야하는데 철이들라말라한다 .


무엇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줄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고

 그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삶이라고 믿는다.


가난이 부끄러울 때는 남  모르는 가난이 된다.

가난을 불편하다고 말한다. 정말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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