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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May 19. 2017

거기에서

루시몽

거기에서



은행나무 가로수보다 높은 아파트

그 길 아래로 그녀가 걸었다.

폭죽처럼 털린 은행알들을 총총  피하며

그녀가 그 길을 걸었다.

옹기종기 사이사이 쌍쌍 홀로 나홀로

 노란세계 천천히 허물어지는 노란 색깔

위를 그녀가  걸었다.

가을은 거리에서 알알이 울고

후두둑 후두둑 밤낮 가리지 않고 바람에 나무는 울고

다 운 뒤에는  아이 잃은 그녀를 불러내

노란은행잎 위를 달리게 했다.

당신의 가슴에  당신의 스마트폰 프로필에

노란 리본처럼 은행잎은 접혔고

아득아득하게 은행알은 터지고 터져서

하얗게 가루가 되었다.

그녀는 되돌아 온 길을 달려갔다.

계절을 잊고 사는 그대에게

그녀가 달려간다.


루시몽 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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