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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Jun 23. 2017

아기 고양이 호야

하룻밤을 보내다.

밤이 되었다.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혼자 남겨진 아기 고양이가 계속 운다.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는 그렇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계속 울어댄다. 고양이가 왜 우는지 정보를 검색해서 알아본 후 배고플 때 , 자신이 불편할 때, 놀아달라고 하던가, 아플 때, 위험할 때 ...

 애를 길러 봐서 알게 되지만 거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아기가 왜 우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몇 가지 상황 안에 근접해 있다. 배고파서 울던지 불편하던지 아프던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울음소리로 표현한다.

 심하게 칭얼대거나 크게 앙칼지게 울면 그건 매우 불만족 상태다. 고양이도 먹고 자고 싸고의 문제에서 나머지는 기분문제 같다. 식탁밑 한쪽 귀퉁이에서 울지 않고 잘있다.

 그런데 내가 거실을 떠나면 분명 울어댈 것이다. 그건 불안감일 것이다.  사지선다형 문제에 답을 맞추려고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머리를 굴린다.

지금 뭘 원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나름 상황 종합 유추하여 가장 적절한 하나를 선택한 후 실행해 옮긴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 배가 고플거라는 생각에 먹을 것을 준다. 어린 고양이용 사료지만 딱딱하여 물에 불려서 준다.  잠시 후 고양이는 불린 사료를 먹는다. 아직도 어미곁에 있었다면 응석을 부리면서 어미과 교감을 나누고 형제와 장난도 치고 그랬을 텐데... 너무 일찍 아기 고양이는 독립했다.

 딸은 애견샵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잘 놀고 있었는데 한 마리만 데려 온 것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남겨진 한 마리는 명랑했는데 한 마리를 떼어놓자 굉장히 시무룩해졌다고 부자였더라면 둘 다 데려오고 싶었다고ᆢ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딸은 남겨진 고양이에게 말했다고 한다. 애견샵 주인은 그렇지요 하면서 웃었다고.

 나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침대로 갔다. 침대에 일회용 매트를 깔고 고양이를 품어주었다. 아기 고양이는 아주 똘망한 눈으로 이불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양이 눈을 보면서 천천히 깜박였다. 이런 눈 깜박이는 방법은 오래 전 티비에서 고양이와 교감하는 방법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 분명한 것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마음속으로는 안심해라 라고 중얼거리면서...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울음을 멈춘 후 마치 내가 제 어미 대용이라고 생각했는지 나의 여유있는 뱃살에 몸을 비벼들었다. 그리고 편안한 한숨이 전해졌다. 나 역시 고양이의 체온을 느끼며 고양이의 편안해 하는 어떤 기분을 그대로 정신적으로 교감 받았다. 아기 고양이가 나에게 깊은 신뢰를 주었다. 나는 그 깊은 신뢰감에 나도 모르게 깊은 파동감을 느꼈다. 나 역시 그 신뢰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정신적인 안정감 같은 것을 나도 동시에 느낀 것이다.

 딸은 그런 나와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웃었다.

 -엄마가 고양이 엄마 된 거 같아요.  

-너가 고양이를 안고 자렴.

-고양이가 엄마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엄마 배가 푹신해서 그런가? 엄마 뱃살이 부럽다.  난 아직 고양이가 경계하는 거 같아.

-아니야, 밥 잘 주고 그러면 잘 따라.  네가 품어 줘.

-아니에요. 아기 고양이가 엄마 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으니까. 그냥 자게 해요. 벌써 눈을 감고 자네요.

신기하네... 난 엄마가 고양이 사 온 나를 막 혼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좋아해주니까 난 좋네...

딸은 내가 아기 고양이와 잘 지내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엄마, 뭔가 비어있던 곳이 꽉 채워진 느낌 안들어요?

-글쎄... 뭔가 그런 거 같기도 하네.

나는 이글을 새벽에 타자하고 있다. 고양이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잔 생애 첫 날이며 세 시간 잠을 잔 후 고양이 때문에 새벽에 눈을 떴다. 고양이는 내가 자리를 뜨면 불안해 하는 거 같다. 딸에게 고양이를 맡기고 같이 자라고 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고양이가 안잔다고 다시 고양이를 거실쪽으로 보낸다.

고양이는 등을 바짝 세우고 꼬리끝이 약간 구부러진 모양으로 꼬리를 세운다.

-저 자세는 뭐니?

-경계하는 모양인데요. 날 경계하나 봐요.

딸은 고양이가 자신을 완전하게 따르지 않는 것에 조금은 실망한 어투다.  하지만 여전히 친절하게 고양이를 챙긴다.

새벽잠을 설치며 우리 뭐하고 있니?

 고양이가 없던 날과 고양이가 있는 날의 차이가 너무 현격하다. 뭔가 자꾸 할 말이, 할 일이, 많아 지는 듯하다.

어쨌든... 좋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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